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국 기자들은 ‘악질적 오보’ 반복하는 조선일보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대형오보는 언론계 책임이다
등록 2020.09.02 11:56
조회 1288

조선일보는 8월 28일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박상현‧황지윤 기자)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상황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담당 교수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에는 “복수의 연세대학교 의료원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의 취재원만 등장하고, 당사자에게 확인을 거쳤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피부과 교수가 “세브란스에 연고가 없는 조씨가 갑자기 우리 병원을 찾아와 당황스럽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고 명시해 마치 만남이 사실인 듯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바로 다음날인 8월 29일 해당 기사가 오보임을 인정했다.

 

사진1.png

 

조선일보의 반복되는 악질적 오보, 의도성 의심 받아

조선일보의 이번 오보는 또 한 번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보도의 기본인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내는 취재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조선일보 <민노총 압박에…국대떡볶이, 서울대병원 매장서 퇴출>(김은중 기자)는 한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자 민주노총이 압박을 가해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내 매장이 퇴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병원과 노조는 해당 업체의 배달행위로 감염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보도 당시엔 계약 해지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해당 업체의 배달행위는 ‘구내식당은 병원 직원들의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기타 영리행위를 할 수 없다’는 계약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도 서울대병원과 노동조합 등 당사자 취재를 하지 않았다.

 

올해 3월에도 조선일보는 당사자 취재를 하지 않아 대형 오보를 냈다. 조선일보 <코로나 난리통에…조합원 교육한다고 딸기밭에 간 서울대병원 노조>(3월 9일 곽래건 기자)는 “민주노총 산하인 서울대병원 노조가 우한 코로나 사태 와중에 노조 교육이라며 단체휴가를 내고 딸기 따기 체험을 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대분회는 당초 1분기 조합원 교육으로 딸기농장 체험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농장 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한 상황이었다. 이때도 당사자 취재는 없었다. 조선일보는 오보를 인정하고 해당 보도를 삭제했다.

 

민주노총 관련 오보 사례와 조국 전 장관 딸 관련 오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먼저 당사자 취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3개 기사 모두 당사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면 나올 수 없는 오보였다. 오보의 대상이 조선일보가 반복적으로 비판한 인물이나 단체라는 사실도 똑같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과 노동계에 부정적인 기사를 수십 년간 반복해 써왔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와 관련된 무리한 의혹제기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결국 이번 오보는 보도 대상이 민주노총에서 조 전 장관의 자녀로 옮겨왔을 뿐, 조선일보가 취재의 기본원칙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보도 대상에 부정적 인식을 남기는 악질적 오보를 만든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이런 오보를 계속 내는 배경엔 특정한 악의적,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에 묻겠다. 취재의 비상식적 오보가 나온 배경에는 취재과정에서 일방적 주장만 청취하여 ‘민주노총이라면, 조국이라면 그랬을 것’이라는 편집국 또는 기자의 확증편향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보도의 기본인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당사자 취재도 없는 보도가 반복해서 나올 수 있는가. 조선일보는 특정 대상을 향한 대형 오보 양산을 멈추지 않는 이상 의도적으로 악질적 오보를 계속 내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줍짢은 핑계로 채운 ‘바로잡습니다’

조선일보는 당사자인 조국 전 장관이 8월 28일 오보를 SNS에 공개하고, 비판여론이 일자 이튿날인 8월 29일 <바로잡습니다/조민씨‧연세대 의료원에 사과드립니다>를 싣고, “사실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였다”라며 사실상 오보를 인정했다. 조선일보는 “26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연세대학교 의료원 고위 관계자와 외부인 등 4명이 식사를 했다”면서 이 자리에 참석한 복수의 취재원이 조민 씨가 피부과 교수에게 청탁을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도 없는 자리에서 오간 낭설을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기사화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오보 경위를 확인하면 허탈함이 더 크게 남는다. 조선일보의 해명은 요약하자면 ‘복수의 취재원이 같은 주장을 펼쳐 기사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해명이 될 수도 없고, 중요한 사실을 감추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해당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복수의 취재원이 ‘허위사실’을 주장했음에도 조선일보가 검증 없이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납득할 수 있는 설명 대신 핵심 내용을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줍짢은 핑계로 둘러댔다. 또한 당사자들은 이런 보도가 나오는 과정에서 악의가 담긴 것인지를 물었지만 조선일보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 이런 ‘바로잡습니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다. 더욱이 조선일보는 이번 ‘바로잡습니다’ 어디에도 ‘오보’라고 쓰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부정확한 기사’라는 핑계를 대지 말고, 지금까지 반복된 악질적 오보로 피해를 입은 이들과 단체에 제대로 사과부터 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극우 유튜브 수준의 매체였던가

조선일보의 이번 오보 내용은 수차례 문제를 일으킨 극우성향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실시간 방송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8월 25일 <가로세로연구소> 실시간 방송 댓글에는 한 시청자가 “조민 연대피부과 인사 간 것도 맞습니다. 재학생에게 어제 확인했어요”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진행자 강용석 씨는 해당 댓글을 읽으며 의료계 집단휴진 상황에서 조국 전 장관 일가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로세로연구소>에 등장한 댓글과 이를 유튜브 방송에서 그대로 전달한 상황은 허위사실을 검증하지 않고 기사로 인용하고 의료계 집단휴진 상황까지 연결하여 보도한 조선일보 오보와 판박이다.

 

보도내용, 검증수준 등을 보면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극우성향 유튜브가 허위조작정보를 무책임하게 퍼뜨리는 수준과 같다. 올해 한국 신문 최초로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면서 ‘사실추구의 언론본령을 되새기겠다’고 선언한 조선일보의 기자들은 극우성향 유튜브 방송과 다를 바 없는 자사 보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언론인으로서 기개를 조금이나마 갖고 있는 기자들이 조선일보에 있다면 자성의 목소리부터 내야 하는 게 아닌가.

 

취재기본도 지키지 않는 조선일보 ‘신뢰’한다는 기자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력을 받아 국내 뉴스 이용자 2,304명을 설문한 온라인조사에서 한국언론 신뢰도는 21%로 조사대상 40개국 중 최하위였다. 같은 조사에서 조선일보와 TV조선은 불신하는 매체 1, 2위로 선정됐다. 시민들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특히 조선미디어그룹을 가장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였다.

 

그러나 기자 사회의 평가는 딴판이다. 최근 기자협회보가 653명 기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기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기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1위로 조선일보가 선정됐다. 취재기본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악질적 오보를 반복하는 신문사를 기자들은 가장 신뢰하고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자들은 언론인으로서 취재기본도 지키지 않는 신문사를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할 뿐이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가장 신뢰하는 한국 기자들이 부끄럽다.

 

또한 기자 사회는 언론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서 시민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깨닫길 바란다. 악질적 보도를 반복하는 조선일보와 조선일보를 신뢰하는 기자들이 팽배한 세상이니 국민들이 언론개혁을 외치고, 급기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시민 의견이 81%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 저하는 더 이상 떨어질 곳조차 없는 실정이다.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면, 기자 사회부터 조선일보의 악질적 보도를 비판하고, 변화를 이끄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2020년 9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comment_20200902_04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