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여름호] [대담 '회원이 묻고 대표가 답하다'] 민언련의 새로운 변화, '시민참여'에서 길을 찾자
등록 2022.08.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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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돈 회원, 박미정 회원, 이진순 상임공동대표, 채영길 공동대표(왼쪽부터)가

5월 13일 서울 종로구 민언련 3층 테라스에서 특별대담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범회원'이 대표단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2022년 민언련 제25차(통합 36차) 정기총회에서 신임 임원으로 선출된 이진순 상임공동대표, 채영길 공동대표에게 회원이 직접 묻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진순 상임공동대표는 취임사에서 "새로운 변화, 새로운 방향 설정을 목표로 2030세대 회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채영길 공동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민언련의 역할은 언론・미디어에서 소외된, 언론・미디어가 왜곡하는 시민들을 조직해 서로를 만나게 하고 사회적 공론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대표단의 목표인 '회원 중심 민언련, 시민참여 중심 언론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상은 무엇일까?

 

박미정 회원은 2019년 회원가입 이후 적극적 활동으로 '신입회원상'을 수상하고, 2020년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진상규명 및 조선미디어그룹 불법경영 의혹 수사 촉구 등에도 참여해 '모범회원상'을 받았다. 최영돈 회원은 2020년 부터 민언련 '회원수첩' 제작기부 등 지속적인 후원으로 2022년 '모범회원상'을 받았다 5월 13일, 서울 종로구 민언련 3층 교육관에서 진행된 신임 대표단과의 대담 속으로 들어가보자.

 

신임 대표단,'변화와 활력이 되라'

이진순(민언련 상임공동대표) 안녕하세요. 두 회원님은 민언련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시고 간식, 수첩 등을 정성껏 기부해준 사연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데요. 반갑습니다.

 

채영길(민언련 공동대표) 회원님들과 직접 이야기 나누는 게 처음이라 좀 떨리는데요. 두 분과 대화를 통해 고민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박미정(민언련 회원) 대담에 참여하게 돼 기뻐요.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됐는데요. 오늘 민언련을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영돈(민언련 회원) 회원이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조금이나마 민언련에 도움될 수 있다면 영광스럽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겠다고 마음먹고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이진순 상임공동대표님에게 먼저 질문할게요. 상임공동대표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이진순 김서중 전 상임공동대표님은 반평생을 민언련 활동을 한 산증인이자 대들보 같은 분이였죠. 공동대표일 때는 그런 민언련의 큰 선배님 옆에서 배우고 익히는 보좌역 같은 마음으로 임했는데요. 민언련 경험이 짧은 저를 상임대표로 뽑아준 것은 민언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힘이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분들의 조언을 듣고 있습니다. 오늘 회원분들과의 만남도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해요.

 

박미정 올해는 총회준비위원회에 회원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는데, 채영길 대표님이 공동대표 추천 수락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고민이었나요?

 

채영길 민언련 역사가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 하다 보니 그 정통성과 대표성을 떠올리면 부담이 됐죠. 김서중 전 상임공동대표님은 오랜 기간 민언련 활동을 해오면서 맺은 관계나 시민과 연대해온 기간이 긴데, 제가 잘 계승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어요. 그런데도 공동대표를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 이유는 민언련이 지금 전환기에 있다고 봐요. 저를 추천한 분들도 민언련이 이미 역할을 잘 하고 있는 점은 살리지만, 새로운 주체가 들어와서 변화를 이끌어내 기를 기대하신 듯해요. 제가 그런 변화를 만들 부리나 줄기가 되긴 어렵지만, 자양분이 될 수 있는 흙과 같은 역할을 할 순 있지 않을까, 특히 이진순 상임공동대표님이 언론운동의 새로운 세대를 만든다는 의지를 갖고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을 보면서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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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순 상임공동대표가 미디어 기본권 개념과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생존・안전에 미디어 필수,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최영돈 민언련이 20대 대선 미디어정책 과제를 발표하면서 시민의 '미디어 기본권' 실현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는데요.

 

이진순 정책위원회에서 미디어 기본권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어요. 지금까지 정의한 '미디어 기본권'은 지역, 소득, 교육, 장애 여부, 연령, 성별 등 다방면에서 차별 없이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미디어를 이용하고 공론장에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가장 기초적으로는 접근권이 있는데요. 미디어나 통신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의 소유여부도 포함돼요. 기기가 있어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적합한 교육을 받았는지도 살펴볼 수 있고요. 요즘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미디어 리터러시도 국가에서 평등하게 제공해줘야 해요. 다양한 기기의 적절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해야 한다는 거죠.

교육이 국민 기본권인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정부가 교육 불평등이 커지지 않게 의무교육을 보장하는 것처럼 현대 사회에선 미디어가 생존,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됐으니 국민 기본권 차원에서 보장하라는 요구죠. 영화 기생충을 보면 주인공들이 와이파이(Wi-Fi)를 이용하려고 화장실에서 신호를 쫓기도 하는데, 요즘은 취업이나 연수도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재난문자도 미디어 기기를 통해 전달하잖아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 생존과 생업에 필요한 필수서비스라는 거지요. 모든 시민이 차별이나 혐오, 배제 없이 자신의 견해를 공론장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발언할 수 있게 보장하는 권리도 미디어 기본권에 해당됩니다. 시민의 미디어 기본권 확보를 위해서 공영미디어의 역할이 바로서는 것도 중요한데요. 공영미디어라면 시민을 주인으로 시민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고, 시민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 공영미디어의 명실상부한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시민의 권리죠.

 

채영길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미디어이고, 일상의 중요한 정책과 제도를 결정하는 곳이 정치권인데 그 정치권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도 언론 미디어거든요. 그런 미디어와 관련한 소통환경이 모든 것의 기본입니다. 기본권은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하는 삶의 조건을 우리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데요. 미디어를 통한 소통환경을 기본적 권리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입니다. 비록 표현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명문화돼 있지만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모순되고요. 시민 모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통하고, 요구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게 제시돼 있지 않아요. 이를 통해 언론의 의제나 어젠다가 결정되는 과정에 시민참여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고요. 이런 기본권을 실현하고 공론화시킬 수 있는 권리를 제도화하자는 게 미디어 기본권입니다.

 

이진순 미디어 기본권이 보장되면, 독자권익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강력한 권한을 갖고 언론의 반복되는 관행이나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하자는 것도 포함됩니다.

 

채영길 지금 언론이 따라야 할 헌법의 근거는 표현의 자유밖에 없어서 언론의 책임과 시민 참여를 이야기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미디어 기본권이 생기면 언론내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언론의 자율규제기구도 우리 삶에 대해 논의하는 기구이니 시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가 되고, 언론・미디어와 관련한 주요 정책결정에 시민의 직접 참여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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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공동대표직 추천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말하는 채영길 공동대표

 

민주당 2중대? 민언련은 오로지 '시민' 중심

박미정 민언련은 여론의 양극단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는데요. 보수진영은 좌파단체나 민주당 2중대로 지칭하고, 다른 쪽에서는 너무 중립적인 자세라고 비판합니다. 어떻게 보는지요?

 

이진순 솔직하게 답변할게요, 맞습니다(웃음). 민언련은 민주당 2중대라고 비판받기도 하고, 민주당을 너무 돕지 않는다고 비판받아서 애를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민언련 활동기준은 민주당이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중도나 중립도 아닌데요. 민언련의 정파성이 뭐냐고 묻는다면 '시민당파'에 의해 움직이는 단체라고 말할 수 있죠. 건강한 시민공동체를 어떻게 키우고 강화할 것인지, 이를 위한 공론장을 어떻게 만들고, 권력을 감시・견제・비판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민언련의 역할입니다. 가끔 민언련에 민주당과 관계를 묻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민언련이 민주당의 편인가'를 묻기 전에 '민주당은 시민의 편이냐'고 먼저 묻고 싶어요. 민언련은 어느 당이냐를 떠나서 시민의 편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부족하면 비판하고, 잘 하면 칭찬하죠. 이런 기준은 변함없을 것입니다.

 

박미정 어느 편이냐는 반복된 질문으로 민언련 활동이 제한되진 않나요?

 

이진순 심리적으로 힘들 때도 있죠. '왜 몰라줄까' 하는 마음도 들곤 하는데요. 민언련이란 매개를 통해 함께 활동하는 것은 더 나은 언론을 만드는데 보탬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잖아요. 그 진심을 기본으로 서로 단단하게 연대하려면, 기존의 양당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은 자제해야 해요. 오히려 기득권, 자본권력. 적대와 혐오로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맞서 시민 공론장을 어떻게 잘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다른 정치세력이 그 기준을 넘나들면서 오락가락할 때 우린 그 기준에 기반해 평가해야 하죠.

 

모니터활동, 회원・전문가도 함께하는 열린 구조로 전환

박미정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디어 환경도 바뀌고 있는데, 민언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채영길 민언련은 언론을 통해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큰 줄기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어떤 언론 환경에서 민주주의를 더 심화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데요. 민언련은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민주주의 발전을 해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면서, 대중적이며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언련 공동대표가 된다고 하니 주변 반응이 비슷했는데요. 놀라면서도 축하 인사는 조심스러워했어요. 격려와 우려가 중첩되어 있는 듯한데요. '현재 민언련이 회원뿐 아니라 시민이 기대하는 바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니터를 예로 보자면, 주제와 방법・빙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민언련 모니터보고서를 보면 비판 내용이 정교하고 합리적이에요. 그런데 동시에 시민들이 공유하고 논쟁하는 기사와 의견을 보면 훨씬 빠르고 직관적이며 감각적이거든요. 민언련이 보고서를 냈을 때 지성적으로 보일 순 있지만 보다 다채롭고 효과으로 보이진 않을 수 있어요. 두 가지를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민언련이 미디어를 어떤 내용과 비전으로 모니터할 것인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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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회원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언련 역할에 대해 묻고 있다.

 

이진순 회원 중심의 활동 방안도 새 집행부의 고민이에요. 회원이 민언련 활동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게 다양하고도 유연한 운영방식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앞서 언급된 모니터의 경우 열린 구조로 바꿔보려고 해요. 활동가, 정책위원뿐 아니라 관심 있는 회원과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열린 플랫폼 구조로 가자는 거죠. 혐오와 차별도 중점사업 주제인데요. 미디어 속 혐오와 차별은 어떤 동기에서 시작됐든 건강한 소통을 막고, 피해자를 낙인찍어 펌훼・배제 하는 방식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미정 좋은 시도네요. 민언련이 모니터보고서를 꾸준히 발표하는데 정치에 관심 많은 시민들도 잘 모르는 게 안타까웠어요.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이 적극 모색했으면 합니다. 지금 모니터보고서는 언론개혁에 처음 관심 갖는 분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에요. 오래 활동한 회원에게는 지나간 관심사이거나 알고 있는 내용도 많고요.

 

세대 간 소통과 회원참여 행사 확대

박미정 시민단체 주축이 대부분 중장년층인데 2030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간극이 크다고 느껴져요.

 

이진순 꼭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재단법인 와글'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청년 정치인을 지원하는 게 주된 일이에요. 그런데 활동하다 보면 2030 청년 정치인을 돕는 게 아니라 되레 그들을 통해 배우는 점이 더 많아요. 저도 성장하는 거죠. 청년들과 대화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세대가 다르다고 대립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을 공유하면 서로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거에요. 세대 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인식의 한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고 봐요. 우리가 그리는 사람 사는 세상은 서로가 존중받는 세상이잖아요.

 

최영돈 기존 회원과의 교류나 세대별 융화도 중요한데요.

 

이진순 2030 회원은 당연히 확대해야죠. 그렇다고 민언련 주축인 중장년층 회원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한 사회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해야 하는데, 시민단체 회원이 중장년층에 편중돼 있어요. 지속가능한 시민운동을 위해서는 새롭고 시대감각을 가진 청년층과 결합해야 해요. 2030 회원 확대는 심각한 세대 불균형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2년 만에 광주순례를 재개하고, 9월에 회원캠프를 여는 등 회원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대폭 늘리려고 합니다. 앞으로 회원참여 활동 강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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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돈 회원이 회원참여 프로그램 확대 방안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박미정 신입 회원들이 민언련 역사나 활동을 알게 되는 교육과 회원으로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회원들이 함께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서로 얼굴 보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고요.

 

이진순 마포에서 서촌으로 민언련을 옮길 때 가장 고민한 대목이 교육할 공간이 충분한가였는데요. 현재 교육관이 아주 좋은 공간인데 활용도를 높여야 해요. 민언련이 축적해온 언론자료를 활용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할 수 있고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작엔 정말 좋은 보도가 많은데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게 시사회를 하거나 기자・PD가 참여하는 GV도 열 수 있고요. 취미 동호회나 스터디모임 등 다양한 참여형 이벤트와 행사를 마련하겠습니다.

 

최영돈 민언련 미래가 창대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지만(웃음),좀 더 대중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 매체에 많이 홍보돼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모르는 사람들도 민언련을 알게 될 것이고, 민언련의 가치를 높일 수 있으니까요.

 

이진순・채영길 의견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서 좋았습니다.

 

최영돈・박미정 유익한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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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회원'과 신임 대표단이 민언련 교육관에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담 박미정・최영돈 회원

정리 신미희 사무처장, 서혜경 활동가

사진 이병국 이사

 

▼날자꾸나 민언련 2022년 봄+여름호(통권 221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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