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멸공 논란’ 영향력 더 커진 소셜미디어, 약일까 독일까
송경재(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등록 2022.01.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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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보거나 들은 경험을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83.5%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촉했다고 답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촉했다고 한 응답자의 경우 주로 ‘하루에 한두 번’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소셜미디어 뉴스소비 83.5%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소셜미디어 사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정보공유와 업무활용, 때로는 사회정치적인 이슈에서 온라인 행동주의와 참여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보고서를 보면 소셜미디어의 위상을 잘 드러난다. 조사 결과 소셜미디어는 무엇보다 사회 여론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비율이 무려 83.5%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응답자 4명 중 1명(25.5%)은 소셜미디어 뉴스를 수시로 접속했고, 35.8%는 하루에 한두 번은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신문과 방송으로 대변되는 레거시미디어 시대가 저물고 소셜미디어가 뉴스를 소비하는 유력한 채널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여기에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우리가 소셜미디어의 위력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정치적 사건들이 최근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은 소셜미디어 정보 소통의 긍정적 기능으로, 다른 한편은 부정적 기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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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 유튜브채널 <삼프로TV>의 20대 대선 특집 후보별 경제정책 인터뷰 영상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유튜브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

 

선거판을 움직이는 소셜미디어

 

대선이 50 여일 남았음에도 후보 간 TV 토론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경제 전문 유튜브채널의 대선 후보 심층대담이 화제가 되었다. ‘동학개미’라 불리는 국내 주식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유튜브채널 <삼프로TV>는 여야 후보가 모두 참여한 경제정책 토론을 진행했다. 2021년 12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시작으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대담을 차례로 공개했다. 

 

시민들의 대선 후보자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월 17일 현재 이재명 후보 680만 뷰, 윤석열 후보 350만 뷰를 기록해 두 후보자만 1,000만 뷰를 넘었다. 그동안 정책과 공약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 후보자들의 경제정책과 자질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직접 토론은 아니지만,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새로운 토론 방식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시민들이 여러 대선 후보를 평가하고 댓글로 토론하고 동영상을 공유하며 후보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타게팅 캠페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2030 세대를 겨냥한 동영상 ‘쇼츠(shorts)’와 소셜미디어 공약 메시지도 다수 제작되고 있다. 주로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확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면서 세간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아직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므로 유권자들에게 후보자가 직접 소통, 광고, 언론 노출이라는 일석삼조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동영상에 익숙한 2030 세대와의 정보교환과 소통의 창구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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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멸공"을 해시태그로 단 SNS 게시글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정쟁으로 번지며 보이콧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사과를 전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캡쳐 갈무리

 

“멸공”으로 드러난 소셜미디어의 위험성

 

그러나 연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은 사회적으로 논쟁거리가 되면서 이념 편파 논란을 낳고 비즈니스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연히 소셜미디어에서 개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책임을 져야 한다. 

 

“멸공” 해시태그에 열광한 시민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관계가 형성되면서 한국 입지가 어려워진 국제 환경에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정 부회장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마트를 찾아 멸공을 연상시키는 멸치와 콩을 구매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어 정치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가세했고, 여야 정당에서 성명과 비판이 확전되면서 때아닌 불매 혹은 구매운동, 주가 급락까지 야기했다. 이마트 노조와 시민단체, 정치권조차 우려를 표명하자 결국 정 부회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했다.

 

소셜미디어는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고 빠른 정보 소통을 할 수 있고, 선거나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 시민들이 직접 반응할 수 있어 유용하다. 이번 “멸공” 논란은 소셜미디어 장점의 이면에 숨은 위험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경우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자칫 사적 영역과 공적 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지나친 사용으로 경계심이 사라지곤 한다. 

 

소셜미디어가 레거시미디어를 대체하면서 급성장한 이면에는 그 장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뒤편에 숨어 있는 부작용의 문제도 주의해야 한다. 소셜미디어가 대선 국면에서 효과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단지 정치권에만 해당하는 경고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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