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 종편 봐주기, 종편 미디어렙 위법 허가 등 의혹을 투명하게 조사하라

방통위, 누적된 적폐 청산에 적극 나서라!
등록 2018.03.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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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의혹으로만 존재했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사업자 봐주기’ 행정의 꼬리가 잡혔다.

 

방통위는 최근 실시한 내부 감사 결과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3월 이용자정책국에서 통신사들의 위법한 경품 과다 지급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1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방통위는 당시 담당 국장이 조사를 중단하고 시정조처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이 있었으며, 이에 대한 확인을 위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최성준 당시 방통위원장이 LG유플러스 법인폰 불법영업 조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조사 연기를 지시하고 경기고·서울대 동기인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에게 전화를 한 의혹이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수사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관리자여야 하는 규제 기관의 기관장과 직원들이 사업자들의 위법을 덮어주고 이를 위한 ‘짬짜미’에 나섰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더구나 방통위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사업자들의 위법을 덮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번 감사가 언론의 집요한 문제제기와 국회의원의 요청이 있은 후에야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런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연 방통위의 ‘사업자 봐주기’ 행정이 이것뿐일까, 라는 의문이다.

 

사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방통위의 ‘사업자 봐주기’ 행정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관련 행정이다.

방송계와 학계,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네 개의 사업자를 무더기로 선정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약속을 이행하기는커녕 방통위 공무원들은 만들어 두었던 백서조차 상임위원들에게 제대로 배포하지 않았다. 1년도 더 지난 후 떠밀리듯 공개한 백서에선 방통위가 현재 종편의 대주주인 일부 신문 사업자들이 제시한 허무맹랑한 사업 계획의 실현 가능성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국민들은 왜 방통위에서 네 개의 종편 사업자를 무더기 선정한 것인지에 대한 이유와 과정을 투명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그뿐인가. 방통위는 종편들이 출범 이후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재승인 점수에 미달한 탈락 점수를 받았음에도 두 차례나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계속 방송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방통위는 최근 TV조선과 채널A, MBN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이 법에서 정한 지분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TV조선과 MBN 미디어렙이 2014년 최초 설립 허가를 받았을 당시부터 지분 소유제한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미디어렙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하지 않았다. 최초 설립 허가 당시 지분 소유제한 금지 규정 위반 사실을 방통위에서도 인지하지 못했으며, 사업자가 고의로 위법 사실을 숨기거나 누락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한 최초 허가 기간(3년)이 경과해 당시 위법에 대해 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내리기 어렵다는 법률 자문을 근거로 댔다.

그러나 최초 허가 당시 TV조선과 MBN 미디어렙에서 주주 구성 내역을 포함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음에도 사무처는 물론 경제, 회계, 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회와 최종 책임이 있는 상임위원들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재허가라는 두 번째 심사 단계를 거치고도 어느 누구 하나 위법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심사위원들이 온전한 자료를 제공받았음에도 정말로 누구 하나 종편 미디어렙사들의 위법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방통위에서 제대로 심사위 구성을 했는지, 심사위원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했는지 일체의 과정을 낱낱이 조사하고 책임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과연 사무처에서 심사위원들과 상임위원들에게 충실한 자료 제공을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방통위 내부에선 TV조선과 MBN 미디어렙 최초 허가 당시에도 위법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뺀 보도자료를 발표해 자신들의 과오를 덮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월 23일 결과적으로 특정 종편과 종편 미디어렙 사업자 봐주기로 이어진 구멍 뚫린 행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시정하기 위한 첫 걸음인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방통위가 외부 인사들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하고 성역 없는 조사를 진행하길 촉구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열흘이 지나도록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민언련은 지난 5일 TV조선과 채널A, MBN 미디어렙 최초 허가와 재허가 관련 자료들과 이들 미디어렙사에 허가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법률 자문 관련 자료들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방통위는 민언련에서 요청한 일체의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2008년 출범 이래 누적해 온 ‘밀실’, ‘적폐’, ‘부실’ 행정의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한 내부 적폐 청산 작업에 나서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방통위가 그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사항들, 즉 종편 선정 과정과 재승인 과정 및 종편 특혜 부여 과정, 그리고 종편 미디어렙 허가와 재허가 과정, 그리고 통신사들에 대한 부당한 특혜나 봐주기 행정 사례 등에 대해 투명하게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또 조사결과에 응당한 책임자 처벌은 물론 원상회복과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의 조치를 적극 취해야 한다. 진상조사위는 내부자들이 아닌 시민사회와 전문가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해야만 한다. 방통위가 시민사회의 요구에 지금처럼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이야말로 방통위가 스스로 조직의 문제점을 성찰하고 적폐를 청산할 자정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나서게 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끝>

 

3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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