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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순대표 이미지.png민언련의 문을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엄중한 시기에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를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금 우리는, 선배언론인들의 치열한 투쟁과 정의로운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으로 한발 한발 힘겹게 전진시켜온 언론민주화의 역정을 되돌아보며 언론시민운동의 새로운 좌표와 항로를 설정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제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국 언론운동의 종갓집 같은 곳입니다.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한 조선, 동아의 해직기자들,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직된 비판적 언론인과 진보적 출판인들이 모여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련의 전신)’ 창립총회를 연 것이 1984년입니다. 경찰과 기관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사무실에서 압수수색과 불법체포, 고문과 구속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가장 낮은 곳에서 진실을 기록하는 데 인생을 바쳤던 선배언론인들의 옥고를 숨죽여 읽으며 20대를 보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분들께 깊은 부채감을 느낍니다.

 

민언련 선배님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은 불의에 맞서는 치열한 결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혁신과 실험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선구적 프론티어 정신은 민언련의 오늘을 있게 한 자양분입니다. 대안적 미디어로 창간된 월간 <말>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편집 스타일로 1980~90년대 젊은이들의 필독서가 되었고, 시민을 위한 <언론학교>와 청년들을 위한 <대학언론강좌>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언론교육 프로그램으로 양심적 언론인의 산실이 되었습니다. 권력과 자본에 야합해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의 문제를 체계적인 모니터링 사업으로 꼼꼼히 지적하고 기록해온 것 역시 민언련의 새로운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빚어낸 창의의 성과물입니다.

 

그로부터 38년이 흐른 지금, 과거 선배님들이 보여주신 ’투지‘와 ’혁신‘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우리는 제대로 이어가고 있는지 자문해봅니다. 다양한 이견을 가진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교감하지 못한 채 추상적 경직성을 보여온 것은 아닌지, 젊은 세대의 변화된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관행에 머물러온 안일함은 없었는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는 사회적 소수자의 든든한 방패가 되기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매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시민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변방으로 밀쳐져 있고, 문명의 전환기에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생태위기와 불평등의 문제에 깊이 천착하는 언론은 무한경쟁의 시장질서 속에서 발붙일 곳을 찾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거대 미디어자본은 값싼 센세이셔널리즘과 말초적 상업주의로 공론장을 병들게 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진영논리를 내세우는 정파적 인플루언서들은 검증되지 않은 허위정보와 맹신적 팬덤으로 혐오와 차별, 적대의식을 전염병 바이러스처럼 곳곳에 흩뿌립니다.

 

변화된 환경에서 다시금 과감한 도전과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익숙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격랑의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시민의 이익과 공공선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시민 누구나 미디어를 차별 없이 향유하고 주권자로서 평등하게 공론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디어기본권‘을 법제화할 것을 주장합니다.

 

미디어기본권과 언론개혁을 위해 뜻있는 시민 여러분이 중지를 모을 수 있도록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열린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수평적 소통과 생산적인 논쟁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진 각계각층의 모든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민언련의 문을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시고 제안하고 질책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그 지난한 변화의 과정을 함께 뚫고 나갈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축복이자 기쁨입니다. 그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2022년 3월

상임공동대표 이진순

 


 

채영길대표 이미지.jpg모두를 위한 언론의 자유를 실현시켜야 할 때입니다.

 

우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언론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로 출범하였습니다. 38년 전 민주주의를 부정한 정치권력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박탈하였습니다. 정치권력과 그 정치권력과 결탁한 언론에 저항하며 언론 자유를 요구했던 언론인들은 가차 없이 해직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유는 바로 그 억압 속에서 진정한 자유의 힘을 발견했습니다. 해직언론인과 민주시민의 언론 자유에 대한 열망은 민언협을 결성하게 하였고, <말>지를 창간하여 자유로운 말의 숨통을 뚫었으며 민주화 이후에는 <한겨레신문> 창간을 주도하며 민주언론의 새싹을 사회에 심었습니다. 진정, 시민과 언론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언론 자유의 공간을 확장시켰습니다.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 매체 다양화와 언론시장 규모, 그리고 언론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를 지나면서 네트워크 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은 언론 자유의 공간을 기존 언론사에서 포털과 SNS 등 플랫폼 기업 및 개인과 다양한 공동체로 더욱 넓혀 나갔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민들은 언론사와 미디어의 확장된 자유 속에서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은 자유로운 언론의 타락한 상태를 생생히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시민들과 해직 언론인들은 언론 자유 대신, 언론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언론 불신을 넘어 언론 혐오 담론이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대문호 발자크가 언론에 대해 비판하며 “한 민족을 죽이듯 언론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자유를 줌으로써”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자유로운 언론이 없는 민주주의는 결코 건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 자유는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되는 민주주의의 기초입니다. 대신, 우리는 자유로운 언론이 무엇인지 다시 상기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훼손된 언론 자유를 회복시킬 평등한 언론의 자유를 언론과 정부에 요구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 언론 자유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언론 자유를 넘어선 민주주의적 가치의 실현이 필요함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참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시민의 자유가 언론 자유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의 자유에 대한 책임이 전제되지 않은 언론의 자유는 언론의 권력만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언(言)과 론(論)의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면 자유로운 언론에 의해 시민들의 언론 자유는 언제든지 위축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언론 자유를 넘어서 모두를 위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켜야 할 때입니다.


우리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언론을 위한 언론개혁의 길을 새롭게 내딛고자 합니다. 숨 막힌 언로의 숨통을 뚫어 주었던 자유로운 언론의 공간을 발견하고 조직하고 제도화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소통권리를 침해하는 언론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동시에 대안적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고 언론, 시민, 사회의 주장으로 승화시키겠습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민언련은 시민이 미디어개혁에 나서는 통로이자 함께 하는 동지로서 꿋꿋이 나가고자 합니다. 회원 여러분은 물론 더 많은 민주시민의 의지를 믿습니다. 민주사회 구현에 함께 하겠습니다.

 

2022년 3월

공동대표 채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