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선거 미디어 심의에도 성 평등 원칙이 필요하다
등록 2019.02.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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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예정된 재·보궐 선거를 위해 구성된 네 개의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전체위원 39인 중 여성 위원은 고작 두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의 성 평등 제고 노력을 강조해온 시민사회의 요구는 물론, “성 평등 문제만큼은 이 정부에서 확실히 달라졌다는 체감을 국민께 드릴 수 있게 전 부처가 힘을 모아 달라”(문재인 대통령, 2018년 7월 3일 국무위원 회의)고 강조하고 있는 현 정권의 기조에도 역행하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미디어오늘(2019/2/8 https://bit.ly/2MYXatk)이 4·3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4대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론조사),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인터넷 보도), 선거기사심의위원회(신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송) 위원 명단을 확인한 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서 각각 구성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인 위원 전원을 남성으로 구성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론중재위)에서 구성하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각각 11인, 10인의 위원으로 구성했는데, 여성 위원은 각 위원회에 한 명씩만 임명했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와 방통심의위, 공영방송 이사회 등의 다양한 구성을 위해 성 평등 원칙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사회의 성 평등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에서의 성 평등 제고 노력이 우선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선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심의를 맡는 기구의 성별 균형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와 중앙선관위, 언론중재위 등은 성별 균형 참여의 원칙을 고려하기는커녕,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심지어 방통심의위와 중앙선관위 등은 산하에 두는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를 구성하면서 방통심의위(9인 위원 중 여성 위원 3인)나 중앙선관위(9인 위원 중 여성 위원 1인) 위원의 성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성을 선택했다.

방통심의위의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보도를 비롯한 방송 미디어에서의 성 평등을 강조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상현 방통심의위원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성 평등을 저해하는 방송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미디어에서의 성 평등을 강조하면서 정작 방통심의위 산하 기구 구성에서 성 평등을 고려하지 않는 모순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2019년이다. 더 이상 성 평등을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수사로 활용하기만 해도 됐던 그런 때가 아니다. 이 정부에서 성 평등 문제만큼은 달라졌다고 국민이 체감하기 위해선 고위 공직을 비롯해 정부 부처와 산하 각 단위에서도 성별 균형 참여의 중요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만 한다. 이를 위해 방통심의위를 비롯한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구성 권한과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들은 향후 성 평등 원칙에 입각해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구성에 나설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선거 미디어 심의규정에도 ‘성 평등’ 조항이 필요하다

선거 보도 등 선거 미디어 심의규정에도 성 평등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여전히 남성 중심의 정치 구도가 공고한 상황에서 선거 기간 동안 방송 등 미디어에선 여성 정치인을 비하하고 폄훼하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실례로 제20대 국회의원선거(2016년 4월 13일)를 앞두고 있던 시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선 여성 정치인을 독립적인 정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발언들이 잇달았다.(총선보도감시연대 보고서 2016/1/25 https://bit.ly/2TD58L4)

당시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2016/1/14)에선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당시 국민의 당 창당 준비 집행위원장직을 맡은 것을 두고 “3년 만에 안철수 의원의 품으로 돌아왔다”며 여성 정치인을 남성 정치인의 파트너,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발언을 방송에 버젓이 등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인 손혜원 의원과 양향자 전 최고위원, 김빈 전 디지털대변인 등에 대해 “문재인의 여자”라고 표현했다. 채널A <쾌도난마>(2016/1/25)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오빠들이 많잖아요. 김종인 위원장도 오빠고, 정운찬 전 총리도 오빠고…다 많은 오빠들을 주저앉히는 역할을 함으로써”라고 발언까지 등장했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2016/1/20)에서도 박영선 의원을 두고 “옛말에 간다간다 하더니 애 셋 낳고 간다는데, 애 셋 낳고 (문재인 의원 곁을) 떠날 거다”, “박영선 의원도 애 셋 낳고 갈 것”이라는 패널 발언이 있었다. 채널A <직언직설>(2016/3/31)에서는 “여성 의원이 눈물을 흘리니까 여야 대표들 우물쭈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 통과 안 된 법이 많다”라며 여성 국회의원을 비하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비하적 표현은 아니지만, 선거에 대해 토론하면서 여성비하 발언이 난무하기도 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 쇼+>(2016/1/22)에서는 “결국 여성이 여성을 지원하고 응원하고 동료의식을 갖는 게 아니라 여성이 여성을 막는다”라는 발언이 나왔다. TV조선 <이슈 해결사 박대장>(2016/1/28)에선 “박지원 의원한테 구애하는 거 보면 (안철수 의원이)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는데 돈 많은 부장님이나 과장님이랑 결혼을 해야 하는 여자의 처지처럼 느껴지지 않습니까?”라고 황당한 비유도 등장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6/2/5)에서는 한 패널이 “최경환 의원이 유승민 의원을 바라보는 눈길이 ‘내가 현재 본처거든. 과거에 어떤 사랑을 받았던 첩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처야’ 라는 눈빛이었던 거 같습니다. 사랑관계는 모르겠지만 서열관계에서는 본처인 내가 위라는 모습이죠”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는 명백히 여성 정치인을 주변화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선거 관련 방송이었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일련의 방송이 선거 시기 성 평등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여성 정치인들을 심각하게 모욕한다고 판단해 심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방송들에 대한 심의는 선거방송특별심의위원회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현행 선거방송 심의규정과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규정, 선거기사 심의기준 등은 공정성, 객관성, 정치중립성 등에 대한 세부 심의기준을 갖추고 있지만, 성 평등 관련 규정은 마련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의 많은 방송 내용은 대부분 기각됐고,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2016/1/14)만 양성평등 조항 위반으로 ‘권고’(행정제재)를 받았을 뿐이다.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여전히 선거 시기 정치인들은 이기기 위해 젠더, 성적 지향 등 모든 것을 빌미로 흑색선전에 나선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습관적인 ‘따옴표 보도’를 일삼는 신문·방송 등의 미디어와 ‘사담’을 대단한 ‘평론’인 양 포장하는 종편 등 시사토크쇼에선 이런 흑색선전과 비하 발언들을 거르지 않고 내보내고 있다. 이런 정치 풍토와, 이를 재현하고 혐오와 비하를 확대·재생산하는 일에 열중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여성 정치인만이 아니라 여성과 소수자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긴 쉽지 않다. 선거 문화와 선거 미디어 보도의 자정, 그리고 다양성을 담보하는 정치·사회·미디어 환경을 위해서라도 선거 미디어 규정에 성 평등 관련 조항을 포함하는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만 한다. <끝>

 

2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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