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장애인 시청권 보장, 더 미루지 말라
등록 2018.10.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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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10월 6일 개막했다. 한국에서는 17개 종목에 202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그러나 13일 폐막을 이틀 앞둔 이 시점까지도 한국선수단의 경기는 제대로 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 조차 7일 오후 2시 10분 개막식과 12일 오후 2시 50분 수영, 탁구 남북 단일팀 경기를 편성하는데 그쳤다. KBS로부터 중계권을 산 스포츠전문 언론 STN스포츠 역시 농구, 탁구, 수영 일부 경기와 개회식만을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을 뿐이다. 


지난 3월 평창동계패럴림픽 당시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패럴림픽 편성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대회가 진행되는 열흘 동안 KBS와 MBC의 편성 시간은 20시간을 넘지 않았다. SBS도 30시간에 그쳤다. 앞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방송사들이 평균적으로 150시간을 편성하며, 같은 시간대의 경기조차 경쟁적으로 중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패럴림픽 중계에 각각 100시간을 할애했으며, 중국 역시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40시간을 편성했다. 


전체 편성시간만 문제였던 것도 아니다. 당시 국내 방송사는 대회 하이라이트를 밤 12시를 지난 새벽에 편성하고, 경기별로 수어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패럴림픽 기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패럴림픽 방송중계를 요구하는 청원이 수십여 건 넘게 쏟아지기도 했다. 장애인 시청권에 대한 방송사의 의식 수준이 시민의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지적이 나온 뒤에야 KBS는 비난 여론에 의한 임시 처방으로 패럴림픽 관련 다큐 등의 편성을 확대했다. 이와 관련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애초에 편성시간을 올림픽 경기 중계와 차별 없이 확보하고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방송사의 역할이 충실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장애인단체총연맹은 또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방송사들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며 “특히 KBS는 국영방송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직후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방송의 패럴림픽 경기 중계가 외국보다 부족한 실정”이라며 “우리 방송도 국민이 패럴림픽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중계 시간을 더 편성해줄 수 없는 것인지 살펴 달라”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반년여 뒤 열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중계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폐막식조차 중계되지 않으니 더 열악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매번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방송사들은 낮은 시청률과 이로 인한 광고수익의 감소 등의 현실적인 한계를 앞세워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 편성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단 스포츠 중계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만은 아니다. 국내 최초 인터넷 장애인신문인 에이블뉴스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여전히 메인뉴스와 주시간대 프로그램 대부분에 수화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장애인방송은 낮, 심야 시간대에 주로 편성되고 있다.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방송 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에 따라 장애인방송 편성 비율을 정하고 있지만, 의무비율만 지키면 되다보니 말 그대로 ‘의무비율만 달성하려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방송사들이 장애인 시청권 보장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편성은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방송사는, 특히 공영방송은 편성을 통해 공익성을 구현할 책임이 있다. 현행 방송법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은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방송심의규정 제7조(방송의 공적책임) 8항에도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방송심의규정은 특히 공적 책임이 큰 지상파방송에 대해서 제8조(지상파방송의 책임)을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접근권을 허용하고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도 하다.

 

각 방송사 역시 방송편성규약을 통해 ‘공익 실현과 권익 보호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KBS 방송편성규약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을 실현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송제작”을 약속하고 있으며, MBC 방송편성규약 역시 “권리와 그에 따르는 책임을 엄숙히 인식하고 양심에 따라 방송물 제작에 임하여, 올바른 여론 형성과 국민의 권익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복되는 논란을 끝내려면 이제라도 각 방송사가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쳐 자체 가이드라인을 확립, 이행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12월 시청각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고 장애인 방송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 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각 방송사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기본 준수 사항으로 명시한 △주시청시간대 편성 권장 △화면 해설의 과도한 재방송 지양 △장애인 방송으로 제작됐음을 편성표에 표시 △방송 프로그램 시작 시점에서 장애인 방송임을 문자 또는 음성으로 안내 △연속성이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화면해설방송을 최종회까지 성실히 제공할 것 등의 내용을 적극 수용하라. 자막 표기 방법이나 수어 통역사의 최소 자격 등의 제작 지침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수신료로 재원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는 공영방송 KBS는 공적책무 이행을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장애인 시청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끝>  

 

10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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