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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채용관행으로 짓밟힌 여성 아나운서 노동인권 대전MBC는 인권위원회 권고 즉각 수용하라
등록 2020.06.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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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나운서를 고용이 보장된 정규직이 아닌 쉽게 고용을 해지할 수 있는 계약직, 프리랜서로 채용한 것은 아나운서라는 직종에서 나타나는 여성노동의 성격이 지속성과 전문성 축적보다는 우선 소비하기 좋은 젊은 여성의 필요성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채용 성차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난 6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발표한 대전MBC 채용성차별 진정에 대한 결정문은 방송계에 만연한 참담한 여성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와 문제가 고스란히 담겼다. 인권위원회는 1997년 이후 대전MBC가 채용한 아나운서 직군에 대한 남성, 여성 아나운서의 채용형태와 실태를 언급하며 “피진정인(대전MBC)은 이미 모집단계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고용형태를 달리하는 차별의사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비정규직에 예외 없이 여성이 채용된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 채용관행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적시했다.

 

인권위는 다른 한편으로 쟁점이 된 정규직 아나운서와 업무 동일성 문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의 근로자성 여부에 대해서도 대전MBC 사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유지은 아나운서 등 진정인 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는 대전MBC 대주주인 MBC 본사에 대해서도 채용성차별 문제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는 “본사를 포함하여 지역 계열사 방송국의 채용현황에 대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방송국들과 협의하는 등 성차별 시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단행된 당사자들의 업무배제 역시 인권위 진정의 보복성 부당 업무배제였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이같은 단호한 권고에도 대전MBC는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전MBC 경영진은 인권위가 권고를 발표한 6월 17일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권위 권고 이후 대전MBC 경영진이 언론의 취재 인터뷰를 통해 정규직 전환 수용 거부와 근로자 지위 여부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대전MBC 경영진의 이러한 상황인식은 공영방송 경영진으로서 최소한의 공적 책무마저 외면한 처사다. 인권위의 권고가 법적 강제성이 없다 하더라도 국가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잘못된 제도 및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기관의 권고를 무시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명백한 채용 성차별과 이로 파생된 여성 아나운서들의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무엇인가? 여전히 채용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 당사자들을 대전MBC 구성원이자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로가 아닌가?

 

대전MBC는 채용 성차별 문제가 불거진 지난 1년 동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공영방송으로서 변화하는 계기로 노동인권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기회를 놓쳤다. 일관되게 채용 성차별 관행을 정당화했고, 문제제기 당사자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시민사회 요구를 외압과 부당한 간섭으로 치부했다. 이제 과오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다. 인권위 권고를 조건 없이 수용하라.

 

대전MBC 채용 성차별 문제를 수수방관한 MBC 본사의 책임도 무겁다. 지역 16개 계열사에 산재한 문제에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MBC가 최근 보도부문 정상화를 꾀하며 힘겹게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데 그런 성과를 자찬할 때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곪아 터지고 있는 노동인권 문제를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공영방송 MBC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대안 마련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MBC 경영정상화를 꾀하는 지름길이다.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대전MBC, MBC는 인권위 권고를 즉각 수용하라.

 

2020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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