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청와대 신년 '기자간담회'에 대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문

청와대 기자단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당장 해체하라 !
등록 2017.01.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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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 첫날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가 또 다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올해의 첫날은 정말 많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한 때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은 진행형이고, 광장에 모인 촛불이 11주째 켜져야 하는 탓에 여느 해보다 더 큰 희망의 덕담을 나누길 바랐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날 오후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박 대통령이 상춘재에서 기습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비서진이 직접 간담회를 준비하는 것도 문제인데, 심지어 참석 기자들에게 노트북을 가져갈 수도, 녹음이나 사진 촬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런 조건을 다 수용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간담회 내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7시간 동안 할 일 다 했다, 정상적으로 체크하고 있었다.”는 등 시종일관 언론 등에서 밝혀진 진실은 모두 왜곡됐고,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마디로 테이블을 마주한 기자들에게 “내가 아니라 너희(언론)가 잘못했다”는 궤변을 늘어 놓은 셈이고, 청와대 기자단은 40여분 간 이어진 이런 궤변을 아무런 질문도,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듣고만 있었다. 나아가 ‘조목조목 반박’이란 제목까지 붙여가며 이를 친절하게 보도해 주기까지 했다.

‘질문하지 않는 청와대 출입기자’란 소리까지 들으며, 언론 노동자들에게조차 외면당할 뻔한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한 이 기자들의 모습은, 또한 자신들의 카메라가 아닌 청와대가 제공한 영상에 담겨 공개됐고 국민들의 가슴은 다시 한 번 속이 터지는 분노를 느껴야 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언론의 자기반성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을 향해 “왜 참석했냐?”, “왜 그런 거짓말을 듣고만 있었냐?”며 성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에도 청와대 출입 기자단의 시스템을 들어 ‘질문하지 않는 기자단’ 때의 변명을 하지는 말자.

어떻게 포장한들, 국민들의 눈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국민에 대한 예의보다 국회로부터 탄핵을 받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알 권리를 들어 억울함을 말하고자 한다면,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 존재로서 공정 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띠고 있다.”는 기자로서의 윤리 강령에 대해 먼저 자문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첫날 기습 기자 간담회를 성공리에 열어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알렸다는 자신감 때문에 3일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에 당당히 불참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청와대 기자단은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 앞에서만 하는 반성하지 않는 대통령을 본의 아니게 지켜 준 셈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다시 한 번 기자로서의 윤리를 되새기고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반성의 펜과 마이크를 들어야 한다. 기자단의 카르텔을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그 실천의 첫발은 이미 예고된 불법적인 박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 거부다. 다음은 직무가 정지되었음에도 여전히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대통령의 불법적인 모습을 청와대 안에서부터 취재해 보도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역할을 거부한 채 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받아 쓰는 모습을 보인다면, ‘청와대 기자단’마저 국민으로부터 탄핵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7년 1월 5일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