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대선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주문

적폐청산의 ‘주적’ 언론, 어떻게 할 것인가
등록 2017.05.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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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일주일 전, 수구언론은 여전하다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꼭 일주일 남았다. 3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도 공표할 수 없는 블랙박스 기간이 시작된다. 편승효과(bandwagon effect), 열세자효과(underdog effect)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정치공학적 선택을 강요당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물론 정치에 있지만 언론의 책임이 더욱 크다.  

 

촛불이 만들어낸 선거정국이지만 언론의 어느 구석에서도 촛불의 시대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은 특정 후보 깎아내리기나 특정 후보 띄우기에 여념이 없고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네거티브에 빠져있다. ‘주적 논쟁’ 같은 적폐세력의 단골 메뉴가 언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것도 여전하다. 불편부당, 중립성, 균형성 등 선거보도준칙을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언론은 정파의 홍보 역군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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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9일 'KBS 주최 제19대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주적' 공세를 펼치는 유승민 후보. <사진출처 : KBS 화면 캡쳐>

 

달라진 것은 수십 년간 적폐세력의 공범자였던 수구언론들이 여론조사 결과가 들쑥날쑥하자 새로운 보수를 찾아 시시각각 논조를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판세가 변할 때마다 ‘후보 통합’, ‘후보 사퇴’ 따위로 선거판을 흔드는 정치야바위꾼들의 간교한 장난에 수구언론이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적폐청산의 대상 1호인 친박당의 대통령 후보가 “언론을 손봐야 한다”거나 “여론조사 업체를 응징하겠다”며 겁박하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광장에서 드러난 적폐, 그 청산의 걸림돌

 

이러한 언론 현실은 선거 이후의 정국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물론 언론이 어느 날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민중의 횃불’이 되고 ‘사회의 소금’이 될 리는 만무하다. 일제와 독재권력의 시녀였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권력을 창출하는 ‘킹메이커’로 행세하는 언론권력에게 구습과 악폐를 스스로 씻어내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언론현실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촛불시민이 염원했던 적폐청산은 기대난망이라는 점이다.

 

지난겨울 그 어떤 권력도 촛불시민의 정의의 힘 앞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정보기관의 음험한 공작도 통하지 않았다. 도로교통법, 소음공해 따위를 들이대면서 ‘불법집회’로 몰았던 경찰도 촛불의 집회현장을 보호해 주었고 법원은 청와대 코앞까지 시위대에 길을 열어 주었다. 수도 서울에 위치한 광화문 광장은 말 그대로 해방구였다. 이 기적 같은 촛불혁명의 성공은 그 무엇도 아닌 깨어난 촛불시민이 만들어낸 것이며 비록 극소수지만 그나마 언론다운 언론이 살아 있었기에 가능했다. 

 

광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들이 낱낱이 밝혀졌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과 재벌이 적폐의 꼬리표를 달았다. 세월호, 사드 등 감추어졌던 적폐의 모습들이 드러났다. 양극화, 청년실업, 독거노인, 사교육, 비정규직, 가계부채, 농촌, 핵폐기물, 4대강, 미세먼지 등 쌓였던 난제들이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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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4월,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2차 명단을 발표했다. <사진출처 : 민중의 소리>

 

그러나 이 산적한 적폐청산의 과제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누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는 여소야대의 약체 정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선거가 끝나면 집권당은 논공행상에 여념이 없을 것이고 야당은 정치적 이합집산으로 분주할 것이다. 삼권분립이 엄존하고 있는 민주정체에서 여소야대 대통령의 지도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적폐청산에는 법과 제도 개혁의 주체인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언론장악방지법에서 보았듯 날치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던 국회선진화법이 이제는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적폐세력과 손을 잡을 수도 없고 손을 잡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언론 또한 시대정신을 이끌어갈 책무가 크지만 적폐세력과 공범으로 낙인찍힌 수구언론이 개혁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다. 진퇴양난이다.

 

언론개혁, 공영방송 정상화가 시작이다 

 

그래서다. 소수의 건강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95:5로 기울어진 언론지형이지만 그 ‘5퍼센트’의 개혁적 힘이 시민사회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민주정부, 민주언론, 민주시민이 함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폐청산의 ‘주적’인 언론을 개혁하는 것이 먼저다. 최우선 과제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정상화다. 특히 MBC의 형질개조 작업을 해왔던 적폐부역세력들에 대한 확실한 청산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것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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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 정상화' 관련 인터뷰 중인 MBC 해직 언론인 이용마 기자. <사진출처 : 미디어오늘>

 

속지 말아야 한다. “겁박과 협박으로 언론독립을 훼손하고 공정방송을 장악하려는 민주주의 공적들”, “편향적 정치 성향으로 언론독립과 공정성을 말할 자격조차 없는 사실상의 정치집단” 이것은 노조의 성명서 문구가 아니라 MBC 언론부역자들이 노조를 공격한 말이다. 사탄도 성경구절을 웅얼대듯 부역자들도 공정방송을 운위한다.

 

진퇴양난의 시점에 중요한 것은 원칙에 충실 하는 일이다. 방향은 분명하고 전략은 정교해야 한다. 수구언론의 눈치를 보면서 좌고우면하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수구언론들은 ‘통합’이니 ‘국민화합’이니 하면서 적폐세력과의 동거를 주문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혁세력과 적폐세력의 어설픈 화합이 아니라 구습과 악폐에 젖어있는 적폐세력을 국민으로부터 떼어내는 일이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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