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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엄혹했던 유신 정권, 폭압적인 5공 정권에 저항하다 해직되고도 억눌린 말의 자유를 찾고자 온몸으로 저항하셨던 선배 언론인들의 소망이 담긴 곳입니다. 1984년 5공 정권의 탄압이 극심하던 시절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를 결성했고, <말>지를 창간해서 '말'의 숨통을 틔웠습니다. 그리고 5공 정권 언론 탄압의 핵심이었던 보도지침을 폭로했습니다. 언론 탄압의 실체를 알게 된 민주시민의 저항이 시작됐고 마침내 1987년 민중의 저항으로 철옹성 같던 5공 정권이 붕괴했습니다.

 

이후 곳곳에서 사회 민주화가 진행됐고, 언론 현장에도 언론 민주화의 초석들이 놓였습니다. 현장의 언론인들은 민주화를 주장하며 직능단체와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언협을 탄생시켰던 선배들께서는 민초들의 정성을 모아 한겨레신문을 창간하였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현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력 언론들은 특정 정치세력과 야합하고, 스스로 권력이 되어 민주화에 역행했습니다. 지금도 그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민언련은 그 사이 언론인 중심에서 시민 중심의 언론 운동단체로 거듭났습니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믿음으로 뜻 있는 민주 시민들과 함께 언론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현실은 시대를 거슬렀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은 다시 공영방송의 암흑기였습니다. 낙하산 사장, 부역자들이 공영방송을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민언련은 시민들의 힘을 모아 탄압에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지원했습니다. 또 왜곡・편파 보도와 그런 보도를 하는 언론사의 실체를 드러내며 언론의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시민이 언론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민언련의 작은 성과입니다.

 

정권의 언론탄압은 사라졌지만 작금의 언론이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자본 권력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습니다. 자본의 압력, 상업화된 언론의 폐해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더군다나 언론의 탄압과 저항으로 얼룩졌던 지난 정권 시절 미디어환경은 급속히 변했습니다. 전통적인 매체의 직접 수용은 감소하고, 새로운 플랫폼, SNS 등 새로운 소통 수단이 기존 언론을 대체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소통 수단에서 공공성의 가치를 찾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외려 이제 우리 사회는 기존 언론의 왜곡・편파 보도에 더해 새로운 소통 공간에서 허위조작정보가 만연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탈진실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언론의 자유가 주어지고 탄압이 사라졌지만, 민언련을 창립한 선배 언론인들이 추구했던 진정한 '말'이 구현되지는 않았습니다. 민주 사회의 소통 기제로서 언론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존 언론은 물론 새로운 미디어 속에서도 공공성을 구현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제입니다.

 

민언련은 더욱 어려워진 미디어현실을 절감하지만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주권자로서 시민은 자신의 누려야 할 정당한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요구하고 시민의 관점에서 필요한 미디어개혁을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민언련은 시민이 미디어개혁에 나서는 통로이자 함께 하는 동지로서 꿋꿋이 나가고자 합니다. 회원 여러분은 물론 더 많은 민주시민의 의지를 믿습니다. 민주사회 구현에 함께하겠습니다.

 

2021년 7월

상임대표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국 언론운동의 종갓집 같은 곳입니다.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했던 해직기자들,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직된 비판적 언론인들과 진보적 출판인들이 모여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창립총회를 연 것이 1984년입니다. 경찰과 기관원들이 수시로 사무실을 들락거리고 압수수색과 불법체포가 다반사였던 시절, '금지된 목소리'를 드러내고 진실을 알리고자 몸 바친 선배언론인들의 헌신과 분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 긴 폭정의 터널을 헤쳐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치열한 투쟁과 저항만으로 민언련의 빛나는 역사가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언련은 부단한 혁신과 파괴를 통해 언론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습니다. 대안적 미디어로 창간한 월간지 <말>은 새로운 편집스타일과 디자인은 80~90년대 젊은이들의 필독서가 되었고, 일반시민과 청년을 위한 언론학교와 대학언론강좌는 당시 파격적인 언론교육 프로그램으로 젊고 양심적인 언론인의 산실이 되었습니다. 좋은 언론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민주언론상을 제정하고, 권력과 자본에 야합해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의 문제를 체계적인 모니터링 사업으로 꼼꼼히 지적하고 기록해 온 것 역시 민언련의 새로운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빚어낸 창의의 성과물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새로운 혁신의 물꼬를 열어온 프런티어 정신은 민언련의 자랑스러운 유산입니다.미디어환경이 급변하고 시민의 지위가 독자, 시청자, 수용자에서 능동적 생산자와 이용자로 변화하는 국면에서 우리는 다시금 과감한 도전과 혁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을 엄중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격랑의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입니다.

 

매체 수는 무한대로 급증했지만 대자본을 등에 업은 미디어 권력은 오히려 강고해졌고, 쌍방향 소통채널이 열렸지만 당파적 가짜뉴스와 상업적 센세이셔널리즘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함께 차별과 혐오는 증폭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빅데이터 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달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공생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시민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와 통제가 없다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권력과 자본의 힘을 무한대로 증식시키는 토대에 불과할 것입니다.

 

언론민주화운동이라는 단일전선으로 다양한 세력이 힘을 모으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산업별, 직능별로 언론영역 내에서도 다양한 주체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갈등을 벌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오로지 주권자 시민의 이익과 공공선을 최우선으로 하여, 미디어환경을 개혁하고 건강한 공론장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에 매진할 것입니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여러 언론계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린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소통과 상호존중, 합리적인 대화를 가능케 하는 미디어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진 각계각층의 모든 분을 위해, 민언련의 문을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 주십시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그 지난한 변화의 과정을 함께 뚫고 나갈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축복입니다.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2021년 7월

공동대표 이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