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3기 방통위 정책과제 발표에 대한 논평 (2014.8.4)
등록 2014.08.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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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방송통신위원회 정책과제, 

제대로 된 현실 인식도 없고, 또 대안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오늘(4일) 방송사 심사기준 사전고시, 지상파방송에 광고총량제 도입,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법 제정, 개인정보 유출 기업 제재, 남북방송협력 등을 골자로 하는 ‘제3기 비전 및 7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의제들이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지도 않고 개혁적이지도 않다. 이런 틀 속에서 앞으로 어떤 의미 있는 구체적 대안들이 나올지 의문이다.

 

특히 방통위의 오늘 발표는 막말·편파방송 등으로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고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혼란케 하는 종편 개혁이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내적 자유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방통위가 민주주의 유지에 절대적인 ‘방송의 공공성’ 보장을 위한 기본 임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지상파방송이 정권에 대한 유불리에 따라 현안을 회피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최근 KBS 사장 교체는 이런 현실을 상징한다. 방통위는 공영방송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성이나 사장 선임제도를 혁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 과제에서 그런 의지를 발견할 수 없다. 이미 시민사회에서 강조했던 여야 동수의 이사구성이나 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다. 또한 편성위원회 및 편성규약을 법제화함으로써 내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반면 2009년 미디어법 통과 이후 우리나라 방송제도는 종편에 의한 종편을 위한 종편의 방송제도라고 할 정도로 종편특혜로 얼룩져 왔다. 종편은 황금채널, 의무전송, 중간광고, 방송발전기금 유예 등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제도적 특혜를 누려왔다. 그런데도 종편의 역할은 우리나라 방송환경을 황폐화시키는 역할을 하였을 뿐이다. 약탈적 광고영업은 물론이고 3류 주간지에나 나올 추하고 선정적인 정보를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여과 없이 방송하는가 하면 극도의 정치적 편향으로 정부의 실정을 은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생활에 해악을 끼쳐왔다. 이러한 종편을 방치한 채 어떤 방법으로 ‘국민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방통위는 종편의 불공정 편파 방송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종편의 편파성에 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방통위는 재허가 재승인 때마다 발표했던 심사기준을 사전에 결정·고시하여 안정성을 높이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제고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전 고시도 중요하지만 2기 방통위가 불공정의 극치를 보였던 종편들을 재승인 심사에서 전혀 걸러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심사기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우선이다. 그런데 이번 정책과제에서는 이에 대한 반성도 개선 가능성도 찾을 수 없다. 이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는커녕 외양간조차 안 고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방통위는 또 재허가, 재승인 심사에 공정성 배점을 높이겠다고 한다. 불공정 방송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의의가 있는 일이지만 그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의 불공정 심의결과가 재허가·재승인에 그대로 반영되었음을 감안하면 방통위의 심사 역시 우려스럽다. 따라서 방송통신심의위의 불공정 심의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공정성에 대한 ‘공정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방통위는 종편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지상파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여 우수한 콘텐츠 제작과 한류재도약을 위한 투자기반을 확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광고총량제 도입은 지상파의 광고판매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은 적으면서 시청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매체간 제도적 균형을 위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을 위해서라면 온갖 쓰레기방송을 양산하고 있는 종편의 중간광고를 폐지하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한미FTA 협정발효일 3년이 되는 내년 3월 15일이면 PP지분 100%까지 외국인의 간접투자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류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확충하고자 한다면 광고총량제 따위의 재정적 지원책이 아니라 그 동안 한류의 콘텐츠 허브로서 역할을 했던 지상파방송의 제작기능을 복원시키기 위해 외주제작의무편성을 폐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에 대한 신뢰 회복을 견인하는 일이며, 단호한 의지로 종편을 혁신하는 일이다. <끝>

 

 

2014년 8월 4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