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시민 없는’ 대선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최은경(한신대학교 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등록 2021.12.08 10:40
조회 416

오미크론.jpg

△ 오미크론은 16개의 돌연변이를 보유한 델타 변이보다 그 수가 2배(32개)에 달하고, 특히 이전의 감염으로 획득한 자연면역과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면역반응을 모두 회피할 가능성이 있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이 심상치 않다. 백신까지 접종하면서 코로나와 살아갈 방법을 찾고 있던 마음이 갑자기 허무해지려고 한다. 과연 코로나 3년 차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하며 불안정하다는 시대의 비관이 젊은이들 사이 더욱 팽배해지고 있어 희망을 잃지 말고 용기를 내야 한다는 상투적인 말조차 거짓말처럼 들린다.

 

인포데믹 확산 속 대선후보 철학·비전 실종

 

2022년 3월 9일로 예정된 20대 대선. 주요 후보자들은 다양한 예능 및 오락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방에서 요리하고, 거실에서 노래하며, 애완견과 산책 하는 일상의 평범한 이미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다 보니, 시청자는 후보자들이 옆집 혹은 동네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이웃같이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정당별 후보가 누구이며, 이들이 어떤 정치 철학과 비전으로 코로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지 잘 모른다. 원인엔 언론이 후보자를 감시하며 제대로 질문을 하지 않았고, 시민들은 모두가 시민으로서 주어진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가 100일이 채 남지 않자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분위기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20대 대통령 선거 일정에 따르면, 2월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약 3주라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엔 유력한 후보자 중심으로 주변 인물과 이슈, 정책, 정당 등 선거동향 보도가 더 많이 쏟아질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후보자들의 예능방송 출연은 기존 논란과 부정적 혹은 우려하는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는 늘 이렇게 매스미디어에 의존하며 꽃을 피웠기 때문에 이렇게 선거기간 소수 후보자 중심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놀라운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이유는 우리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에 명시된 것처럼, 선거의 주인은 국민이며 다수 국민이 원하는 대표를 선출하는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 선거는 국가 원수이자 국가를 대표하며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가진 사람을 뽑는 것으로 행정부는 대통령을 수반해 나라를 살림하게 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선거기간이면 유권자들은 자꾸 다른 정보 쉽게 현혹된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및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정보는 범람하고 있고, 공포와 불안 심리를 이용해 편견과 혐오 같은 감정을 부추기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오정보(misinformation)부터 부정확한 주장과 고의로 유포된 허위정보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결국 인포데믹(infodemic,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 등이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의 확산은 국민이 주체적으로 선거의 주인이 되는 것을 방해한다.

 

서울대팩트체크.jpg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가 운영하는 SNU FactCheck와 시민과 전문가가 직접 팩트체크에 참여하는 팩트체크넷 등에서는 대선 후보자 및 소속 정당과 관련한 이슈를 사실 검증하고 있다. 이미지는 SNU FactCheck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권력자가 생산한 파편적 정보만 일방 전달

 

물론 팩트체크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연구소, 기관 그리고 개별 언론사들은 후보자나 이들의 소속 정당과 관련된 논쟁적 이슈를 부지런히 검증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주장한 정책 비판과 후보자들에 대한 주장도 사실 확인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SNU 팩트체크는 심상정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페이스북 내용을 검증했고, 안철수 후보의 언론사 인터뷰와 이재명 후보가 유튜브에서 한 주장의 팩트를 확인했다. 시민이 직접 팩트체크에 참여하는 팩트체크넷은 마스크로 인한 환경오염, 코로나 백신 사망금, 양성평등 목표채용제, 불법촬영 범죄, 종부세, 태양광·해상풍력· 전기차·수소차 등 에너지전환 뉴스를 검증했는데 일부는 대선 후보들의 주장과도 관계가 있다. 언론사도 자체적으로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하며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문화 등 다양한 주제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자들의 주장도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선거기간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책임을 갖고 좋은 리더를 뽑는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은 없을까? 또한 다수 국민이 믿고 신뢰할 정보 제공자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국민보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시국을 이해하고 정파성에 따라 따옴표만 남발하는 언론이 비주류가 될 방법은 없을까? 유력 후보자뿐만 아니라 군소정당 후보자들이 강자를 견제하면서 상호 검증 및 비판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불행히도 최근 우리 언론과 방송을 보면, 코로나 위기를 좀 더 견디고 버텨야 하는 다수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혹은 알아야 하는 내용이 사라졌다. 권력자가 생산한 파편적 정보만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전달될 뿐이다.

 

국가의 주권자인 모든 국민(nation)이 시민(citizen)으로서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지지와 반대를 통해 의사를 적극 표현할 권리가 있다.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방송까지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후보자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어디까지 믿고 신뢰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선거를 앞둔 시국에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언론이 먼저 후보자 정책과 주장을 검증하고,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시민을 섬기는 언론이 필요한 것이다. 적어도 시민이 없는 대선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언론포커스는?
<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