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박근혜 대표 과거사 발언' 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8.20)
등록 2013.08.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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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 대응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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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청산'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과거청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9일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이번 기회에 중립적이고 검증된 학자들이 제대로 과거사를 규명해 교훈으로 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싶다"며 "일제시대 어떻게 나라를 뺏기게 됐는지, 6.25 때 누가 침략을 지켜냈으며, 그때 만행으로 누가 피해를 봤는지 밝혀내고,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대립 시기에 누가 국가안보를 지켜냈고, 누가 국가안보를 위협했는지 공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과거청산' 움직임에 대해 '정략적 공격'이라고 반응해왔던 박 대표가 '과거청산'과 관련한 정치권의 논의를 받아들인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박 대표가 내세운 조사범위와 대상의 확대 부분은 문제가 있다.
'과거청산'이란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역사적 사실을 다 밝히자는 취지가 아니다. 과거청산의 핵심은 반민족적 친일행위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폭력'으로 인해 벌어졌던 사건을 다시 조사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자는 취지이다. 이를 두고 '근현대사에서 일어났던 모든 사건을 다 파헤치자'는 식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과거청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거나, 아니면 이를 '정쟁화' 해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은 채,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당리당략'으로 몰고가 사태의 본질을 '물타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0일 사설 <대한민국을 부끄러운 나라로 만들겠다 작정했는가>에서 '과거사 청산'을 여야의 당리당략으로 몰고갔다.
조선은 "여당은 역대 우파정권들의 약점을 캐자는 것이고 야당은 집권세력의 기반인 좌파들의 죄상을 함게 드러내자는 것", "여권이 반대세력의 약점을 캐내 정치적으로 득을 보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과거사를 거론할 때 이미 예고됐던 일" 운운하며 '과거사 청산'의 의미를 왜곡했다. 또 조선은 '과거청산'을 "이 시대착오의 참담한 국가파괴 행위", "서로 남의 조상의 묘를 파헤치는 사업", "국가적 자해행위" 운운하며 과거청산이 진행되면 마치 대한민국이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조선은 사설 말미에 "이 민족 전체의 가해자였던 이웃 일본은…이 난장판을 지켜보면서 우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우리에게 어떤 값을 매길지를 생각하며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국민-집권세력의 일부를 제외하고-이 어디 있겠는가"라는 억측을 내놓기까지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친북 용공'까지 번지는 과거사 전면전>에서 이를 여야의 '감정싸움'으로 몰고갔다. 동아는 "바로잡아야 할 역사에 친공이 포함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한나라당의 맞불은 과거에 집착하는 여권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이를 정쟁으로 몰고간 책임을 오히려 여권에 돌렸다. 동아는 "과거사 논쟁이 감정싸움으로 변질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가 망국에서 분단과 전쟁, 독재로 이어진 오욕의 시대로 돌아가 전면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사태를 왜곡했다. 이어 동아는 정치권을 향해 과거사 청산작업에서 '손을 떼라'며 "냉정을 회복한 뒤에 한계 등 전문가 집단이 역사를 바로잡게 하는 방안을 찾아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과거사 규명 정쟁화는 안된다>에서 과거사 청산이 '여야의 정쟁'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야 정치권을 향해 이 문제를 '정쟁'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경향은 박 대표가 내세운 '조사범위'에 대해 "과연 우리 현대사를 몽땅 다 파헤치고 까뒤집어 재규명, 재평가하는 작업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며 "어떤 사람, 어느 수준, 어디까지 조사를 하든 과거사규명에 정치권이 진정성을 갖고 임하느냐가 관건", "정치권은 정쟁차원을 뛰어넘어 어두운 과거사를 말끔히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간다는 공감대부터 형성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은 박 대표의 이번 발언이 '과거청산'을 '정쟁'으로 흘릴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사설 <박대표 역사의식, 실망스럽다>에서 "박 대표의 주장은 그 취지에 대한 이해 부족이거나, 정략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과거사라는 '문자'를 빌려 과거사를 모조리 조사해보자는 것은 아무 것도 조사하지 말자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박 대표 발언의 문제를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시대적 모순을 뿌리를 찾아내 역사적 교훈을 얻자는 게, 굳이 과거사를 조명해 보는 취지 아닌가"라며 "반민족.반민주 행위로 점철된 역사를 우선 살펴보는 것이 그 취지에 걸맞음은 물론이다"라고 '과거청산'의 의미를 다시한번 지적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박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과거청산'을 '정쟁'으로 몰고가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들 신문이 '감정싸움', '약점을 캐는 것' 운운하며 과거청산을 '정쟁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청산의 본질을 흐리고 국민들의 무관심을 부추겨 사실상 '과거청산' 자체를 저지하려는 것은 아닌가. 심지어 조선일보가 '국가적 자해행위' 운운하며 과거청산이 되면 마치 나라가 망할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도 어처구니 없다. 과거청산이야말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더욱 탄탄하게 할 중요한 기초작업이라는 사실을 왜 외면하는가.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도 엉뚱하게 '친북·좌파' 문제를 거론하며 '색깔론'으로 본질을 흐리지 말라. 지금과 같은 '얕은 수'가 거듭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1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TNS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사 규명'을 강조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62.1%가 공감한다는 의견을 냈다. 걸핏하면 '국민여론'을 들먹이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이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끝>

 


2004년 8월 2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