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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엔 입 ‘꾹’·서울대 띄우기, 인수위원회 인선에도 검증보도는 없다
등록 2022.03.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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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월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단을 발표하면서 인수위 인선도 본격화됐습니다. 인수위는 두 달 남짓 운영되는 한시적 조직이지만 차기 내각을 지명하고 5년간 시행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그 중요성이 큽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임명한 인수위원을 검증하는 일은 차기 정부의 철학과 비전을 재확인하고, 선거 기간 뒷전으로 밀려났던 정책의 구체적 방안을 따져볼 수 있는 일입니다.

 

3월 15일 윤석열 당선자 측은 2차 인선안을 발표하며 인수위원 24명 중 절반인 12명을 확정했습니다. 언론도 위원의 면면을 살피며, 검증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수석 졸업” 등 검증과는 무관한 내용은 옮기면서도 ‘국정농단’ 등 중대범죄 연루 등 검증에 필요한 내용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차 인선이 발표된 당일인 3월 15일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와 다음날인 3월 16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에서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밀실협상·댓글공작 김태효 논란엔 입 ‘꾹’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 명단에 포함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 전 기획관은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추진 논란으로 공직에서 물러났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을 작성해 논란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논문 내용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과 겹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김 전 기획관은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가담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는데요. 정치관여 등 일부 주요 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여전히 재판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논란은 검증이 필요하고 시민도 알아야 할 내용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매일경제, TV조선‧채널A‧MBN은 밀실추진, 자위대 개입 허용 논문 등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력을 나열하거나 일부 인사 발언을 ‘받아쓰기’ 하는데 그쳤는데요. 채널A <외교엔 MB 인사, 경제엔 박 인사도 중용>(3월 15일 김단비 기자)은 윤 당선인이 “묵묵히 일할 사람으로 인수위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며 김 전 기획관을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책사”라고만 했고, TV조선 <인수위 절반 윤곽…경제‧외교안보엔 ‘전문가’>(3월 15일 황선영 기자)도 “이명박 정부 당시 핵심인사”라고만 언급했습니다. 이번 임명에 대한 어떠한 문제의식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전문성 검증, 받아쓰거나 분석 없이 긍정적 평가

한편 해당 인사의 전문성을 짚으면서도 ‘인수위 발’ 평가를 옮기는 수준에 불과한 보도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동맹중시 김성한, 대북원칙론자 김태효… “美주도 쿼드 단계적 가입”>(3월 16일 노석조‧김은중 기자)은 김 전 기획관을 ‘대북원칙론자’로 제목에 적으며, “남북문제 해결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윤 당선자 측 발언을 실었을 뿐입니다.

 

매일경제 <외교안보 분과는 ‘MB맨‘ 약진 文정부 첫 합참차장 깜짝 발탁>(3월 16일 김성훈 기자)은 김 전 기획관이 주도해 만든 ‘비핵·개방 3000’을 두고 “북한이 맹비난했던 대북 구상”이라는 언급을 덧붙였을 뿐입니다. MBN <뉴스추적/윤석열 인수위…정치외교는 MB, 경제는 박근혜?>(3월 15일 박자은 기자) 역시 “비핵개방 3000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미사일 사거리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별다른 근거 없이 긍정 평가하는 듯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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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효 인수위원이 만든 ‘비핵·개방 3000’ 정책 등을 통해 인선 문제를 짚은 한국일보(3/16)

 

반면 한국일보 <‘매파 본색’ 외교안보 인수위원…강경 대북정책 ‘예고편’>(3월 16일 정준기‧정승임 기자)은 “2011년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문서”를 근거로 “김 전 기획관이 미국 측에 ‘북한에 사용할 ‘광범위한 채찍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점 등을 지적하며 “MB 정부 내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군 사이버사 댓글공작 재판 중인 김태효의 인수위원 기용>(3월 16일) 역시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을 펴다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하고, 결과적으로 북핵 고도화를 초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실 추진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 과정조차 무시”한 점 등을 지적하며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으로서 자질을 검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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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효 인수위원의 ‘일본 자위대’ 개입 허용 논문을 지적한 JTBC(3/15)


KBS <‘예비 내각’ 인수위, 전문가‧MB계 포진>(3월 15일 강병수 기자), MBC <윤 당선인 산불 재난현장 찾아‥인수위엔 '돌아온 MB맨'>(3월 15일 신수아 기자), SBS <인수위 외교안보 임명…MB정부 대북 강경노선 ‘복귀’>(3월 15일 화강윤 기자), JTBC <인수위에 MB맨들…‘자위대 논문’ 김태효도 포함돼 논란>(3월 15일 강희연 기자) 등 지상파3사와 JTBC도 김 전 기획관의 밀실협상 문제 등을 빠뜨리지 않고 짚었습니다.

 

국정농단 연루 최상목, 조선 “재기” TV조선 “능력주의 인사”

인수위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등을 결정하는 경제1분과 간사로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임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최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재직 시절 최순실 씨가 주도한 미르재단 설립에 관여하며 대기업에 출연금을 압박하고,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언론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왜 문제인지 따져보고, 임명이 적절한지 짚어야 했는데요.

 

국정농단 의혹을 언급한 언론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경제, 한국일보, TV조선입니다. 중앙일보, 매일경제는 관련 내용이 없습니다. KBS, MBC, SBS, 채널A 역시 국정농단 관련 보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정농단 연루 내용을 다루는 방식은 언론사마다 달랐습니다. 국정농단 연루 내용을 살피고 임명이 적절했는지 따진 곳이 있는 반면, 국정농단에 연루됐는데도 임명된 점을 들어 ‘능력주의 인사’ 근거로 삼는 곳도 있었습니다. TV조선 <‘용산 대통령 시대’ 열리나…인수위로 본 尹의 인사스타일>(3월 15일 박성제 기자)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를 받고 미르K재단 설립 실무 회의를 주재해 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해 “윤 당선인과는 악연이라면 악연”인데도 임명됐다며 “능력주의 인사로 꼽힌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있는 인사를 임명한 데 대해 따져묻기보다 ‘능력이 있으니 논란이 있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감싼 겁니다.

 

조선일보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 적폐 몰려 수사받다 재기한 경제통>(3월 16일 정석우 기자)은 이번 임명을 두고 최 전 차관이 ‘재기’했다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짧게만 다뤘습니다. 가볍지 않은 의혹에 연루됐음에도 별다른 설명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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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농단 연루 수사를 받던 최상목 전 차관이 ‘재기’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3/16)

 

반면 한겨레 <댓글공작 혐의 김태효 ·국정농단 연루 최상목 중용 논란>(3월 16일 장나래‧권혁철‧이정훈‧오연서 기자)은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검찰 피의자 조사에서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이 전화해 삼성 측에서 종전 검토 결과에 대해 계속 불만이 있으니 제대로 검토해달라’고 했다”라는 증언 등을 보도하면서 논란의 내용을 살폈고, 최 전 차관 해명도 전했습니다. 경향신문 <윤 당선인이 수사…‘군 댓글 공작‘ 재판 받는 김태효 발탁 최상목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연루됐지만 기소 안 돼>(3월 16일 유설희·심진용 기자)는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도록 해양수산부가 적극 대응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윤학배 해수부 차관에게 전달”한 내용도 짚었습니다.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 언론은 임명된 인사와 관련한 논란이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이고, 임명 과정은 적절했는지 등을 보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인사에도 검증의 잣대를 대기는커녕 무관심 또는 근거 없는 긍정 평가를 내놨습니다.

 

막말‧편파진행 논란 장성민, ‘쓴소리 특보’ 받아쓰기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3월 16일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을 정무특보로 임명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경선 당시 당선인에 가장 비판적인 기조를 견지”해왔고, “특보 명칭은 ‘쓴소리 특보’라 부르셔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한 보도 대부분은 ‘쓴소리 특보’를 강조했고, 인수위 발표 내용만 전했는데요. 장 이사장은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등을 진행하며 막말, 편파 방송을 해 논란이 됐지만 이를 언급하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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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민 정무특보 임명 관련한 당선자 대변인 발언을 제목에 그대로 쓴 매일경제(3/17)

 

매일경제 <‘윤 저격수’ 장성민 ‘쓴소리 특보’ 임명>(3월 17일 정주원 기자)은 제목에 인수위가 강조한 ‘쓴소리 특보’를 부각하며 “국민의힘 내에선 ’DJ 적자‘ ’호남 통합‘ 등의 의미를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고, 동아일보 <권영세, 대통령비서실장 물망…장제원·권성동도 거론>(3월 17일 강성휘 기자) 등도 인수위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방식으로 장 이사장 임명 소식을 전했습니다. 장 이사장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TV조선은 관련 보도가 없었습니다.

 

미디어오늘 <윤석열 ‘쓴소리 특보’에 장성민, 그의 과거 놀랄 만한 행적들>(3월 16일 금준경 기자)만이 거의 유일하게 장 특보의 문제 발언을 짚었는데요. “5·18 북한군 침투설, 동성애 혐오 등 극단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으며,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역대 시사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은 심의 제재(행정지도 포함)를 받은 프로그램이라는 진기록을 낳았고, 이는 TV조선 재승인 탈락 위기로 이어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18명 중 10명 서울대, 비판은커녕 ‘서울대 82학번 트로이카’ 띄우기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몇몇 언론은 ‘서울대’, ‘서울대 법대’에 주목했습니다. 매일경제 <경기지사‧서울대 법대 필패론 징크스 깨는 자는 누가 될까>(3월 9일 채종원 기자)는 “서울대 법대생들은 국내 최고 수재로 불리고 이들 다수가 이미 사회 각 분야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올랐지만 유독 대통령직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20대 대선 관전포인트”로 대통령 학벌을 꼽았습니다.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 <이회창·이인제 못 넘었던 ‘서울대 법대, 대선 필패론’ 깨졌다>(3월 10일 김자아 기자), 문화일보 <‘서울대 법대 대통령 필패론’도 깼다…‘3대 대통령 징크스 파괴·3대 대선 이변’>(3월 10일 정충신 선임기자)도 ‘서울대 법대’에 주목했는데요.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의 대통령 당선 여부에 주목한 이런 기사는 유권자의 선택과 무관할 뿐 아니라 학벌주의를 당연시하는 보도입니다.

 

이번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서도 ‘서울대’에 주목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경제 <‘Y노믹스’ 밑그림 그릴 서울대 82학번 ‘트로이카’>(3월 17일 좌동욱 기자)는 당선인 정책특보로 임명된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인수위 핵심 멤버인 원희룡 기획위원장,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이들 82학번 대학 동기들은 정부와 당에 중용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전문성 등 능력 검증보다 출신 대학을 부각해 적절하지 못한 분석을 하면서도 이를 평가할 땐 “(윤 당선인의 인사 철학은) 균형과 경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학벌로 분석해놓고 균형적이라고 평가한 부분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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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당선자의 인선된 인물의 출신 대학에 주목한 한국경제(3/17)


경향신문 ‘서울대·5060·남성’ 다수, 한국일보 ‘다양성 부족’ 지적

인수위 인선을 두고 다각도로 평가하고 보완을 촉구한 언론도 있습니다. 경향신문 <MB·박근혜 정부 출신 많고 ‘서울대·5060·남성‘ 다수>(3월 16일 유정인‧문광호 기자)는 “인선 중반부를 넘은 현재까지 인수위의 특징은 서울대 출신, 50~60대, 남성으로 요약”된다며 <윤석열 인수위에는 ‘청년’이 안 보인다>(3월 16일 박순봉·조문희 기자)에서 “2030세대 청년들은 인수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며 “선거운동 기간 중 유세차나 연설 무대에 청년들이 대부분 동행했고, 청년보좌역을 활용해 의견을 적극 수용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일보 <사설/통합에 무게 실은 인수위 구성, 다양성은 보완해야>(3월 16일)는 “인수위에서 여성 분과가 사라지는 등 다양성 부족 지적을 흘려들어서도 안 된다”며 “해외에서도 흔한 '여성 장관 30%' 같은 기준은 성별 다양성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취지이지 여성이라면 능력이 없어도 쓰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보완을 촉구했습니다.

 

당선자의 인선은 국정 철학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사회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20대 대선은 ‘정책 실종’,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의 수식어가 따라붙었습니다. 이러한 평가에 언론 역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인수위 인선과 인사청문회 등부터라도 언론이 취재를 통해 검증하고, 국민 여론을 정치권에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년 3월 16일~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2022년 3월 15일~1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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