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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좋은 일자리’ 최대 관심, 고용·노동정책 검증보도는 단 3건
중앙일보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청년채용 줄었다” 왜곡보도
등록 2022.02.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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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에서 작성해 2월 16일 발표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전국 유권자 1,600명을 대상으로 ‘정책 이슈 키워드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유권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을 보인 정책영역은 재정・경제・복지(23.2%)입니다. 재정・경제・복지 영역에서 공정거래(29.1%)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혔는데 지역 상권 활성화, 코로나19 관련 지원 등 소상공인 관련 정책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20대 남녀는 노동과 청년・여성 이슈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20대 남성의 경우 노동 이슈로는 비정규직 감소와 지역인재 채용, 20대 여성은 경력 단절 여성과 성별 임금 격차를 주요 키워드로 선택했습니다. 20대 남녀 모두 청년세대 공통 이슈로 △최저임금 △주거금융 지원 △청년구직 수당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들 청년들의 주된 관심은 ‘좋은 일자리’며, 즉 ‘고용과 노동’이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키워드임을 방증한 것입니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9개 종합일간지, 2개 경제일간지가 20대 대선 각 후보들의 고용・노동 정책에 대한 정책 검증보도를 어떻게 했는지 분석했습니다. 기간은 2월 7일부터 2월 12일까지입니다. KBS, MBC, SBS, YTN은 해당 기간 유의미한 고용·노동 정책소개 보도 및 검증보도를 찾을 수 없어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1) 한국일보-시민단체 공동토론회, 검증보도 새 전기 마련

 

한국일보는 2월 9일 참여연대 등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불평등끝장 2022 대선유권자네트워크(불평등끝장넷)'와  공동으로 '노동·복지 분야 불평등·양극화 해소 위한 대선후보 공약 토론회'를 개최하고 다음날 지면에 토론회 내용을 전면에 걸쳐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복지 분야 전문가들은 각 후보 진영들이 보내온 답변을 기초로 각 후보의 노동·복지 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수치 중심의 공약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고용률 상승 자체에 매몰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부 신설 공약은 사회서비스와 의료서비스의 통합적 접근을 제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노동 의제를 찾아볼 수 없거나 매우 소극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요청과 촉구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양극화 분야 공약 답변을 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 분야는 전문적 영역이고 노사 간 이해가 달라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분야입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언론의 검증보도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일보와 시민단체의 공동토론회는 언론의 정책검증보도를 한 차원 높인 시도로 평가됩니다. 정책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의 발언과 정책의 일관성을 밝히고 공약의 모순되는 내용을 밝혀내는 일입니다. 언론의 취재 시스템과 인적 자원의 한계에 모든 책임을 미루기보다 전문가와의 협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일 수 있습니다.

 

(2) 고용·노동 정책 검증보도, 단 3건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2월 15일 보고서 <정책보도 10건 중 검증 1건, ‘공수표’ 못 거른다>에서 ‘정책 검증보도’를 ‘정책보도 중 해당 정책을 놓고 기자나 필진, 전문가 등이 검증하는 방식의 해석과 발언이 있는 보도’로 규정했습니다. 동일한 기준을 갖고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각 후보들의 고용・노동 정책을 검증하거나 평가한 보도는 경향신문이 각 후보들의 노동 정책을 자세하게 소개한 보도를 포함해 단 3개에 불과합니다.

 

한겨레는 2월 8일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네 번째로 <지금 당장, 성평등>을 기획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여성과 성소수자 유권자 2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거쳐 정책 공약 질의 10개를 추리고 질의서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보냈고 답변을 하지 않은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세 명 후보의 답변을 소개했습니다. 한겨레는 여성과 성소수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아기 성교육과 성평등 교육, 건설현장 맞춤형 성희롱 예방 교육, 육아휴직 거부 기업 처벌 강화, ‘성(고용) 평등임금공시제’ 도입, 차별금지법 제정, 생활동반자법과 생활공동체지원법 제정, 성확정 수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침과 최소한의 지원, 여성질환·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확대, 안전하게 생리할 권리 보장 등 요구를 제시했습니다.

 

국민일보는 2월 9일 [2022 대선 환경·노동공약 검증] 기획을 통해 노동공약을 검증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윤석열 후보만을 대상으로 해 다른 후보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두 후보의 노동 정책의 일부만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검증’보도‘라고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후보의 동정이나 발언과 무관하게 각 후보들의 고용·노동 정책을 자세하게 소개한 기사는 경향신문이 2월 10일 보도한 [2022 대선 공약 탐구 ⓻ 노동 정책] 기획이 유일합니다. 경향신문은 <공약은 희미, 공방은 실종…‘노동없는 대선’> 기사에서 “20대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겨두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노동공약과 공방은 실종됐다”면서 각 후보들의 노동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노동자들 삶은 더 척박해지고, 플랫폼 노동자 등 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넓어져 노동 정책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노동공약과 공방은 실종됐다는 겁니다.

 

(3) 심상정 후보 ‘연금개혁안’, 언론 외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월 14일 국회예산정책처 ‘4대 공적연금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모든 신문이 기사와 사설, 칼럼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 안하면 1990년생부터 한 푼 못 받는다”며 이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월 8일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면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통합 △보험료율 12% 인상(현행 9%) △기초연금 40만원(현행 30만원) △불안정취급자 등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담은 연금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비판 성명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동안 국민연금 개혁을 줄곧 촉구해온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연금개혁 시민사회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심상정 후보의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동정과 함께 단신 기사로 다룰 뿐 그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지도, 다양한 입장을 전달하지도 않았습니다. 모처럼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언론은 외면한 것입니다. 사회적 담론 형성 기능을 상실한 언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4) “‘비정규직 제로’ 청년채용 줄였다”? 고용 정책 혼란 부추긴 왜곡보도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고용·노동 정책은 ‘좋은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청년세대들의 가장 큰 관심이기도 합니다. 최저임금, 주52시간, 중대재해처벌법, 비정규직, 근로기준법 5인 미만 및 플랫폼노동자 전면 적용 등 주요한 노동 이슈는 결국 ‘좋은 일자리’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각 후보들의 고용·노동 정책은 이들 이슈와의 연관을 밝혀내야 검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이 이를 어떻게 보도하느냐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2월 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해 공기업 35곳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약 47%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리더스인덱스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공기업 채용이 증가하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연속 급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중앙일보는 2월 9일 <‘비정규직0’ 영향? 공기업 신규채용 2년새 47% 줄었다>에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총대를 맨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코로나19’ 자리에 ‘비정규직 제로’를 슬쩍 집어넣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비정규직 제로’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일부 비정규직에는 로또가 됐겠지만,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증발시켰다”면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후유증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여야 후보들에게도 반면교사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2021년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인원은 27,034명(출처:알리오)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된 2017년 이전(2016년 20,954명, 2017년 22,536명)과 비교하여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어느 언론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2월 10일 사설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 “정규직 공채를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채용 기회를 잃었다”며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기업 직원 수와 총액 인건비는 한정돼 있는데.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다보니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원(임원 제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며 정규직은 일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되고 비정규직은 기간제와 ‘소속 외 인력’으로 구성됩니다. 2021년 4/4분기 기준으로 민간 용역회사에서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는 9,071명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월 10일 발표한 언론보도 설명 자료에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와 관련해서도 기존 사업비에 포함된 용역비 등을 활용함으로써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최소화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중앙일보를 비롯한 이들 신문의 보도는 사실과 다른 왜곡보도를 통해 기업 사용자 집단과 이를 옹호하는 정치세력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한 편향된 정치적 의도로 해석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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