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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엔 ‘의심’, 청와대엔 ‘신뢰’하는 종편 행태

100만 촛불 앞에 CCTV 자처하는 종편은 언론이 아니다
등록 2016.11.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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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연행자 0명, 경찰 부상자 0명
4차 주말 촛불집회에서는 아무도 다치거나 끌려가지 않았다. 대다수의 언론들이 ‘축제로 자리 잡은 촛불집회’라거나 ‘꽃보다 아름다운 평화의 촛불’, ‘평화시위의 교과서’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집회는 수능을 마친 고교생을 포함한 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집회라 어른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려 함께 노력한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행여 폭력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내며 함께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는 300여 명의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지만 국민은 수천, 수만 명의 아이들을 앞으로도 쭉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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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찾아 눈에 불 켜는 종편, ‘채널 CCTV’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민들의 함성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들은 여전히 귀를 막고, 해서는 안 될, 하고 싶은 말만 골라 하고 있다. 그동안 진실을 덮으면서 덩치를 불리고 커질 대로 커져 버린 보수언론들에 대한 책임이 느껴져,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다.


촛불집회 중계방송을 했던 채널A와 TV조선은 연행자와 부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집회 결과가 다소 아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중계방송 내내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을 찾아내려 애쓰는 흔적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 방송사들이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거나 평화롭게 축제를 즐기듯 어우러지는 모습들을 보도한 것과 달리 두 보수 종편 방송사들의 화면에서는 반/반으로 나뉜 모습이 주로 나타났다. 방송화면의 반은 어두컴컴한 경찰의 헬멧으로, 나머지 반은 빼곡한 시민들의 모습으로 채우고 있었다. 채널A와 TV조선의 방송은 촛불집회의 중계방송이 아니라 폭력의 증거를 찾기 위해 클로즈업한 CCTV였다.


지난 3차 촛불집회 때 TV조선은 20건의 뉴스보도를 하면서 폭력 상황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TV조선은 청와대 앞 내자동 로터리 집회 상황을 보여주면서 “시위대 중에서도 과격한 주도세력이 있는 것 같다. 차로 밀고 오면 위험하다. 경찰이 다칠 수 있고 뚫리면 청와대까지 걷잡을 수 없다”(11/12)라고 방송했다.


<평화적 대형 집회 전통 만드나>의 타이틀을 내보내면서도 “폭력 행위 하나로 전체의 폭력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경찰도 유연 대처할 필요가 있고 시위대도 목소리 충분히 내고 있으므로 폭력 행위까지는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쪽에 깃발 흔들리는 모습 보이는데 자세히 확인 안 되는데 노조나 단체 상징하는 깃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채널A는 이날 방송에서 내자동의 ‘탈진 환자 발생’ 사태만 6건에 걸쳐 긴 시간 할애했다. 내자동 및 경복궁 앞 사거리 등 청와대 앞 상황을 10여 건의 보도로 방송하면서도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라는 멘트를 반복한 SBS와도 대조적이었다.


12일과 13일, 언론사들은 일제히 ‘비폭력 평화 집회’에 찬사를 보냈지만, TV조선은 <최종 23명 검거>를 강조하며 “이번 촛불집회는 외신도 극찬할 정도로 평화롭고 안전하게 진행됐”지만 “‘옥의 티’도” 있었다고 ‘내자동 폭력 상황’을 전했다. 기자는 일부 시민들의 물리적 충돌 장면을 보여주면서 “일부 시위대는 경찰의 방패를 뺏거나 헬멧을 벗기기도 했”다고 했는데 정작 시민들이 방패를 다시 돌려줬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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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할 일 외면하는 종편


촛불로 민심을 표현하는 국민을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사태의 진실을 찾아내고 잘못을 짚어내어 국정을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에도 언론이 할 일이 많다. 하지만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을 덮고 왜곡하기에 여념이 없다.


TV조선은 국가 2급 비밀인 대통령의 혈액이 유출된 것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며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였다. 박 대통령의 비선 진료에 대해서도 불법성과 특혜의혹은 묻어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고령의 여성이고, 가족을 멀리해 그런 듯”하며, ‘청와대에 특수 미용 주사제’가 없기 때문에 비선 진료를 받았다고 방송(11/17)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직을 그대로 유지하든지, 아니면 탄핵을 당하든지, 둘 중 하나”라 강조하며 오히려 ‘대통령 버티기’에 ‘야당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 조사뿐 아니라 국민적 요구인 하야와 퇴진도 거부하고 지지층 재결집에 나선 청와대에 대하여 “이 같은 판단은 결국 대통령직 유지를 위한 핑계일 뿐, 여론 수렴이 기본인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고, 잘못에 대한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대목”(11/17)이라고 질타하는 JTBC와는 많이 다르다.


이처럼 끊임없이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고 있는 보수 종편 방송사는 100만 국민의 촛불이 보여주는 엄중함을 진정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서도 얻으려는 게 있기 때문인가.
 

이병남(민언련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