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저널리즘 ⎮ 조선희 미디어팀 팀장
등록 2021.12.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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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기지개 켰을 뿐인데 종합부동산세 보도가 물밀 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종부세 보도 분석에 여념 없는 미디어팀장 조선희입니다.

 

첫 주자 박진솔 활동가와 함께 미디어팀으로 옮겨 다시 언론 모니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홍보를 맡다 언론 모니터로 돌아오니 적응에 여간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닙니다. 이전 속도와 감각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데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고 안으로 소모만 큰 듯합니다. 종부세 보도만 일주일째 보느라 많이 지치기도 했습니다.

 

‘이혼이 종부세 절감의 유일한 방법’, ‘종부세 때문에 혼인신고도 못했다’는 종부세 가족파괴론부터 종부세가 치킨집 아들 용돈을 깎았다(?)는 종부세 나비효과설까지. 기상천외한 보도가 난무하지만 저를 제일 지치게 만드는 것은 마치 ‘난 아무 잘못 없어’라는 듯 유체이탈식 기사를 내놓는 점입니다. 이름하여 유체이탈 저널리즘.

 

종부세 강화, 다주택자 중과세 등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애초 집값이 안정됐거나 빈부격차가 이만큼 심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카드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종부세 올라서 힘들다’고 외치는 언론 중 집값 안정,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던 언론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집값 상승 초기, 언론은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보란 듯 ‘내년 서울 집 값 안 떨어진다’(조선일보), ‘다시 불붙은 서울 집값’(동아일보)이라며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부추기기도 했고 ‘똘똘한 한 채 부동산 급등’(매일경제), ‘역세권 들썩들썩 강남불패’(중앙일보)라며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듯 보였습니다.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면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오르는 집값을 관망하는 듯한 태도였습니다.

 

집값은 오르고 올라 올해 종부세 대상자가 94만 7000명이 되었습니다. 언론은 ‘1년만에 42% 늘었다’(조선일보‧동아일보), ‘문재인 정부 들어 3배 급증’(한국경제)이라며 남 일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집값 오를 땐 부채질하다 오른 집값에 종부세 크게 무는 사례가 보이면 ‘세금폭탄론’으로 기사화하는 걸 보면서 ‘이전에 쓴 기사는 정말 다 잊었나’ 싶습니다. 언론 여러분, 그 사이 집값 안정화와 빈부격차 완화를 위해 어떤 보도를 했나요?

 

힘없는 세입자 처지라 종부세에 열변을 토했지만 ‘유체이탈 저널리즘’이라 지적할 만한 사례야 참 많습니다. 최근 논란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민간업자들이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고 비판하던 언론이 정작 국회에서 개발이익환수 법제화가 논의되니 이를 비판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내내 ‘접종률이 이렇게 느려서 어떡하냐’고 비판하던 언론이 옆에선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복붙’하면서 백신 불안을 부추깁니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종부세 보도에 지쳐 영혼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던 어느 날, 한 시민분이 민언련에 연락을 주셨습니다. ‘종부세 내는 시민인데 최근 민언련에서 종부세를 정확히 잘 지적해줘서 고맙다’며 일시후원하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빠져나간 영혼이 다시 들어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분께 영혼 가득, 진심을 담아 감사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좀 지치면 어떻습니까? 조금씩 언론은 바뀔 것이고(희망을 가져봅니다), 응원해주시는 회원과 시민 여러분이 함께인걸요. (갑작스럽지만)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언론 모니터의 세계로 떠나보겠습니다. ‘유체이탈’ 저널리즘 잡으러 갑니다. 소중한 응원 많이 보내주세요. 지친 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P.S. 지난 주말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을 보고 왔습니다. 한 번 보면 퀴어영화, 두 번 보면 가족영화, 세 번 보면 여성영화, 네 번 보면 인생영화인 영화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선희 미디어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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