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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신뢰 회복이 길이다

가짜뉴스, 대선 이후의 언론
등록 2017.05.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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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때면 예외 없이 뉴스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각 캠프는 물론이고 유권자들도 선거 때 나오는 정보 하나하나에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연히 뉴스를 만들어 유통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평소보다 날 선 비판이 나오기 마련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후보는 언론이 다른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앞서가는 후보는 언론의 자신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광경은 여지없이 되풀이됐다.

 

가짜뉴스가 횡행한 19대 대선

 

이에 더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새롭게 눈에 띈 건 ‘가짜뉴스(fake news)’ 현상이었다. 2016년 미국 대선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던 가짜뉴스가 한국 대선에서도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다(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최근 있었던 프랑스 대선에서도 사법당국이 가짜뉴스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가짜뉴스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듯하나, 최근 열린 어느 학회에서는 가짜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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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언론사는 대선 기간 '가짜뉴스'를 검증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했다. <사진출처 : JTBC 뉴스룸 화면 캡쳐>  

 

실제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허위정보들이 기사의 형식을 띤 채 SNS 등에서 널리 유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19대 대선을 앞두고 나온 ‘가짜뉴스’가 4년 전 18대 대선 때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후보가 치매에 걸렸다거나, 다른 후보가 조폭과 연계되어 있다는 얘기들이 삽시간에 사람들에게 퍼졌고, 이를 바로잡기란 매우 어려웠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앞다퉈 ‘가짜뉴스’ 현상을 분석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가짜뉴스가 퍼지는 두 가지 이유

 

가짜뉴스가 횡행하게 된 원인 가운데 중요하게 볼 것은, 사람들이 언론에 대해 갖는 기대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심리학 용어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단히 보면 이렇다. 요즈음은 언론의 기사 외에도 SNS 등 새로운 정보를 접할 통로가 많고, 사람들이 언론사의 기사에 의존하는 정도는 과거에 비해 매우 낮아졌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견해를 재확인시켜주는 내용의 정보를 언론을 통해 확인받고 싶어 한다. 오히려 이러한 확증편향을 깨뜨리는 언론을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가짜뉴스는 이러한 집단적 심리에 효과적으로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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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증편향은 '사람은 보고싶은 것만 본다'는 의미의 심리학 용어이다. 가짜뉴스 확산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 cognitivebiasparade.com>

 

물론 제도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것도 이유가 됐을 것이다. 유언비어에 관한 연구에서는 R=i×a라는 공식이 나온다. R는 유언비어의 크기(rumor), i는 이야기 주제의 중요성(importance), a는 그 화제와 관련된 증거의 애매성(ambiguity)을 뜻한다. a가 클수록, 즉 문제와 관련된 설명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유언비어가 널리 퍼진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일종의 유언비어에 해당한다고 보면, 이는 기존 언론이 문제에 대한 신뢰 있는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검열 대신, 언론이 정도를 걸어야

 

어쨌든 앞으로도 가짜뉴스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나서 규제와 처벌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규제가 가능하겠냐는 의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짜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정부에 맡기는 순간, 그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의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권의 성향을 막론하고 규제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의 본능에 가까운 본성이고, 광범위한 규제 권한이 주어지면 그것이 정권의 안위를 위해 남용될 위험이 크다. 가짜뉴스를 때려잡으려다 정부정책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의혹 제기 자체를 차단당하는 일이 벌어질 위험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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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대선을 이틀 앞둔 시점에 마크롱 후보 캠프의 이메일이 유출되어 가짜뉴스와 함께 퍼졌으나,
프랑스 주류 언론은 이를 검증 후에 다루겠다며 대부분 보도하지 않았다. <사진출처 : KBS 인터넷 뉴스>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언론이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좋은 참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마크롱 캠프의 이메일 유출 파문이 불거졌다. 유출되었다는 이메일에는 진짜 문서와 가짜 문서가 뒤섞여 있었으나, 유출자료를 살펴 그 진위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를 보도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이 정도를 걸음으로써 가짜 뉴스에 적절히 대응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으니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와 대안들이 제시될 것이다. 허망한 얘기일 수 있으나, 그 출발점은 언론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것이어야 한다. 권력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래 역할에 집중하고, 그럼으로써 언론의 신뢰를 재건하는 것. 그것이 이 문제에 대응하는 가장 기본이지 않을까 한다.

 

정민영(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민언련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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