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신기남 의장 부친 친일경력' 관련 신문사설 및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8.20)
등록 2013.08.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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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규명은 시대적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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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부친의 '친일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신동아는 9월호에서 신 의장의 부친이 일제시대 일본군 헌병 '오장'을 지냈다고 폭로했고, 신 의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시인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의장직을 사퇴했다.
신 의장 부친의 '친일경력'이 드러나자 신문들은 일제히 그간 '친일혐의'를 부인해 온 신 의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이번 파문을 빌미로 '친일진상규명' 자체를 '물타기'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18일 신문들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부친의 '친일경력'을 부인해온 신 의장의 '거짓말'을 비판했으며 특히,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신 의장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그 아들의 거취가 그 선친의 행적에 영향받을 일은 아니다…그러나 거짓말을 한 책임은 크다"며 신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거짓말한 신기남 의장 사퇴해야>에서 신 의장이 그동안 아버지의 전력을 자신의 '정치자본'으로 활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아버지의 친일행위가 아닌, 자신의 거짓된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quot;, "또 다시 아버지의 이름으로 사태를 호도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개혁의 완성이란 대의를 위해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신 의장의 진퇴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들 신문은 신 의장의 '거짓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 문제와 관련해 신 의장이 보여온 이중적인 태도와 거짓말은 집권당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문제"라고 비판했으며, 동아일보도 "부친의 친일 이력은 철저히 숨기고 남의 허물만 탓해 왔으니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중앙은 "지금의 쟁점은 신 의장의 거짓말 여부"라며 "구구한 변명을 하기보다 내용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집권당 대표답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이번 파문을 보도하면서 '친일진상규명' 등 과거청산 시도를 흠집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이 정권이 신의장 가족에서 진짜 배워야 할 것은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나라를 잃고 40년 동안이나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환경 속에서 살아온 백성들의 삶이 도덕 교과서대로일 순 없었다는 너무나 평범한 깨달음"이라며 친일행위를 당대에 살았던 모두의 '원죄'라도 되는 양 '물타기'했다. 더 나아가 조선은 19일 A6면 <아군희생 딛고 "가자!과거사로">에서 "노 대통령이 뽑아든 '과거사의 칼'이 먼저 여당 대표부터 쳐낸 셈이 됐다. 그리고 이제 그 칼끝은 반대진영을 겨냥하고 있고, 과녁의 한복판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 현 여권의 비판적인 세력들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과거사 청산'을 정치권의 '정략적 싸움의 산물'로 호도하는 한편 신 의장을 그 희생자라도 되는 양 몰아갔다.


중앙일보도 18일 사설에서 "이번 사례는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며 "일제와 분단·전쟁, 그리고 독재 시대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 시대를 살아온 국민에게는 그때 그때 삶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신 의장의 입장에 서야 할 사람은 앞으로 숱하게 나올 것"이라며 "이를 헤아리고 논란이 가져올 후유증과 국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9일 사설 <과거사 정리, 전문가 집단에 맡기자>에서는 과거사 청산을 '진흙탕 싸움', '편가르기식 셈법' 운운하며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전문가 집단'에게 맡기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신 의장 관련 사건을 '정권의 도덕성'으로까지 연결지었다. 동아는 "그는 참여정부 리더십의 양대 축인 집권당 의장"이라며 "이 사안이 단순한 개인 차원이 아닌 정권의 도덕성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집권 핵심의 도덕적 권위가 무너진 마당에 어떤 개혁 구호도 명분이 설 리 없다"며 사실상 '친일진상규명'의 '명분'이 없어진 것처럼 사태를 호도했다.
19일 사설 <여권, 과거사에 '올인'할 건가>에서는 여권이 신 의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몰아가며, 당정의 '과거사 규명 올인'으로 '이념전쟁'이 초래되고 현안이 실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이번 파문을 '과거청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한겨레신문은 일부 수구세력들이 신 의장 부친의 친일경력을 빌미로 친일청산 움직임 자체를 흠집내려는 문제를 지적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18일 사설에서 "일의 추진력을 위해서도 신 의장의 사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며 "신 의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빌미로 과거 청산작업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으려는 조짐도 보인?quot;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한겨레는 "국회는 순리에 따라 과거청산 작업에 나서라"며 "부끄러운 과거를 덮어 두는 것은 '음습한 부도덕한 권력의 세습'을 못 본체 놔두는 일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과거청산'을 촉구하며 "신의장의 거짓 해명에서 과거청산 작업의 부당성을 찾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19일 사설 <신의장 사퇴 친일청산 발판돼야>에서도 한겨레는 신 의장의 사퇴가 '과거청산의 분위기를 주도해야 할 여당 의장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당내 우려 때문'이었다며 신 의장의 신속한 거취 결정을 환영했다.
경향신문은 19일 사설 <전면적 과거규명의 전기로 삼자>에서 과거사 규명으로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면서도 "그런 불편함이 있다고 과거를 덮어둔다면 과거의 잘못을 털고 새 출발할 계기는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위선과 가면의 정치'를 몰아내기 위해서도 과거청산은 필요하다"며 "우리의 미래가 지뢰밭 위에 있는 것처럼 돌발사건 하나로 흔들리지 않게, '눈먼 미래'가 되지 않게 이번에 과거를 확실히 털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일제시대를 살았던 모두가 친일을 한 것처럼 몰아 친일청산 시도를 물타기하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신 의장 부친의 친일경력이 드러났다고 해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과거 청산의 정당성이 퇴색되는 것도 아니다. 신의장의 사퇴는 '거짓말' 때문이며 오히려, 철저한 과거청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정치권의 정략적 싸움으로 호도하거나 과거사가 규명되면 국내에 '이념전쟁'이라도 벌어질 듯이 호들갑을 떠는 것도 볼썽사납다. 특히, 과거청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문들이 앞장서서 과거청산을 훼방놓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비겁하고 낯뜨거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전문가 집단'에 맡기자는 주장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그간 과거청산이 되지 않은 이유가 '전문가'들의 연구가 부족해서 인가.
시민사회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과거청산'에 나설 것을 촉구해 온 바 있다. 우리는 참여정부가 이번에 과거청산에 나선 것에 대해 만시지탄의 감을 가지고 있다. 만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과거사 청산'을 정략적 의도로 진행하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한다.
신 의장과 열린우리당은 이번 파문의 책임을 지고 '친일진상규명'을 비롯한 과거청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신 의장 부친의 친일경력을 빌미로 사태를 호도하려 해서는 안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흔든다고 해서 친일청산을 비롯한 과거사 진상규명의 대세를 역류시킬 수는 없다. 이미 '과거사 청산'은 도도한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정녕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 자멸하고 싶은 것인가. <끝>

 


2004년 8월 2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