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뽕이다 I 조선희 미디어팀 팀장
등록 2022.05.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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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게 말하자면 ‘광주는 뽕이다’라고 해요. 오월 광주를 다녀오고 난 뒤 생기는 그 마음, 그 광주정신이 짧게는 3개월, 길면 1년 정도 간다는 거죠.” 화창한 5월 둘째 주 토요일. 민언련은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오월 광주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해마다 5‧18 즈음이 되면 회원분들과 함께 광주순례를 떠나는데요. 올해가 광주순례를 시작한 지 3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고, 코로나19로 3년 동안 쉬었던 행사를 재개하는 것이기도 해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광주는 뽕이다.’ 이번 광주순례 말미에 사무처 식구 중 한 명이 남긴 다소 저렴(?)한 소감이었는데요. 건강식품보다 불량식품이 맛있듯 제겐 무척 맘에 든 소감이었습니다.

 

그만큼 오월 광주는 여운이 있습니다. 80년 광주나 그 당시 시대를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국립 5‧18민주묘역을 찾아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영면한 열사분들을 참배하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 뜨거움이 솟는달까요. 새 물통에 물감 묻은 붓을 집어넣을 때 느리지만 강렬하게 물감이 퍼지듯 잔잔한 마음에 파문이 이는 느낌입니다. 올해는 80년 해직언론인이자 전 민언협 실행위원‧전 한겨레 이사를 지낸 박성득 선생이 함께해 5.18민주묘역에 계신 송건호‧리영희‧김태홍 선생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나눠주셨는데요. 유쾌한 말씀 중에도 송건호 선생 차례에서 울컥하는 박성득 선생을 보며 저도 눈물을 따라 훔치기도 했습니다.

 

묘역 참배 이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흔적이 남아 있는 전일빌딩245를 들렀습니다. 광주순례를 가면 5‧18 관련 강연을 듣거나 역사 현장을 찾곤 하는데, 전일빌딩245는 리모델링 추진 이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새롭게 개관했기 때문에 민언련으로서는 처음 찾은 장소였습니다. 전일빌딩 10층 기둥과 바닥에 남은 헬기 사격 탄흔을 보며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고, 옥상에 올라 시민군 거점이자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을 바라보며 그날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2016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전일빌딩 총탄 흔적이 헬기에서 쏜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이후 이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이 추진됐는데요. 원래 계획대로 생활문화센터, 스카이워크 등이 포함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면 정말 큰일이었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깊은 여운의 끝에는 회원 여러분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회원분들을 직접 대면한 행사는 실로 오랜만이었는데요. 이른 아침 같은 버스를 타고 내려가 점심‧저녁을 함께하며 나누었던 웃음, 일정을 소화하며 공유한 기쁨, 슬픔, 추모하는 마음, 연대감. 이 모든 건 광주순례 일정에 함께해 준 회원 여러분이 있기에 가질 수 있던 감정입니다. 오랜만에 저 스스로가 ‘시민’단체 활동가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날 따스했던 볕과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바람, 회원 여러분들의 진심이 계속 떠오릅니다. 저렴하게 말하자면 회원 여러분은 ‘뽕’인가 봅니다. 광주순례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민언련 광주순례의 ‘뽕’에 취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함께해요.

 

조선희 미디어팀 팀장

 

2022년 민언련 광주순례

2022년 민언련 광주순례 함께한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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