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국경제 ‘삼성-화이자 백신생산’ 오보, 사과부터 제대로 해라
등록 2021.05.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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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한국경제가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삼성바이오, 화이자 백신 만든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한국화이자제약에게도 반박됐다. 당일 삼성바이오가 ‘사실이 아니다’고 공시했고, 한국화이자제약은 다음날 글로벌본사 확인 결과를 공개하며 “외부에서 제조됐을 때 품질 등을 고려해 현지 제조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 보도는 당사자 입장도 없이 익명 취재원 발언에만 의존한 채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오보임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삼성바이오가 공시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음에도 수정 또는 삭제하지 않고 버티던 한국경제는 결국 5월 13일 오전 온라인에서 기사를 삭제했다. 하지만 정정도 사과도 없었다.

 

정정도 사과도 없이 오보만 삭제하면 그만인가

우리는 이번 오보 소동에서 한국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는 오만한 모습에 다시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 한국경제는 오보가 나온 직후 당사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반박 공시와 관련해선 “신뢰할 만한 취재원으로부터 재차 확인한 내용”이라고 주장하며 “(공시내용은) 그 회사에 문의 바란다”고 미디어오늘에 답했다. 오보 논란 확산과 더불어 왜 기사를 내리지 않느냐는 항의가 잇따랐지만 한국경제는 ‘나 몰라라’였다.

 

오히려 오보 다음날 한국경제는 <삼성바이오, 화이자 백신 생산 부인…청 “한·미 정상회담서 백신협력 논의”>를 통해 ‘업계’를 출처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 백신을 위탁생산할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고 보도하며 전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다시 ‘업계’라는 불투명한 취재원을 내세워 오보 논란 무마에 나선 것이다. 다른 언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이자가 아닌 기업의 백신을 위탁생산할 가능성 보도가 나오자 슬그머니 화이자는 빼고 ‘글로벌 제약사 백신’ 생산 가능성으로 한 발 물러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후속보도로 오보 책임을 면할 순 없다. 부실한 취재로 오보를 냈다면 빠른 사과가 우선이다.

 

경제에 끼친 여파도 문제다. 이번 오보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급등락했다. 5월 12일 주가는 전날보다 4.77% 올라 85만 6000원이었고, 거래량은 78만 5,496건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이 비해 8.7배나 거래량이 급증한 것이다. ‘경제지’를 자부하는 신문이 황당한 오보로 주식 시장에 혼선을 일으킨 것에 한국경제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오보’ 슬그머니 무마 말라

언론 오보는 의도와 별개로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그러나 명백하게 잘못된 보도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보도는 그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언론의 생명은 공신력이다. 문제된 보도에 대한 사후처리가 언론 신뢰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이유다. 취재원이 항의하든 말든, 시민들이 비판하든 말든 ‘아니면 말고’ 식 보도행태를 고수한다면 언론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한국경제의 무책임한 오보 사태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3월 <마스크 사려고 줄서던 70대 남성 쓰러져 사망사고>, 5월 <단독/하룻밤 3300만원 사용…정의연의 수상한 ‘술값’>, 12월 <수능으로 문 정권 홍보?... ‘한국사 20번 문제’ 어떻길래> 등 대형오보를 냈고 2018년 8월엔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 오보로 출고 5시간 만에 기사를 삭제했다.

 

한국경제는 5월 13일 온라인에서 오보를 삭제한 뒤에야 다음 주쯤 보도 경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 뒤늦다. 오보를 내리면서 어떤 유감 표명이나 사과도 없더니 후속조치도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한국경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어쭙잖은 핑계로 오보를 무마하는 게 아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제대로 된 사과다. 당장 오보부터 사과하고, 신속하게 오보 경위를 상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 기자들도 편집국에서 저널리즘 기본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엄중하게 되돌아볼 때다. 첫 기본원칙은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책임이다.

 

2021년 5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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