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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 검찰 수사권 분리 찬성하더니 이젠 “문 대통령 지키기법”
등록 2022.04.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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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을 폐지해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이른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전하는 언론보도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보도하기도 하고, 특정 정보를 빼고 더하며 언론별로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검찰 수사권 폐지 추진에 관한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KBS ‘검찰 남은 카드 여론전 뿐’…MBC·한겨레 검찰 여론전 비판

KBS <‘검찰 수사권 폐지’ 충돌 격화…파장은?>(4월 11일 김유대·손서영 기자)은 검찰 분위기가 상당히 격양되고 있다며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이 지연되고, “중대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돼 “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검찰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소정 앵커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밀어붙일 경우 검찰에겐 남은 카드”가 있냐고 물었는데요. 김유대 기자는 “검찰로선 집단행동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 말고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고민이 있으며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여론전을 통해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고 “검찰 간부들의 일괄 사퇴 등 집단행동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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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 폐지 추진 둘러싼 검찰 여론전을 비판한 MBC(4/11)

 

MBC <“수사구멍·국민 피해”‥또 집단행동으로 여론전>(4월 11일 손구민 기자)은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유독 검찰만 집단행동으로 여론전에 나섰던 전례는 이번에도 반복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도 이를 의식한 듯, 잇따른 지도부 회의와 공개 성명들이 집단행동이 아니라”고 했지만, “‘적당한 의견 개진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MBC는 경찰 수사 역량 부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3배나 늘면서 사건처리가 늦어지긴 했지만 제도가 자리잡는 과정”이며 “경찰은 이미 반부패나 금융범죄를 다룰 전문수사대를 지방마다 설치한 상태”고 시간을 두면 해결된 문제라는 반론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도 검찰의 여론전에 비판 목소리를 보탰는데요. <사설/‘검수완박’ 논란 속 검찰의 집단반발, 도 넘었다>(4월 11일)는 “아무리 자신들의 이해가 걸렸다고 해도, 엄연한 정부 조직의 공무원으로서 도를 한참 넘어섰”다며 “’집단행동’이나 다름없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검찰의 행태”가 ‘기가 막히다’고 표현했습니다.

 

조선미디어그룹 “문 대통령이 법안 수혜자”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의 수혜자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단정하며 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문 대통령 보호 위해서라는 ‘검수완박’, 문이 입장 밝혀야>(4월 12일)는 “민주당 의원들도 이 법이 문재인, 이재명 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란 사실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이 법의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자신의 불법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 수사권 박탈 법을 만드는 데 동의하는지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날도 조선일보는 <사설/민주당 문·이 지키기 법 강행, 이런 막장이 있나>(4월 13일)를 내고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 대한 비리 수사를 일단 막고 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검찰 수사부터 원천 봉쇄하는 법안으로 ‘대못’을 박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무소불위 독재자가 버티고 있는 후진국에서나 벌어질 법한 상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나라를 5년간 이끌고 떠나갈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길은 ‘검수완박’에 대한 거부권 행사라는 점을 알”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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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파괴 주문을 읊고 있다고 주장한 TV조선(4/11)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시선/아바다 케다브라>(4월 11일)에서 신동욱 앵커는 “검찰 제도를 껍데기만 남기고 사실상 해체하는 법안을 이토록 화급하게 서두르는 이유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막으려는 ‘정치보복’이 “권력형 의혹사건들과 이재명 전 지사 관련 의혹 수사 말고 또 뭐가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거대 여당’이 입법 폭주를 통해 “검찰을 향해 ‘모든 것을 파괴하리라’는 주문을 읊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다음날 <우려에도 강행 이유는?>(4월 12일 서주민 기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며 “문 대통령이 이 법안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피의자로 확인되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을 검찰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 단정하고 ‘수혜자’라고까지 표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입니다. 정권교체마다 반복된 ‘보복수사’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언론 스스로 자제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한겨레‧한국일보, 검찰 자초한 ‘공정성 논란’ 지적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의심받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중립이 반드시 요구되는 정부기관이지만,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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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씨’ 사건이 검찰 중립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한겨레(4/11)


한겨레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검찰 중립 시험대 되나>(4월 11일 강재구 기자)는 검찰내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반발”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선택적 수사와 기소 등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게 한 그간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돼 수사를 받아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배우자 김건희씨” 사안이 “검찰 중립성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보도했는데요.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검찰이 움직이고 있는 단적인 사례로 김건희 씨 관련 수사를 거론한 것입니다.

 

한국일보 <검·판 출신 여 의원들 ‘부장검사 봐주기 수사’ 질타>(4월 12일 조소진·이정원·김영훈 기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던 현직 부장검사가 불기소 처분된 사건”을 두고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한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성 없는 처분을 내리며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사한 사고 중 기소된 사례가 적지 않아 ‘봐주기 의혹’ 아니냐는 문제제기인데요. 한국일보는 “수사검사와 수사대상에 따라 처분 결과가 달라지면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 입장에서 외국 사례 보도한 동아일보

언론은 외국 형사사법체계와 우리나라 검찰을 비교한 보도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도내용엔 차이가 있는데요. 동아일보는 다른 나라 사례 중 검찰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 <OECD 35개국중 27개국이 검수사권 보장>(4월 12일 고도예 기자)은 “11일 유럽평의회 산하 ‘사법의 효율성을 위한 유럽위원회(CJPEJ)’가 2018년 발간한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7개국(77%)이 헌법과 법률로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검사의 수사권을 법에 정해 놓지 않은 뉴질랜드와 영국도 “직접수사 일부를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도 ‘폭스바겐 연비 조작 사건’때는 독자 수사도 진행했다며 검찰 수사권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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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형사사법체계와 우리나라 검찰 수사권을 비교해 보도한 SBS (4/11)

 

SBS <‘수사·기소권 분리’ 해외 주요국 어떻게>(4월 11일 임찬종 기자)는 “주요 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지만 동시에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은 수사 대부분은 경찰이 맡고 검찰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사 착수 단계부터 직접 수사를 하도록 해 권한을 견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가 수사권 ‘보장’이라고 보도한 부분을 ‘견제’라고 바라본 것인데요. SBS는 독일 검찰은 수사 지휘만 맡아 ‘손이 없는 머리’로 불리고, 일본은 ‘직접 수사하는 특수부가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딱 3곳’ 뿐이며, 미국은 ‘연방검사가 중요범죄를 직접 수사할 때도 실무는 FBI’ 등 관련 기관 요원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MBC <알고보니/외국 검찰은 수사권 ‘있다? vs 없다?’>(4월 12일 전준홍 기자)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경찰과 검찰로 완벽하게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나라는 호주와 이스라엘 2곳”뿐이라 꼭 맞는 말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건 세계적으로 일반적’이라는 검찰 주장” 역시 “외국 검찰이 행사하는 ‘수사권’과 우리나라 검찰이 가진 ‘수사권’의 실질적인 권한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전부 사실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짚었는데요. MBC는 “민주당과 검찰, 각자 국민을 앞세우면서도 다른 나라 검찰 사례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경찰과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질을 놓쳐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 검찰 수사권 분리 찬성한 적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의 일관성 없는 언론의 보도태도 돌변은 이번에도 반복됐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경우 이전엔 검찰의 수사권 분리를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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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의 수사권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중앙일보 사설(2016/9/26)


중앙일보는 2016년 <사설/견제받지 않는 검찰권, 권한 분산이 답이다>(2016/9/26)에서 “검찰권 견제가 개혁의 핵심이란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며 당시 기획 보도한 ‘2016년 대한민국 검사 대해부’ 시리즈를 언급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을 한 손에 쥔 검찰의 비대한 권한이 한국 사회는 물론 검사 자신들에게도 크고 작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검찰이 바로 서고, 검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으려면 검찰이 가진 권한을 분산해야” 하고, “당장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어렵다면 일부 범죄에 대한 독자적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줘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2017년 <사설/문 “청·검찰·국정원 권력 축소” 공약, 큰 방향은 맞다>(2017/1/6)에서 당시 대선 후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검찰 수사권 조정’ 공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수사권을 검찰에서 떼 내 경찰에 넘기고 검찰에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2차 수사권만 보장”하는 “‘검·경 수사권 분리’가 과거에도 반발과 충돌로 실패했”다며 “박근혜 대통령만 해도 검찰 중립성 보장,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약속했지만, “집권만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꿨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문 전 대표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나온 약속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같은 해 다음 달엔 <발언대/수사와 기소 분리, 인권 보호 위한 원칙이다>(2017/2/20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를 통해 “수사 주체가 기소 여부까지 판단할 경우 수사의 객관성과 기소의 공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짚으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이미 60여 년 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확인된 우리 사회의 원칙”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성기 교수는 “검찰의 수사·기소독점권은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까지 더해져 오늘날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낳았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공수처 설치 등 수사기관의 다양화를 통해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시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우리 시대의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요 사안마다 언론은 해석을 달리하고 태도를 바꿉니다. 반복되는 언론의 일관성 없고 무책임한 보도태도를 보고 있으면,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올바른 길로 가도록 언론이 감시해야 하지만 정치판 플레이어로 뛰어들어 중립성과 공정성은 내팽개친 채 편들기 보도를 일삼는 사례는 더 늘고 있습니다. 말로는 ‘국민 의견이 중요하다’면서, 정작 국민의 목소리는 담지 않은 언론이 균형 잡힌 보도로 바로 서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4월 11~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2022년 4월 11~1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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