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MB정권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문건 파동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언론장악 적폐의 시작과 끝
김은규 (우석대 교수, 민언련 웹진기획위원장)
등록 2017.09.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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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되고 실행된 공영방송 장악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를 통해 밝혀진 ‘MB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는 상당히 치밀하고 세부적이다. 2010년 3월 작성된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은 좌편향 인물과 프로그램 퇴출-노조 무력화-민영화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2010년 6월 작성된 ‘한국방송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 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소위 좌편향 인사의 퇴출이다. KBS, MBC 두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한 이 문건들의 핵심은 한마디로 비판적 인사와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공영방송을 MB정권의 홍위병,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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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와 관련해 9월 18일 피해자 조사를 받으려 검찰에 나온 배우 문성근 씨. (사진 : MBC 보도화면 갈무리)

 

이러한 공영방송 장악 로드맵은 그대로 실행됐다. 2010년 3월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 작성된 이후 4월에 김재철 당시 사장은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과 집행부를 고소했고, 6월에는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 이어 좌편향이나 극렬 노조원으로 지목된 기자와 PD들이 줄줄이 해고됐다. 3월에는 잔여 임기가 남은 지역 MBC 사장 6명이 교체되기도 했다. KBS의 경우도 2010년 6월 ‘한국방송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 방안’이 작성된 이후 문건에서 거론된 기자와 PD들이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밀려났다.

 

2008년 여름부터 시작된 MB정권의 언론장악

 

사실로 확인되는 실상들을 보면 2008년 소고기 파동 촛불정국 이후 MB정권이 실행한 언론장악의 전모가 읽혀진다. 2008년 여름이 시작이었고, 이후 진행된 MB정권의 언론장악은 비상식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출발은 KBS의 장악부터였다. 당시 KBS 이사였던 신태섭 교수의 소속 대학 해직과 이를 빌미로 신 교수의 KBS 이사 해임, 보궐 이사 충원과 이사회를 통한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이병순 사장 선임이 이어졌다(2009년 서울행정법원은 ‘신 교수의 해임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보궐이사의 임명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렇게 KBS 경영권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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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7월 7일, 언론노조는 경기도 과천 KISDI 앞에서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 날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방송기술저널)

 

2009년에는 신문방송 겸영과 보수 언론에 종편 방송을 허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 미디어악법들이 추진됐다. MB정권과 당시 정부여당인 한나라당은 신방겸영과 재벌의 방송진출을 골자로 하는 언론법 개정안을 밀어붙였고,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를 막으려 총력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동원되기도 했다. 2009년 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방송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생산유발효과는 2조 9,000억 원, 고용 유발효과는 2만 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KISDI의 보고서는 허위자료에 근거한 엉터리 통계로 조작되었다는 것이 추후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미디어악법을 미디어산업발전법으로 호도하는 근거로 십분 활용됐다. 이후 국회 처리 과정에서는 한나라당이 총대를 메고 날치기 표결과 통과되지 못한 방송법안의 즉시 재투표 등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를 자행하면서 미디어악법을 통과시켰다. 

 

조폭의 행동조직과 다름없었던 MB국정원

 

2010년에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이 이루어졌다. 2008-2009년에 걸쳐 부당하고 위법적인 방법으로 한국 미디어 시장 구조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뒤흔들어 놓은 직후이다. MBC와 KBS 공영방송 장악 ‘추진 방안’이 구체적으로 기획됐고, 세밀하게 실행됐다. ‘콕’ 찍힌 사람들은 좌천되거나 해임됐고, 그 자리는 그들의 사람들로 대체됐다. 한마디로 ‘잔존 세력’의 척결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공영방송의 생명인 독립성과 공영성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를 위해 MB의 충복 원세훈이 나섰고, 행동조직으로는 MB국정원이 동원됐다. 원세훈의 MB국정원은 비단 언론장악에만 나선 것이 아니었다. 댓글부대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심리전단반을 운영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관여했다. 모두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짓밟는 위헌적, 범죄적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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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가운데 경호원이 기자의 질문을 막고 있다. (사진 : 민중의소리)

 

행동대장은 원세훈이었다. 그는 MB가 서울시장이던 시절 행정1부시장, MB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행정안전부장관에 이어 2009년 2월부터 국정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행적을 보면 그의 머릿속에는 모시는 이에 대한 보위와 충성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충복 원세훈 혼자만으로는 이런 일이 이루어질 수 없다. 모시던 이의 언질과 심기가 그를 조정했을 것이고, 국정원장 원세훈은 이를 충견처럼 받들면서 실행에 앞장섰고, 호위 세력들이 손발을 맞추었다. 그러기에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짓밟은 공영방송 장악이,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블랙리스트와 여론조작이 조직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하지만, 언론장악 적폐세력들은 여전히 후안무치하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및 공영방송 노조 등에 의해 밝혀지고 있는 사실들을 정치보복이니 표적수사니 하면서 발뺌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 권력 기관에 의해 추진된 공영방송 장악 의도는 시도만으로도 심각한 헌법 위반이고 민주주의의 유린이다. 하물며 그 기획이 그대로 실행되어 한국의 공영방송이 황폐해진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마당에 정치적 수사와 공방으로 물타기 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을 정확히 밝히고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민주주의가 복원된다. 시급히 언론장악 적폐청산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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