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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예능’ 망가뜨린 신권언유착 ‘유퀴즈 사태’, 정치권은 방송 개입에 손 떼라
등록 2022.04.2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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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예능’ 망가뜨린 신권언유착 ‘유퀴즈 사태’,

정치권은 방송 개입에 손 떼라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 예능’ 프로그램에 돌연 등장해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방향 제시에 주력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CJ ENM 계열 tvN 간판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사생활 이야기로 이미지 미화에 나서자 예능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크게 일어났다. 한편에서는 정치권력의 방송 개입과 미디어 재벌의 자발적 충성이 빚어낸 촌극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거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면서 다가올 ‘신권언유착’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길 위에서 만나는 우리네 이웃의 삶, 저마다 써 내려간 인생 드라마의 주연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라는 프로그램 소개 문구처럼 거리의 시민들에서부터 전문 직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대화를 통해 삶의 애환과 행복, 희망을 전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공익성을 인정받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사회문화발전’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정권의 방송 개입, 재벌 미디어의 충성 방송 예고인가

 

 

그런데 4월 20일 방송분에 윤석열 당선자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시청자게시판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방송 다음 날인 4월 21일에는 하루에만 3,600건이 넘는 항의 글이 올라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게다가 윤석열 당선자 출연을 진행자도 몰랐을 정도로 비밀리에 추진된 사실과 출연자 선정 원칙을 둘러싼 청와대 관계자와의 공방에 이어 담당 연출자들이 퇴사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와 ‘윤석열 출연’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검사 출신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와 윤석열 당선자의 친분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의심은 검사 인맥을 매개로 한 권력과 언론미디어 유착이 새 정부에서 노골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로이 넘길 수 없다. 시청자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tvN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가 석연찮은 이유로 종영된 것처럼 제작 자율성 침해 사태가 또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그때와 다른 점은 미디어 기업의 대표가 대통령 당선자와 같은 검찰 출신이며, 권력이 요구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친정권적인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정치인의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그간 시청자의 알권리라는 이유로 선거 시기마다 당연한 일로 여겨져 왔지만, ‘방송의 정치선전 도구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사 토크쇼나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예능 출연을 넘어, 정치인이 직무와 별 연관성도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와 ‘소탈한 이미지’ 만들기로 당사자의 정치적 공과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방송을 활용한 이미지 정치는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를 공적 담론의 생산보다 사생활과 결부된 ‘재미’로만 소비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우리 사회 민주주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방송사들은 자율성 침해와 이미지 정치 악용 막아라

 

 

우리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방송 프로그램은 거대 미디어 그룹의 사유물이나 정치권이 선거 승리로 챙겨가는 전리품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것이며, 지지율과 표를 얻기 위해 방송을 이용하려는 정치권력과 그에 결탁하는 미디어 권력에 단호히 반대한다. 과거 공영방송 예능 PD의 대거 이직을 촉진했던 사유에는 정치권력의 제작 개입과 이에 호응한 경영진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수년간 제작진과 출연진, 시청자들이 함께 가꿔온 좋은 예능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권언유착의 희생양으로 망가진 현실을 보고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에 무심하다면, 지지율과 시청률의 동반 몰락과 함께 정권과 재벌 미디어에 대한 시민의 신뢰 상실만 초래할 것이다. 정치권은 방송 개입에 손을 떼고 정치의 본분에 충실하라. 방송사들은 제작 자율성 침해와 이미지 정치의 악용을 막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예능 출연을 중단하라. 그것이 이번 사태를 생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2022년 4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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