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野3당은 ‘방송 적폐 청산’ 발목잡기를 멈춰라
국민의 손으로 공영방송 사장 선출하는 ‘언론장악 방지법’이 필요하다
등록 2017.11.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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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의 개정안, 이른바 ‘언론장악 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연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까지 가세해 지난 2일에는 “야3당이 방송법 등의 조속 개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끊임없이 개정 논의를 훼방 놓으며 “방송법 개정안은 기존의 방송계를 흔들어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2017년 2월 3일, 정우택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고 하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갑자기 ‘언론 자유’의 가치에 눈을 뜨기라도 한 걸까.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불과 몇 달 전에 그 법안이 “방송장악”으로 이어질게 뻔하다며 법안처리를 극력 반대하던 그들이, 이제 와서는 자신들의 입장변경에 대한 이유 설명이나 최소한의 성찰도 없이, 바로 그 법안을 조속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우기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전의 “방송장악법” 주장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법 통과 주장이 잘못된 것인지 입장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 성찰 없이 뻔뻔하게도 몇 달 만에 똑같은 법안에 대한 자신들의 종전 주장을 180도 바꿔 말하는 야당들의 모순적 태도에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이 현재 “선(先) 법 개정, 후(後) 인사”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을 살펴보면, 그들의 입장변화가 바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영방송 정상화 조치에 대한 반대를 위해, 자신들의 종전 주장을 헌 신짝 버리듯이 버리고는 정반대의 주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참으로 목불인견의 추태라 아니할 수 없다. 제1야당으로서의 최소한의 품격조차 내팽개치는 자유한국당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낄 지경이다.

현재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KBS이사회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공영방송을 정권의 선전 도구로 만들고 양심 있는 언론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은 ‘적폐 사장’ 비호에 급급했던 ‘적폐 이사’를 교체하는 흐름이 진행 중에 있다. 자유한국당은 방송법 등의 개정을 빌미로 KBS·MBC 정상화라는 이 흐름을 끊어 MBC 김장겸·KBS 고대영 사장 체제를 연장시키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두 달째 파업 중인 공영방송의 언론 노동자들을 주저앉히려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의해 장악된 공영방송 체제의 연명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유리한 구도 속에서 치르려는 속셈이 읽히는 대목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금은 정치권력이 다시는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없도록 진정한 의미의 ‘언론장악 방지법’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방송법 등의 개정안은 구악(舊惡) 정권의 손아귀에서 나팔수 노릇에 골몰했던 공영방송의 추락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긴급 처방이었다. 하지만 촛불 혁명을 이끈 시민들은 더 이상 공영방송이 부패 정권의 공범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국회는 이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촛불 시민들이 요구한 새로운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국회가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에서 정치권의 영향을 배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언련은 시청자와 국민이 ‘직접’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재 제출된 소위 ‘언론장악방지법’은 여야 정치권으로 하여금 이사회를 구성하게 하고,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사장이 정치권의 타협의 산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방이 임명하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정치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험성이 있다.

민언련이 제안하는 바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처럼 시청자와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영방송 사장 선출위원들이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통해 공론조사적 방법을 원용하여 사장 후보를 선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존립 이유는 시청자인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여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아닌 시청자가 공영방송의 사장 후보를 직접 선출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존재 양식에 합당한 방식이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또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추천하는 사람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하면 공영방송 이사회는 정치권의 대리전이 치러지는 곳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사회 일부 추천에 정치권의 의견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방송의 전문성과 공영방송 구성원의 대표성을 갖는 이사도 함께 선출해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시청자와 공영방송만을 대변하는 ‘조정자’로서의 소임을 맡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비정파적 인사가 이사회의 1/3 이상을 점하는 방식으로 이사회 구성방법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정파간의 정쟁에 대리전을 벌이는 현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입법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민언련은 또 방송제작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구현하기 위해 방송 현업 종사자의 참여와 의견 반영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편성위원회 구성과, 방송 제작에 있어 사장의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구성원의 보도·편성책임자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제 등의 장치 마련 등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회는 공영방송을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제안과 더불어 수년 동안 방송 종사들과 학계 등에서 고민한 내용들을 모두 고려하여 진정한 의미의 ‘언론장악 방지법’을 만들기 위해 신중하고도 심층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전 권력의 부당한 공영방송 장악을 해결하기 위한 미봉책이었던 이전 법률안에 매몰되어 졸속으로 처리하지 말고 제대로 된 공영방송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야3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공영방송을 추락시킨 내·외부의 공범자들을 비호하기 위한 결탁을 중단하고, 진정한 공영방송 장악방지법안 논의에 합류하라. 청와대와 여당 또한 대선을 거치며 여러 차례 밝힌 ‘정권이 언론을 장악할 수 없다’는 신념을 잊지 말고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끝>

 

11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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