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민주언론시민연합 35주년 창립기념식 선언문

초심을 잃지 않고 민주언론, 시민 공론장의 기반 구축에 힘쓰겠습니다.
등록 2019.12.30 13:54
조회 244

민주언론시민연합 35주년 창립기념식 선언문

초심을 잃지 않고 민주언론, 시민 공론장의 기반 구축에 힘쓰겠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5년 전 무도한 독재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던 엄혹한 시절 잃어버린 ‘말’을 찾으려는 열망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언론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잃어버린, 그래서 민주주의가 실종했던 현실을 극복하려는 민주 언론인의 의지가 빚어낸 소중한 결실이었습니다. 독재정권 그리고 이에 굴복한 언론의 반민주, 반민족, 반민중 행태를 극복하고 참다운 언론을 세우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초심은 유효합니다. 아니 더욱 필요합니다. 정파적인 언론, 상업성에 매몰된 언론은 시민으로부터 멀리 있습니다. 새로운 소통 수단이 기술적으로 기존 언론을 대신하고 직접 민주적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역시 진정한 시민의 정신이 소외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창립선언문에서 지적했던 시민이 표현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공론장에서 소외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기레기’, ‘가짜뉴스’라는 비판 속에서 시민 각자가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지고 있는 현실은 35년 전 선배들이 찾으려 했던 ‘말’이 아직 실종상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그 초심을 실천하겠습니다. 2016년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시민의 열망이 촛불이 되어 정권을 교체하였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여러 시민단체, 시민들과 함께 애써 추진했던 ‘돌마고 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시민사회가 그토록 염원하던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정권의 개입 없이 공개적인 또는 시민의 의지를 반영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이라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공영 방송의 구성원들이 정권의 장악 속에서 잃어버렸던 신뢰를 회복하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기 위한 공영방송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공영언론이 경영진을 민주적으로 구성하는 형식적인 변화에 머물지 않고 ‘민주주의 소통의 주축’으로서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언론으로 거듭나도록 감시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언론 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의 정파성은 언론의 정도를 한참 벗어났습니다.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꼭 필요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붕괴시키는 흉기로 전락하였습니다. 언론의 정파성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대다수 언론은 포털과 인터넷이라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상업성에 매몰되었습니다. 뉴스 어뷰징은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대다수 언론의 존재 양식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이 언론을 불신하는 것을 넘어 언론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정파적인 언론, 상업성에 매몰된 언론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기사로 민주주의를 매우 심각한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속해온 언론 감시 활동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그동안 해왔던 언론 감시, 민주언론 정립이라는 소명을 실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언론 운동은 근본적인 인식에 충실한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독재정권 또는 준 독재정권 시절 언론의 자유와 자율성 확보는 선결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창립 당시 선배들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언론사 구성원을 위한 자유가 아닙니다. 민주주의, 주권자인 민주 시민을 위한 자유여야 합니다. 또 언론의 자유는 목표가 아니라 민주주의 완성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언론 자유를 획득한 언론의 행태가 민주주의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라는 사업자가 아닌 민주주의, 민주 시민을 위한 바람직한 미디어 환경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정책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서 시민의 주체적 참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의 유지 발전에 기여하는 미디어 정책을 고민하고 그 실현을 위해 뛰겠습니다.

매체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매체가 생산한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망영상서비스(OTT) 등은 이미 대세가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매체와 달리 새로운 매체들은 기존 매체가 가졌던 한계를 극복하고 이용자 중심의 선택 가능성, 쌍방향 소통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 제작과 유포의 온상이라는 오명도 동시에 받습니다. 새로운 매체의 잠재적 가능성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플랫폼이 시민의 또 다른 공론장이 되어야 합니다. 주체적인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건강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새로운 플랫폼이 비판적인 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민주적 공론장이 되도록 기반 마련에 힘쓰겠습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회원들과 시민사회에 다음을 약속하고 실천하겠습니다.

 

1. 민주주의의 주축이 될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언론 정립에 힘쓰겠습니다.

- 기존의 언론 감시 운동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 좋은 저널리즘의 기준을 함께 고민하고 정립하도록 힘쓰겠습니다.

- 민주주의 소통의 주축이 될 중심 언론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힘쓰겠습니다.

 

2. 민주주의, 민주 시민을 위한 미디어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되도록 힘쓰겠습니다.

- 산업 중심이 아닌 공공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미디어 정책 수립과 실천에 힘쓰겠습니다.

- 시민이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고 소통의 주체가 되는 정책 마련에 힘쓰겠습니다.

- 시민을 위한 정책을 논의할 사회적 논의기구(가칭 미디어개혁위원회)를 추진하도록 힘쓰겠습니다.

 

3. 변화하는 플랫폼 환경에서도 건강한 시민 공론장이 형성되도록 힘쓰겠습니다.

- 새로운 플랫폼에서 혐오표현, 허위조작정보가 줄고 건강한 공론장으로 진화 발전하도록 힘쓰겠습니다.

- 시민들이 건강한 비판적 소통의 주체가 되도록 미디어 교육 강화에 힘쓰겠습니다.

- 건강한 공론장의 주체가 될 일인 미디어 등의 활동 기반 마련에 힘쓰겠습니다.

 

2019년 12월 19일

민주언론시민연합07_35주년성명낭독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