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경마중계식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지지율에 매몰된 대선 보도
등록 2017.04.21 11:07
조회 372

언론학에서 선거 관련 보도를 분석할 때 흔히 사용하는 용어가 바로 ‘경마중계식(Horse Race) 보도’라는 용어이다. 경마중계식 보도는 언론사들이 선거보도를 하면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속한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 개인의 공약, 그리고 후보로서의 자질에 대한 분석이나 검증 없이 단순히 누가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고 있고,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지 등을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난 지지율 숫자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말한다. 마치 경마중계에서 어떤 경주마가 가장 앞서고 어떤 경주마가 우승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서만 중계하듯이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만 하는 언론의 선거보도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결국, 경마중계식 보도는 언론이 선거 관련 보도를 하면서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들만을 주로 보도하는 관행을 비판적으로 꼬집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105호 언론포커스 01.jpg
△ 경주마의 우승 가능성을 점치듯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경마중계식' 대선 보도는 유권자의 알권리를 제한한다.

 

대선을 ‘말달리기’로 착각한 언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조기에 치러지게 된 이번 대선 관련 보도에서도 이러한 언론의 경마중계식 보도 형태는 반복되고 있다. 조기 대선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시간이 짧아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공약과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검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중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검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보다는 여론조사 지지율을 중심으로 한 경마식 보도에 혈안이 되어 있다. 제대로 된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대한 검증 보도는 온데간데없고, 대부분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언론이 대선 관련 보도를 여론조사 지지율을 중심으로 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경마중계식 보도로 일관하면서 정작 유권자들이 자신의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데 반드시 알아야 하는 대선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의 실현가능성과 후보 개개인의 자질에 대한 검증보도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선거보도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은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심층취재를 통해 각 후보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특히, 유권자들이 국가를 위해 일할 능력과 자질을 갖춘 대통령을 올바로 선택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언론의 대선 관련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선거보도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분석과 검증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유권자 선택 왜곡하는 경마중계식 보도

 

선거보도에서 경마중계식 보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양산하게 된다. 먼저 언론이 선거보도에서 독자와 시청자들의 눈길만을 끌기 위해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대한 검증보도를 외면하고 경마중계식 보도에 몰두하다 보면 지나친 속보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오보로 이어질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또한 경마중계식 보도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쳐 선거결과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있다. 언론의 경마중계식 선거보도가 선거 결과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밴드웨건(Band Wagon)’ 효과와 ‘언더독((Underdog)’ 효과 때문이다. 밴드웨건(Band Wagon) 효과는 선거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유권자의 심리 현상 중 하나로 선거기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쏠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언더독((Underdog)’ 효과는 절대 강자에 대한 견제심리를 일컫는 것으로 약자에 대한 연민이 작용해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유권자들이 지지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결국, 밴드웨건과 언더독 효과로 인해 여론조사 지지율을 기반으로 한 언론의 경마중계식 보도가 유권자들의 올바른 대선 후보 선택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05호-언론포커스02.jpg
△ '밴드웨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 여론조사 지지율을 기반으로 한 경마중계식 보도는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조기 대선 정국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에 매몰되어 정책보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경마 경주 중계하듯 여론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내는 경마중계식 보도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대선 관련 보도에서 언론사들의 이러한 경마중계식 보도 행태는 유권자인 독자와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선거보도에서 올바른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망각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조기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언론사들은 피상적이고, 표피적이며, 자극적인 경마중계식 보도에서 벗어나 유권자들이 올바른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선거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포커스는?

언론포커스는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회원들을 찾아갑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동민(단국대 외래교수),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평호(단국대 교수),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박태순(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이용성(한서대 교수),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이정환(미디어오늘 대표), 정연구(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연우(세명대 교수),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