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요리를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I 왕석현 기획팀 활동가
등록 2022.03.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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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혼자 자취를 하지만 음식을 시켜 먹기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고 점심도 밖에서 사 먹기보단 먹을 요리를 직접 만들어 오거나 반찬을 준비해 와서 먹는 편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저의 이러한 취미는 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요리를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인스턴트식품으로 하루의 식사를 온전히 보냈다고 느끼는 게 아닌 끼니를 때웠다는 씁쓸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야 했을 테니까요.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활동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이 누리고 싶은 문화까지 함께 아우르는 정서적 안정감도 식사의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로 음식을 미적으로 담아내는 플레이팅 과정은 아름답게 꽃과 소스로 장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담아내는 그릇(뚝배기라든지 아니면 초밥을 올리는 검은색 민무늬 사각모양 접시라든지)을 고르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와 정서적 요소를 한 끼 식사는 담고 있습니다. 다양한 요소를 담고 있는 음식을 만드는 행위인 요리를 제가 어느 정도 그럴싸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쁩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끼니를 하나의 선물 형태로 제공하고 준비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함께 나눌 수 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눈앞에서 제공할 때 또 빠뜨릴 수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요리에 관한 설명입니다. 소위 파인다이닝(fine-dining)이라고 불리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을 준비해 줄 때 ‘이 요리는 어떠어떠한 재료가 들어갔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조리되었고, 어떻게 드시면 됩니다’라는 설명을 해줍니다. 저 역시 집에 온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 이와 비슷하게 음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먹는 법을 얘기해 줍니다. 설명을 하는 이유는 ‘제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이 요리를 만들었으며, 이 요리를 당신은 자유롭게 먹을 수 있지만 제가 만든 방식을 고려해서 드셔 주시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활용해 코로나 시기가 끝나면 많은 분들과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밖에서 국밥 한 그릇,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것보다 공유 주방과 같은 형태의 공간을 대여해 몇 분을 초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상차림으로 대접하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은 베이컨 칩, 후추, 트러플(송로버섯)을 고명으로 사용한 크림수프와 직접 구운 빵, 4cm 두께 소고기 등심 스테이크와 각종 야채를 사용한 가니쉬(garnish), 앞 음식 맛을 정리해 줄 따뜻한 온기와 향을 가진 은은한 샤프란 티로 구성된 3코스뿐이지만 제 요리 실력을 좀 더 갈고닦아 더 나은 요리의 6코스와 다양한 국가풍 라인업까지 준비해 보겠습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더 많은 이야기와 교류를 위해서라도 저의 따뜻한 요리 한 끼를 함께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왕석현 기획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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