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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조동연 사생활 보도, 황색언론과 다른 게 뭔가
국민 알권리 내세운 언론의 관음증, 그만 하자
등록 2021.12.03 16:01
조회 691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2월 2일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10년 전 이혼 관련한 사생활로 논란이 일자 임명 이틀 만에 자리를 내려놓았습니다. 조동연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 한순간에 더럽혀지고 인생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기분”이라며 “아이들과 가족은 그만 힘들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유튜브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조 전 위원장 자녀를 포함한 가족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되는 등 사생활 침해뿐 아니라 과도한 관심을 부추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여기엔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TV조선, 자녀 출생년도·이혼시기 등 구체적 보도

 언론 중 해당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곳은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영입 1호’ 사생활 논란…민주당 “법적대응”>(12월 1일 황정민 기자)에서 전 남편 사이에서 언제 자녀를 낳았고, 언제 이혼했는지 구체적으로 보도하고, 전 남편이 이번 논란과 관련해 SNS에 올린 자료도 그대로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 검사지와 검사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자료화면을 넣어 검사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다음날인 12월 2일에는 <“송구하다” 사실상 인정… 이 “국민 판단 보자”>(황정민 기자)에서 전 남편이 공개했던 문서를 입수했다며, 해당 자료의 주요 내용을 따로 떼어내 부각하는 방식으로 전날 공개한 내용을 한 번 더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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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사생활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한 TV조선(12/1)

 

TV조선 보도의 구체성 정도와 범위, 특정 사실을 강조한 방식이 과도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TV조선은 “성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고 자녀들의 인권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보도 여부를 고민했다”면서도 “검증”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보도내용이 지나치게 세밀해 ‘자녀들의 인권문제’를 고민했다는 설명이 쉽게 납득되진 않습니다.

 

TV조선은 언론으로서 ‘검증’ 보도도 강조했지만, 10년 전 이혼 사실을 둘러싼 논란이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능력을 검증하는데 왜 필요한 것인지, 중요한 검증 잣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도 없었습니다. 과거 유력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사생활 논란, 비윤리적인 성비위 사건에서도 똑같은 잣대로 보도를 해왔는지도 의문입니다.

 

자녀 인권문제 등 고민했다지만 흔적 안 보여

TV조선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도가 불가피했던 이유로 내놨는데요. 유력 대선후보의 인재 영입은 그 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련 내용은 유권자에게 중요한 정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도 무한정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하지 않은 대중의 관심이라면, 그 관심을 배척하는 것 또한 언론이 해야 할 일입니다. 예외적으로 누군가의 사생활을 침해해서라도 꼭 알아야 할 높은 수준의 공적 가치를 지닌 정보라면, 그 침해 정도는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불가피했다’며 내놓은 이번 TV조선의 보도행태는 과도한 ‘사생활 캐기’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집권당이 더 문제라며 사생활 내용 덧붙인 조선일보

조선일보 <사설/“가짜뉴스” “법적 조치”라더니 하루 만에 확인된 ‘영입 인재’ 추문>(12월 3일)은 “민주당이 ‘영입 1호’ 간판으로 내세운 사람의 도덕적 결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민주당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위협까지 했”다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발언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집권당의 겁박이 더 문제라는 주장과 달리 첫 문단 전체를 조동연 전 위원장의 논란으로 채웠습니다.

 

조선일보는 온라인판 기사 <안민석, 조동연 사생활 의혹 ‘가짜뉴스’랬는데… 법원 기록은 달랐다>(12월 2일 김명일 기자)에서 조 전 위원장의 사생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강용석 변호사의 SNS 글과 조 전 위원장의 법원 기록 및 전 남편의 SNS 등 조 위원장 사생활 의혹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겉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모습을 취했지만, 기사 내용에는 조 전 위원장의 사생활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정치기사로 포장했지만 내용은 황색언론이나 다름없던 것입니다.

 

무감각하게 너도나도 쓴 ‘혼외자’, 상처만 남긴다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아동을 '혼외자'와 '혼중자'로 구분 짓는 단어는 명백히 차별적인 용어입니다. 뉴스포스트 <출생신고서에 담긴 ‘정상가족’의 한계, 이렇게 바꿔봅시다>(8월 11일 김혜선 기자)는 “여성가족부에서는 지난 4월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혼중자, 혼외자 등 차별적 용어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출생신고를 표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지적”하고 “‘혼인 중의 출생자’와 ‘혼인 외의 출생자’ 표현을 삭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부산일보 <중앙로365/뉴노멀 시대, 가족정책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5월 17일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상 가족은 없다, 그냥 가족이 있을 뿐”이며 “가족 형태가 아니라 가족생활과 가족관계에 초점 맞춘 보편적 가족정책을 강화”하고 “익숙한 차별적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구보다 용어사용에 민감해야 할 언론이 이번에도 문제의식 없이 차별적인 용어를 적극 사용하는데 앞장섰습니다.

 

국민의 알권리인가, 언론의 관음증인가

이번 조동연 전 위원장의 사생활 논란을 보면 언론은 6년 전 잘못된 보도행태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미디어오늘 <현직사회부장 “채동욱 혼외자 보도, 어떤 목적이었나”>(2014/10/18 정철운 기자)는 “공인이라고 무조건 보도의 허용범위가 넓다고 할 수 없”고 “사생활 보도가 진실한 경우를 전제했을 때에도 굳이 그 보도가 있어야 했느냐는 공익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유제민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의 발언과 “내밀영역을 보도할 경우에는 엄밀하게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지를 따져봐야”하며 “특히 어린 아이이 사생활은 중요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김재형 서울대 교수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이어 언론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대법원이 “사생활의 비밀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대상이 아닌 한 비밀로서 보호돼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한 사람의 인격권을 무너뜨릴 정도의 정당한 관심사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이번에도 일부 언론은 조 전 위원장의 사생활 보도가 공인이니 정당한 보도였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공인이라도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생활에 대한 집착적이며 무분별한 언론의 보도로 남는 것은 검증이 아닌 상처뿐이라는 것을 새기길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1/12/1~12/03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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