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영국 사장 내정 철회하고 밀실 선임 절차 진상 조사해야

스카이라이프를 KBS 적폐 부활의 장으로 만들 것인가
등록 2018.03.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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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 사장에 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KBS를 적폐 세력의 교두보로 만드는데 일조한 인물이 내정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KT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9일 개최한 임시 이사회에서 김영국 KBS 방송본부장을 신임 사장에 내정했다. 김영국 내정자는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이자 지난 1월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 체제에서 방송본부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한 인물로, KBS 구성원들은 그를 부역 체제에 복무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8월 김 내정자는 KBS PD협회로부터 제명당했고 11월엔 KBS 양대 노조에서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을 받았다. 비록 현재 KT는 민간 기업이지만, 그 출발이 공기업이고 공공성이 중요한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에 공영방송을 망친 인물을 사장에 앉힐 수는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듯 자격이 의심되는 인물을 사장에 내정한 절차와 배경이다. 스카이라이프는 2월 13일 사장 공모를 위한 공고를 냈는데, 공개모집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지난 9일 사장 내정자를 결정하는 임시 이사회 직전까지도 누가 사장 후보자인지 어떤 과정으로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지에 대해 알려지지 않아 공개모집이 아니라 ‘밀실’ 선정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이런 가운데 KBS 임원직을 유지한 채 사장 공모에 지원한 김 내정자가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됐고, 이 과정에 스카이라이프 3대 주주인 KBS에서 파견한 비상임 이사 홍기섭 KBS보도본부장이 사장 선임 작업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지적이 언론노조 KBS본부로부터 나왔다. 홍기섭 본부장은 김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고대영 체제에 부역했다는 비판을 KBS 구성원들로부터 받고 있는 인물로, 2017년 11월 KBS 기자협회에서 영구 제명됐다. 공영방송 KBS를 망친 두 인물이 시민들의 참여 속에 새 사장을 내정하고 정상화를 위한 채비에 나선 KBS에서 버티지 못할 것을 대비해 ‘살 길’을 모색하려 짬짜미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스카이라이프와 KBS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면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스카이라이프 이사회는 밀실과 부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장 내정을 철회하고 투명과 공정의 원칙 아래 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사장 선임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한 작금의 의혹과 논란을 부른 이사회의 사장 선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사태가 이토록 참담하게 진행될 때까지 정부 당국의 책임자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부 당국자가 지금이라도 YTN과 스카이라이프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길 엄중하게 촉구한다. 만약 계속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시간만 끄는 게 된다면, 다음 단계엔 보다 직접적으로 추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KT와 스카이라이프는 적폐 정권 9년 동안 사장을 선임할 때마다 적폐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촛불 혁명은 세상을 변화시켰다. 지금이야말로 KT와 스카이라이프가 투명하고 독립적인 경영 구조를 확립할 기회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끝>

 

3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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