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제작 현장에서의 저항이 곧 방송 정상화로 가는 길

보도와 제작 현장 정상화도 시급하다
등록 2017.06.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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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파탄에 책임이 있는 부역자들을 몰아내어 적폐를 청산하고, 현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제작현장에서 쫓겨난 방송인들을 복귀시키는 것은 절박하다. 아울러 무너져있는 조직 내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되찾기 위한 투쟁도 시급하다.

 

KBS가 무너진 이유는 ‘외압, 통제, 맹종’

 

며칠 전 ‘무한도전’ 김태호 PD 등 MBC 예능 PD들이 권력에 의해 침해된 제작현장을 고발했다. 때로는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능 PD들은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고 비판했다. 웹툰으로 MBC 내부 사정을 풍자해 해고됐던 권성민 PD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망가진 MBC의 제작 자율성 실태를 증언했다. 경영진이 껄끄러워하는 외부인은 물론이고 사내 아나운서도 파업에 참여했던 사람은 출연을 못 하게 했다는 것이다. KBS 기자협회가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설문을 했더니 응답자들은 KBS 저널리즘이 무너진 원인을 정치권력의 외압과 경영진의 내부 통제, 보도간부들의 맹종으로 꼽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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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2일 ‘무한도전’ 김태호 PD 등 MBC 예능 PD들은 성명을 내고 김장겸 현 MBC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 : MBC )

 

방송장악의 독소가 조직 곳곳에 암세포처럼 스며들어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공영방송은 내부 자율성과 상향식 의사결정이 무너지고 지시와 순응의 시스템이 형성되었다. PD들은 주문하는 대로 제작만 맡는 영혼 없는 기술자가 되라는 요구에 시달려왔다. 상당수 제작진들은 주눅이 들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눈치나 살피는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혹시 윗사람 눈 밖에 나지는 않을지, 불편해할 아이템은 아닌지 스스로 검열하곤 했다. 공정성과 다양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정권과 자본의 입맛에 맞추어졌다.

 

언론부역자들이 마구 휘두른 ‘인사권’과 ‘방송편성권’

 

정권의 하수인들과 부역자들이 휘두른 인사권은 조직을 장악하는 무기가 되어 제작진들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부당한 개입과 통제에 분노도 하고 저항도 하였지만 감당하기에는 힘겨웠다. 사상 최장의 파업으로도 막아내지 못했다. 편성권 독립과 내적 자율성은 파괴되고 정치권력이 원하는 여론조종 수단이 되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송인들의 분노와 모멸감은 체념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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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MBC노조는 공영방송 회복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이 파업은 언론사 파업사상 최장기간인 170여일 동안 지속됐다. (사진 : MBC노동조합)

 

방송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인 방송편성은 권력의 정치 수단으로 되어갔다. 기획하고 취재하여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 전송할 자유는 정권의 의중에 맞는 프로그램 통제의 칼날이 되었다. 국민이 위임한 방송의 권한을 프로그램으로 생산해내는 과정은 정치권력이 정치적 이익을 관철하는 통로 구실을 했다. 방송이 지켜야 할 기본적 가치인 공정성과 다양성은 짓밟혔다. 위계적이고 획일적 조직이 되어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표현은 억압했다. 자율성은 위축되고 내적 다양성은 줄어들었다. 경영진과 간부들은 방송기회의 제공, 시설 및 재정, 인력의 배치 권한을 가지고 조직을 장악했다. 승진, 업무 배정, 예산 할당 등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관리의 수단이었다. 프로그램은 권력에 필요한 가치와 관심을 중심으로 제작되고 운영되었다. 구성원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경영진이 행사하는 편성권은 정권의 방송장악과 개입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제작 편성은 권력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최전선이 되었다. 방송을 정권에 제물로 바치려는 세력과 국민들의 방송 주권을 실현하려는 제작진들이 부딪치는 전쟁터가 된 것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방송통신위원회와 심의위원회 등의 행정기구, 검찰 등 권력기구를 앞세운 정치권력의 대리 세력들이 현장을 점령했다.

 

여전히 ‘겨울 공화국’인 공영방송, 제작현장을 탈환하라

 

국정농단세력이 물러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도 공영방송은 여전히 겨울 공화국이다. 정권이 내려보낸 세력 그리고 그들에 부화뇌동하며 방송을 권력에게 갖다 바친 세력들은 여전히 조직 내에 버티고 있다. 빌미를 잡아 어떻게든 개혁의 틈을 노리며 방해하고 흠집을 내려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바로 제작과 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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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6월 14일 KBS 고대영 사장 퇴진 끝장투쟁 선포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미디어오늘)

 

제작 현장에서의 저항과 내적 자유 투쟁은 실질적으로 방송 정상화로 가는 길이다. 권력에 빼앗긴 제작현장을 되찾는 과정이다. 국민의 방송 주권을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길이다. 구성원들의 의지를 모으면 방송 정상화로 가는 동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미 내부 부역세력의 조직 장악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보도와 제작의 소재와 방향을 마음대로 바꾸고 통제할 힘은 상당히 빠졌다. 이미 저들의 창은 녹슬고 방패는 부서졌다. 제작현장을 방송 농단 세력에서 탈환할 때가 무르익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세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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