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국언론학회의 탄핵방송 관련 분석보고서」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6.11)
등록 2013.08.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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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회 보고서, 편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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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사태 관련 방송의 '편파성 시비'에 대해서 방송위원회로부터 분석을 의뢰 받은 한국언론학회가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분석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본회는 보고서를 검토해본 결과, 오히려 한국언론학회에 대해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공정한 판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방송위원회 또한 한국언론학회의 보고서만 '심의'에 반영할 경우 '불공정 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1. 한국언론학회 탄핵방송 분석은 '전제'가 잘못됐다


한국언론학회는 '불공정' 결과를 내리기까지 "불과 2달이 채 안되는 짧은 연구 기간에 실로 방대한 분량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분석했다"며 녹화테이프 201개에 달하는 96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석을 위해 각각 6명의 교수와 석박사 조교, 20명의 대학원생 등이 참여했다는 언론학회의 이번 탄핵방송 분석연구의 결과는 '노고'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럽고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방대한 분량'을 분석한 만큼 언론학회가 발표한 <대통령 탄핵 관련 TV방송 내용 분석>보고서 또한 22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본회가 짧은 시간 동안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분석해본 결과, 복잡하고 다양한 분석기법을 동원해 '힘든 작업'을 벌인 것은 인정되지만 애초 분석의 '전제조건' 자체가 틀린 '잘못된 보고서'로 판명할 수밖에 없었다. 보도프로그램 분석, 시사교양프로그램 분석, 토론프로그램 분석은 물론 앵커멘트 분석, 인터뷰 분석과 프레임 분석 등 다양한 파트에 대한 분석내용을 늘어놓았지만 안타깝게도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언론학회는 이 보고서의 서론에서 "탄핵 관련 방송에 관한 공정성 논란은 방송이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정치적 쟁점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며 16대 국회의 대통령 탄핵가결사태를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정치적 쟁점'으로 치부했다. 또 탄핵 관련 방송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권력 집단 간의 정치 갈등이 사회 전반적인 갈등으로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다루었던 대표적 보도 사례"로 규정해 대통령 탄핵을 '갈등 사안'으로 왜곡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진은 물론 언론학회의 양식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3·12 대통령 탄핵사태'가 '정치적 쟁점'에 불과하며 '갈등 사안'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단 말인가. 언론학회는 정녕 거대야당의 대통령 탄핵가결을 전후해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탄핵반대'의 목소리들을 듣지 못했단 말인가.
탄핵을 주도한 야당과 일부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법조계와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의 대다수는 물론 일반 시민들과 네티즌을 포함한 광범위한 시민사회가 탄핵에 반대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극소수의 '탄핵찬성' 입장이 있다고 하여 '갈등 사안'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대통령 탄핵사태'는 숫자를 앞세운 거대야당들의 횡포로 빚어진 의회폭거이자 그 동안 피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단지 이견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정치적 쟁점'과 '갈등'이 될 수 있는가. 우리는 이런 잘못된 전제를 버젓이 공유하는 한국언론학회의 '정체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언론학회의 보고서는 '갈등'에 집착한 나머지 탄핵관련 방송의 '기계적 중립'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회갈등을 다루는 뉴스는 사안에 대해 갈등하는 당사자의 입장을 정당하게 대변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를 위해 사안의 갈등성 자체를 잘 드러내야 하며 각 갈등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당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올바른 탄핵관련 보도는 "충분히 갈등적 속성을 지녔는지" 여부에 따라 판명나며 '갈등적 뉴스'는 곧 "탄핵 찬성 주장과 탄핵 반성 주장을 동시에 취급하는 뉴스를 의미한다"(보고서 32P)고 탄핵방송의 방향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이는 방송에게 언론 본연의 '사회적 공론장 마련'이라는 역할을 포기하고, '기계적 중립'을 강요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나아가 '갈등 조장자'의 역할을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까지 있다. 더구나 언론학회가 '탄핵관련 방송'을 분석하는 기본전제가 '탄핵을 부추겼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과 흡사하다는 사실은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2. 방송위원회는 언론학회의 편파적 보고만 참고해서는 안된다


이처럼 잘못된 전제 하에 '편향'되게 작성된 언론학회의 보고서가 방송위원회의 심의의 결정적인 근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지난 4월 16일 탄핵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기도 하다.
진흥원은 3월 9일부터 18일까지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는 물론 3월 12일과 13일의 탄핵관련 긴급뉴스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며 탄핵 인터뷰 찬반 비율에 대해 "일반적으로 방송을 비롯한 언론매체는 상반된 두 입장을 균형적, 중립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지만 "이는 찬성과 반대가 엇비슷한 현재진행형인 사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경우"라면서 "탄핵정국의 특수성과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쓰고 있다. 또 "공영방송의 경우, 일반시민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내려 한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으며 "탄핵의 주요 논거와 파급효과 등을 다룬 보도에 있어서는 방송사간 다양성과 차별성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언론학회의 분석결과와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한 진흥원의 분석에 대해서도 방송위원회는 비중 있게 심의에 반영해야 한다.
한편 애초에 방송위원회가 분석을 한국언론학회에만 의뢰한 것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분석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 한국언론학회는 다분히 야당과 '수구신문'에 편향된 단체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을 정치쟁점과 갈등사안으로 규정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방송학회'나 '한국언론정보학회'에도 분석을 의뢰할 것을 방송위원회에 요구한다. 방송학회와 언론정보학회에 분석을 의뢰하는 것은 언론학회 보고서의 편향성을 극복하고 심의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다.


3. 조선일보 등은 언론개혁에 딴죽걸지 말라


본회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서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언론학회의 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오늘자(6/11) 신문 1면에서 <"TV 탄핵방송 편파적이었다">는 똑같은 제목의 머리기사를 내보냈고 3면에서 통째로 언론학회의 보고서를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조선일보는 2면도 거의 절반을 털어 관련내용을 보도했으며 <'편파'로 판정난 KBS·MBC 탄핵방송>이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동원해 '방송 흔들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공영이란 간판을 달고 사설정권방송 노릇을 하고 있는 방송", "방송을 제쳐놓고 비판 언론에 대해 개혁 운운하는 정권 홍위병들의 소동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짓인가"라는 등의 왜곡날조한 거짓말로 언론개혁을 물타기하고 나섰다.
우리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한나라당 역시 언론학회의 발표 이후 오늘 아침 당직자 회의에서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회의에서 전여옥 대변인은 방송들이 다르게 보도했다면 "총선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고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방송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확신한다"며 언론학회의 분석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나섰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앞으로 방송위원장, KBS사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비롯해서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국회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밝히고 "언론특위를 통해서 방송의 책임과 거기에 대한 방향,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한나라당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방송 흔들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아직도 총선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못하고 탄핵의 역풍을 오직 '방송탓'으로 돌리는 한심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연할 따름이다.


4. 방송 공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본회는 이미 탄핵관련 방송들에 대해서 '기계적 중립'에 빠져 국민의 뜻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른바 '3:7'의 탄핵찬반 인터뷰 비율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방송들이 탄핵 당일 절묘한 '3:7'의 비율을 지키다 '탄핵 촛불집회'에 떠밀려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 이후 거대야당들이 방송탓을 하며 '항의방문'을 한 이후 다시 '기계적 중립'의 경향을 보였던 사실 모두를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방송사에 당부한다.
'방송 공정성'의 최종적 기준은 '국민'이다. 우리는 방송의 행정부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의회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의 '흔들기'에 양심적 방송인들이 의연하게 대처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2004년 6월 1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