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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공장 선정, ‘이재용 부회장 심경’ 제목에 뽑힌 이유
조선일보·한국경제 ‘전략 없이 친노조정책’ 정부 비판
등록 2021.11.26 17:20
조회 1253

삼성전자가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 기지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습니다. 올 초부터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내세우고 미국 신규 공장 설립을 발표한 만큼 언론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와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를 분석한 결과, MBC‧SBS‧JTBC를 제외한 신문과 방송이 해당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량

1건

4건

4건

2건

1건

1건

3건

3건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량

1건

-

-

-

1건

1건

1건

 

△ 삼성 미국 반도체 공장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1/24)·신문지면(11/25)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재용 심경’ 기사 핵심?

삼성전자가 미국 신규 공장 설립을 발표하며 밝힌 투자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입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최대 규모이기 때문에 삼성이 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신규 공장 부지로 낙점했는지, 신규 공장 설립으로 취하려는 목표는 무엇인지에 주목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요. 기사 제목도 그런 핵심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하지만 몇몇 언론은 달랐습니다.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씨 심경을 제목으로 정했는데요.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제목 여부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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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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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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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제목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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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1/24)·신문지면(11/25) ‘이재용 심경’ 제목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의 경우, 중앙일보와 한겨레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재용 부회장 심경을 제목으로 달았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에서는 MBN이 유일하게 이재용 부회장 심경을 제목으로 전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신규 투자를 알리는 11월 24일 삼성전자 공식 보도자료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심경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즉, 일부 언론은 삼성전자 보도자료에서도 전하지 않은 이재용 부회장 심경을 제목으로 삼은 겁니다. 그의 심경이 기사 핵심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재용 부회장 심경을 제목뿐 아니라 기사 내용으로도 전하지 않은 신문은 한겨레가 유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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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심경’을 제목으로 뽑은 기사(11/24~11/25)

 

‘미국 중앙정부 세제혜택’만 초점 맞춰 보도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새로운 비메모리반도체 생산부지로 낙점한 이유로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을 우선으로 꼽았습니다. 같은 주에 위치한 기존 삼성전자 오스틴 사업장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죠. 텍사스주에 테슬라, 델, AT&T 등 비메모리반도체를 사용하는 주요 IT기업이 포진해 있다는 것도 주요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를 제외한 대부분 언론은 주로 미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마련한 세제혜택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한국경제가 그랬는데요. 조선일보는 <20조 공장 지으면 세금 감면… 한국선 2조, 미국에선 8조>(11월 25일 김강한 기자)에서 “현재 미국에서는 2024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액의 최대 40%에 해당하는 세액을 공제해주는 초당적인 반도체생산촉진법이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며 하원에서 심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경제도 <바이든 요청에 이재용 움직였다…삼성 미국 반도체 2공장 ‘테일러시’ 도장>(11월 24일 강경주 기자)에서 “해당 법안은 현재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의회를 통과할 경우 추가적인 지원금도 기대된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미국 신규 공장 설립 예정인 삼성전자에 세제혜택이 돌아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등이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하원에 계류 중입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곧 법안이 통과돼 삼성전자에 엄청난 세제혜택을 가져다줄 것처럼 보도했지만, ‘법안은 야당 등의 반대로 아직 하원 계류 중’이라는 게 팩트입니다.

 

조선일보 “정부가 변변한 반도체 전략도 없이 손 놨다”?

조선일보는 <사설/미국 대통령은 삼성 투자 유치에 혈안, 한국 대통령은 민노총 천국 만들어>(11월 25일)에서 “(미국 반도체생산촉진법은) 대통령이 투자 유치에 앞장서니 하원 통과도 유력”하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야당 등의 반대로 하원 계류 중’이라는 팩트에 어긋나는 내용을 전하더니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데도 정부는 변변한 반도체 전략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말하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생산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에 신규 설립하려는 공장의 생산 품목은 한국 시장점유율이 낮은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2021년 2분기 기준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17.3%로 2위입니다.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은 대만 TSMC가 52.9%로 압도적이죠.

 

‘정부가 변변한 반도체 전략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5월, 30조 원 규모의 평택캠퍼스 반도체 제3공장 건설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요. 조선일보 <문 대통령 “기업인들의 도전에 경의,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 이뤄낼 것”>(5월 14일 김아진 기자)은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 기술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최대 6배까지 확대하고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최대 50%를 세액 공제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조선‧한경 “미국 투자 유치할 때 문재인정부는 친노조정책”?

한국경제는 <사설/미국 선벨트가 세계 기업 다 끌어들이는 비결>(11월 25일)에서 “(미국 선벨트 지역은) 양질의 노동력과 무노조 환경, 파격적 세감면 등을 내세워 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지만 “(문재인정부는) 반(反)시장‧친노조정책으로 일자리를 내쫓고 세금 먹는 알바만 양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미국은) 투자 유치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 모셔가기에 사활”을 걸지만 “(문재인정부는) 대신 민노총 천국을 만들어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투자 유치에 열심일 때 문재인정부는 기업을 규제하고 친노조정책만 폈다고 비판한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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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투자 유치할 때 문재인정부는 친노조정책 폈다’고 비판한 조선일보·한국경제(11/25)

 

이는 현재 미국, 유럽 등이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대한 세제혜택과 자금지원에 나선 배경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하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차량 생산에 사용되는 비메모리반도체는 80% 이상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수급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동남아시아 지역에 퍼지면서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한국 등 세계 각국이 비메모리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차량 생산에도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수급난을 막고 추가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대한 세제혜택과 자금지원을 늘리는 법안이나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11월 18일, 지금껏 강력하게 역내 시장 보호에 앞장서온 EU마저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기업보조금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을 정도입니다.

 

즉, 미국의 이번 세제혜택은 조선일보와 한국경제가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문재인정부가 친노조정책을 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펴낸 『문재인 정부 2년, 노동정책 평가』 보고서에서는 “2년 동안 노동정책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분야별 핵심 정책과제들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11월 2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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