논평_
지상파3사는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등록 2021.04.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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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비정규직 차별 관행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관행이란 이름 아래 ‘무늬만 프리랜서’ 형태로 통용된 방송계 고용차별 문제에 방송작가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비정규직 관행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3월 19일 MBC에서 수년간 일해온 방송작가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MBC에서 해고당한 두 명의 보도국 방송작가가 해고가 부당하다며 낸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4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서울지방노동청에 지상파3사 방송작가 노동성에 대한 근로감독 청원을 제출했다. 고용노동부는 4월 27일 지상파3사 보도․시사교양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에 돌입했다. 방송작가 직군 근로감독은 처음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의 용기와 결단이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방송작가는 방송의 기획 단계부터 PD, 기자들과 함께 일하며 제작과정 전반에 참여한다. 방송작가 없이 방송을 만들 수 없을 만큼 역할이 크지만, 일하는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해왔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이번 판정처럼 실질적으론 방송 노동자이지만, ‘프리랜서’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했다. 방송사나 PD의 일방적인 통보로 하루아침에 해고당할 수도 있고, 온갖 허드렛일을 떠맡거나 모욕적 발언을 들어도 항변하기조차 어려웠다.

 

방송작가를 비롯해 수많은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차별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나섰지만, 방송사들은 외면해왔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언론으로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가 방송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사건이 불과 1년 전 일이다. CJ E&M 이한빛 PD는 비정규직 해고 및 계약금 환수업무를 강제한 사측의 갑질에 괴로워하다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EBS 김광일․박환성 PD가 다큐멘터리 제작현장에서 목숨을 잃으면서 외주제작의 참담한 현실이 알려졌다.

 

최근 KBS, MBC는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에 주목한 보도로 호평을 받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소수의견> 코너를 편성해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가사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귀를 기울였다. KBS 뉴스9는 <일하다 죽지 않게> 연속기획을 통해 산업재해 사망과 외주화 문제를 다루며 심각성을 알렸다.

 

그러나 노동보도의 긍정적 변화 속에서도 정작 방송사 스스로의 비정규직 고용구조와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방송사들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고용차별을 해소하지 않고,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조직의 미래 경쟁력은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방송작가 근로감독을 계기로 지상파3사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지역 민영방송 등 방송계 모두가 비정규직 고용관행을 근절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함께 일하는 방송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 특히 MBC는 이번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결과를 수용하고, 두 작가를 원직 복직시키고 비정규직 해결에 적극 나서라. 행정소송 제기로 판정에 불복하는 시대착오적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틀 뒤인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대부분 언론이 노동절 특집보도와 특집방송을 내보낼 것이다. 다른 조직, 기관의 노동문제만 비판할 게 아니라 언론 자신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 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사 불공정 고용관행은 물론이고 이번 방송작가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보도하는지 철저히 감시하겠다. 또한 방송작가유니온을 포함한 언론계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투쟁하는 모든 노력을 지지하며 연대할 것이다.

 

2021년 4월 29일

 ​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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