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역대급 좋은 보도’, JTBC의 ‘최순실PC 단독보도’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등록 2016.11.23 16:44
조회 984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6년 10월 ‘이달의 좋은 신문‧방송‧온라인 보도상’과 ‘이달의 나쁜 신문‧방송’을 선정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부문은 한겨레의 ‘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 단서제시 보도(손준현‧노형석 기자)가, 방송부문은 JTBC ‘최순실 PC 청와대 문건’ 폭로 보도(손용석․서복현․심수미․김태영․박병현․김필준 기자)가 선정되었다. 온라인 부문은 민중의소리 <경찰이 “파기했다”던 상황속보 입수 “백남기 물대포 맞아 부상, 뇌출혈” 기록 담겨>(옥기원 기자)가 선정되었다. 기자들과 함께 하는 시상식과 간담회는 11월 25일(금)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아래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 사유이다.

 

2016년 10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 보도’ 심사 개요

좋은 방송 보도

‘최순실-박근혜 국정파탄’의 진상 드러낸 JTBC 최순실 보도

매체 : JTBC, 보도명 : ‘최순실PC 최초 보도’ 13건

보도일자 : 10월 24일, 기자명 : 최순실게이트 특별취재팀

나쁜 방송보도

자사 사장의 ‘국감 답변 거부 사태’ 지우고 ‘뉴스 사유화’한

매체 : KBS, 보도 : <“수신료 현실화”…‘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

보도 일자 : 10월 24일, 기자명 : 남승우 기자

선정위원

강기석(자유언론실천재단 운영위원), 김동훈(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종한(언론소비자주권행동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간사), 서명준(언론학 박사),

이봉우(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간사),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에서 보도한 뉴스

 

 

 

좋은 방송보도, ‘최순실-박근혜 국정파탄’의 진상 드러낸 JTBC


10월 25일부터 지상파 3사와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7개 방송사의 저녁 종합뉴스는 ‘박근혜 국정파탄’으로 보도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 씨는 군사 기밀을 포함한 청와대 문건을 받아 봤고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의 옷부터 해외 순방까지 권한도 없이 국정을 좌우했고 차은택 씨 등 그 측근은 문화체육관광부를 장악하여 이권을 갈취하고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 개성공단 폐쇄부터 ‘통일 대박’ 발언까지,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최 씨의 결정에서 비롯됐으며, 최 씨가 다니는 단골 병원 의사들은 주치의도 모르게 박 대통령을 독대 진료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해당 병원 중 한 곳은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대장을 긴급 파쇄 했고 또 한 곳은 주사제를 대리처방 했다. ‘세월호 참사 7시간 의문의 행적’이 결국 이 ‘비선진료’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끝도 없는 ‘국정파탄’에 100만 시민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이 모든 사태는 10월 24일, JTBC의 보도로부터 시작됐다.

 

‘송민순 회고록 종북몰이’에 밀린 ‘최순실 게이트’, JTBC만 천착했다
‘박근혜 국정파탄’ 사태의 진상을 드러낸 JTBC의 활약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10월 24일 이전의 보도부터 살펴봐야 한다. 9월 한겨레가 미르‧K스포츠 재단 비리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그 자매사인 TV조선 채널A는 물론, 지상파 3사, MBN, YTN, 연합뉴스TV 등 대다수 매체는 침묵했다. 10월 14일 이후에는 방송사들이 모두 ‘송민순 회고록’을 빌미로 한 정부‧여당의 ‘문재인 종북몰이’에 진력했다. 반면 JTBC는 꾸준히 ‘최순실 게이트’에 천착했다. 
JTBC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한 20일 이후가 되어서야 ‘최순실 게이트’에도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19일까지는 ‘송민순 회고록 종북몰이’의 보도량이 훨씬 많고 MBC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 보도량이 고작 1.5건에 불과하다. KBS 기자들은 9월 20일부터 10월 17일까지 KBS <뉴스9>에서 ‘최순실’ 이름 석 자가 언급된 보도가 6건밖에 없다며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JTBC는 다르다. JTBC는 계속해서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했고 ‘송민순 회고록’ 이슈가 터졌을 때도 홀로 권력의 심부를 파헤쳤다. 17일에는 최순실 씨가 미르재단의 배후라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폭로를 보도했고 19일에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고영태 씨의 증언도 단독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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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종북몰이’ 보도량과 ‘최순실 게이트’ 방송 보도량 비교(10/14~23)

 

청와대의 ‘모르쇠’와 개헌 카드, JTBC의 역공

JTBC가 고영태 씨의 폭로를 통해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받아 수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곧바로 전면 부인했다.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5일이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카드’를 꺼내들어 ‘최순실 국정개입’으로 급격히 쏠리는 정국을 수습하려 했다. 같은 날, JTBC는 ‘최순실 국정개입’의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했다. 최 씨가 사용한 태블릿 PC를 입수해 그 안에 있던 각종 청와대 문건과 최 씨의 수정 정황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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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국정파탄 사태’ 포문 연 JTBC ‘최순실PC’ 최초보도(10/24)

 

 

JTBC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수정” 파문>(10/24 https://bit.ly/2eVRr4K) 등 13건의 보도는 극비에 해당하는 ‘드레스덴 연설문’,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대선 유세문 등 ‘VIP 말씀자료’로 불리는 청와대 문건들이 최 씨에게 유출됐다고 전했다. 모든 문건은 실제 박 대통령 발언보다 길게는 사흘 전에 전달됐고 최 씨가 빨간 글씨와 밑줄로 수정한 흔적도 역력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관을 드러낸 ‘드레스덴 연설문’은 최 씨의 수정이 반영된 채 박 대통령의 입으로 전달됐다.


이 보도의 파문은 상당했다. 개헌 카드로 역전을 노리던 박 대통령은 다음 날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으나 성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JTBC는 이후에도 계속 보도를 이어나갔다. ‘최순실PC’의 다른 파일들의 내용도 공개됐는데 충격파는 더 컸다. 최 씨는 우리 군과 북한의 극비 접촉,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일본 아베 정부 특사단과의 비공개 만남 등 외교‧안보기밀까지 미리 받아보고 있었다. 대통령 취임식 전반도 최 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취임식에 쓰였던 ‘오방낭’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국정파탄’의 실체, 방아쇠 당긴 JTBC
10월 24일 JTBC 보도 이후 상황은 정부‧여당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졌다. JTBC의 보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일부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에 나서자 모든 매체가 최순실 씨의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물론 개인적인 관계까지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했다. TV조선이 대표적이다. 7월에 이미 미르재단의 대기업 모금에 안종범 전 정책수석이 개입되어 있음을 보도하고도 9월과 10월 침묵했던 TV조선은, JTBC 보도 다음날이 되어서야 가지고 있던 특종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TV조선은 최순실의 ‘대통령 의상실 영상’을 공개했고 최순실 씨 최측근 사무실에서 발견된 하남시 부동산 개발 관련 청와대 문건, 민정수석실 인사 관련 청와대 문건, 극비 대통령 순방일정표 등을 단독 보도했다. 모든 언론이 가세하면서 최순실 씨의 측근은 물론, 최 씨 일가 전체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정 전반을 좌우하고 있었고 그 목표는 사사로운 이권이었으며 곳곳에 인사 전횡까지 일삼아 국기를 뒤흔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태는 100만 시민이 광장으로 나와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수준으로 진전됐다. 모두 JTBC가 ‘최순실 PC’ 최초 보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TV조선도 잘했다? 치열하고 치밀한 JTBC에 비할 바 못 돼
일각에서는 JTBC 못지않게 매일 같이 특종을 쏟아내면서 최 씨 일가의 전횡을 폭로한 TV조선도 공로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TV조선의 전체 보도 태도를 보면 쉽게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일단 9월과 10월, 한겨레와 JTBC가 ‘최순실 게이트’에 고군분투할 때 TV조선은 침묵했다. 7월에 먼저 단독보도를 내고도 어째서 침묵했을까.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최순실 의상실 영상’까지 확보하고 있던 상황에서 2달이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 JTBC의 경우 19일 고영태 씨의 ‘최순실이 연설문 수정’ 폭로를 보도한 후 5일 만에 ‘최순실 PC’를 증거로 내놨다. 10월 24일 이후의 상황에서도 TV조선은 여러 모로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하고 있다. TV조선은 여당이 거국내각을 역제안한 30일 이후 줄곧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조건으로 내건 야당을 비판했고 박 대통령의 ‘자리보전’을 정당화했다. 심지어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띄우는 보도도 이어져 ‘보수 정권 재창출’의 의도를 노골화했다.


반면 JTBC는 오로지 ‘국정파탄’에 집중하면서 대통령의 책임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11월 3일 검찰이 최순실 씨 구속영장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자 JTBC는 <변양균 사례로 본 ‘직권남용’>(11/3)에서 최순실 씨의 ‘직권남용’ 혐의가 무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 씨의 죄가 대통령과 연결되어 있음을 주지했다. 4일 대통령의 2차 사과에도 JTBC는 조목조목 반박을 달았고 <인사강행→수사자청…시나리오 따랐나?>(11/4)는 지난주부터 4일 대국민담화까지 이어진 청와대의 움직임이 “누군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서 지휘를 하기라도 하듯이 일사불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방송사는 7개사를 통틀어 JTBC뿐이다. TV조선이 머뭇거리며 JTBC보다 뒤늦게 ‘최순실 단독보도’를 내놓고 그 이후에도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반면, JTBC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정파탄’을 파헤치며 ‘최순실 PC’ 최초보도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JTBC는 10월 24일 이후에도 꾸준히 단독보도를 내면서 ‘최순실 병원 특혜 및 대통령 주사제 대리처방’, ‘청와대의 최순실 사태 사전 대응문건’ 등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국정파탄’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목도하고 있는 ‘국정파탄’은 역사상 초유의 사태이며 언론이라면 반드시 국민에게 알렸어야 할 사안이다. JTBC의 10월 24일 ‘최순실PC’ 보도는 이 모든 상황을 가능케 한 시발점이자, 권력의 치부를 고발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JTBC의 ‘저널리즘 정신’의 발로이기도 하다. 

 

 

나쁜 방송보도, 자사 사장의 ‘국감 답변 거부 사태’ 지운 KBS의 ‘뉴스 사유화’

 

11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은 2014년 6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 넉 달 동안 17번에 걸쳐 청와대가 KBS의 인사와 방송에 개입한 정황을 폭로했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을 공개한 것인데 비망록에는 “KBS 이사 우파 이사 - 성향 확인 요”와 같은 청와대의 인사 개입 내용과 “문창극 KBS 보도-중징계-방심위”라는 보도 개입 정황이 기록되어 있었다. 지난 6월 30일에도 언론노조 등 7개 언론단체가 ‘이정현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렇듯 청와대와 공영방송 KBS의 ‘밀월관계’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지난 7월 ‘이정현 녹취록’에 침묵하는 KBS 간부들을 비판했던 정연욱 기자는 제주방송총국으로 전출을 당했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추락의 중심에는 취임 당시부터 ‘청와대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KBS 고대영 사장이 있다.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의원이 ‘이정현 녹취록’ 관련 보도가 없었던 이유를 보도본부장에 묻자 고대영 사장은 “답변 하지마”라고 명령해 파문을 일으켰다. 심지어 유 의원에게는 “언론 자유 침해라고 본다”고 말해 언론 자유 탄압에 앞장선 당사자가 언론 자유를 운운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더 놀라운 것은 같은 날 이 상황을 보도한 KBS <뉴스9>의 보도였다.

 

고대영 사장의 “답변 하지마” 사태는 지워버린 KBS, 스스로도 부끄러웠나  
KBS <“수신료 현실화”…‘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10/11 https://bit.ly/2e3yGfI)는 고대영 사장이 ‘답변 거부 지시 사태’를 벌인 미방위 국감을 전한 보도이다. 이 보도를 시작하는 앵커의 멘트는 “지상파 UHD TV 개시를 앞두고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재난방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는 것이다.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리포트에서도 고 사장이 일으킨 ‘답변 거부 지시 사태’는 KBS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된 채 전달됐다. 기자는 화면도, 상황 설명도 없이 “뉴스 보도를 문제 삼은 일부 의원의 질의를 놓고는 '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 불거졌”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국회에 출석을 시켜서 보도본부장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답변을 요구하는 사례는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라며 고 사장을 두둔한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KBS는 곧바로 “국민의 대표 방송인 KBS가 더욱 공영성을, 공공성과 공익성을 갖추어 나가게끔 우리가 그동안에 있었던 문제를 짚어주는 것이고”라는 박홍근 더민주 의원의 발언도 덧붙였는데 내용상 아무런 관련도, 맥락도 없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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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 고대영 사장의 ‘국회 모독’ 편집해 보도한 KBS(10/11)

 

같은 날 채널A는 고 사장의 ‘답변 거부 지시 사태’를 모두 보여준 후 “증인의 검증을 방해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고”라고 비판한 박홍근 의원 발언을 보여줬다. KBS는 박 의원 발언 중에서도 자사에 불리한 내용 대신 KBS의 ‘공익성’을 북돋는 내용만 취사선택해 보도에 끼워 넣은 것이다. 반면 유 의원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고대영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질의 과정을 방해했는지는 KBS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언론 자유 침해였다’는 식의 편집이다. 공영방송 KBS가 뉴스 편집권을 남용하여 자사 사장이 저지른 ‘국회 모독 사태’를 은폐했다고 할 수 있다.

 

KBS에 유리한 내용만 ‘짜깁기’, ‘악마의 편집’
KBS가 보도한 다른 내용도 문제다. 해당 국감에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으나 KBS 보도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KBS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가 513억 원이나 되는데, 경영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민경욱 새누리당 의원), “지난 30년간 자장면 값은 엄청나게 많이 올랐는데, 수신료는 2,500원 그대로입니다”(배광덕 새누리당 의원) 등 KBS의 자금난을 우려하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 장면들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KBS는 여기다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중요한 재원이 뭐겠습니까, 수신료입니다.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라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발언도 끼워 넣었는데 ‘악마의 편집’은 여기서 절정에 이른다. KBS보도만 보면 마치 추혜선 의원도 여당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KBS에 대한 재정 지원과 수신료 인상에 동의한 것처럼 보인다. 명백한 왜곡이다. 이날 추혜선 의원은 공익 의무가 있는 KBS가 지나치게 이윤만 추구하고 있어 ‘민영화’나 다름없는 상태라 지적했다. KBS가 싹둑 잘라 보도한 추 의원 발언 전후 실제 발언을 살펴보면 “재원의 안정을 꾀하려면 공영방송의 틀 안에서 정도를 좀 걸어주셨으면 좋겠다” “혹 국민을 설득하기 싫어서 혹은 야당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 싫다, 싫어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들은 분명히 새기고 새겨야 될 부분이다. 그리고 수신료 현실화 부분을 놓고 다른 어떤 부대사업들을 확장하려는 부분들은 공영방송 KBS를 민영화 시키려는 것이다” 등이다. 전반적으로 KBS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데 KBS는 그중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부분만 잘라낸 것이다. KBS가 의도적으로 맥락을 잘라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KBS의 현재 상황은 참담한 지경이다. 11월 11일, KBS 고대영 사장 등 경영진은 지난 7월 사측의 ‘사드 보도 지침’을 폭로했던 성재호 위원장과 3명의 기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버렸다. 또한 7월, ‘이정현 녹취록’을 보도하지 않는 사측의 행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연욱 기자를 제주방송총국으로 ‘좌천’시키기도 했는데 법원은 10월 11일 해당 인사명령이 부당하다며 효력을 정지시켰다. 10월 11일은 KBS 고대영 사장이 국감에서 ‘답변 거부 지시’를 내려 국회를 모독한 날이다. 법원이 KBS의 ‘보복인사’에 제동을 걸 때도 KBS 고대영 사장은 전횡을 일삼았고 KBS <뉴스9>는 그 전횡을 모조리 편집해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내보냈다. 이 한 건의 보도에서 KBS 정상화가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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