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직접취재’가 필요한 이유

청와대 기자단 해체 청원을 보면서
안성일(전 MBC 논설위원)
등록 2017.12.06 17:28
조회 146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단 해체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11월 17일부터 12월 17일까지 30일 동안 청원을 받는데 이 글을 쓰는 12월 5일 오전 3시 39분 현재 42,255명이 참여했다. 11번째로 청원자가 많다. 57,422건의 청원 가운데 11번째다. 발단은 11월 15일 미디어오늘에 실린 <청와대 기자들이 뉴미디어비서관실에 뿔난 이유>라는 기사다. 한국에 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7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 없이 갔다. 청와대는 기자단에 미리 알리지 않고 페이스북 생중계로 이 상황을 내보냈고 기자단이 항의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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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단 해체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12월 6일 오후 3시 33분 현재 42,541명이 참여했다. (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제목도 기사다

 

미디어오늘이 단 ‘뿔난 이유’란 제목은 선정적이다. 소제목 ‘출입기자단 청와대 뉴미디어 콘텐츠 가이드라인 요청에 청와대 속내 복잡’도 청와대 쪽의 입장이다. 대통령 행사를 기자실에 사전 고지하지 않고 페이스북 생중계를 한 것을 항의하고 규칙(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MB나 박근혜 때는 질문도 제대로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과는 별개 문제다. 그때도 기자단에 사전고지 없이 청와대가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내보냈다면 항의했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의 제목은 ‘기자단, 청와대에 뉴미디어 콘텐츠 가이드라인 요구’ 정도가 적당했다.

 

청와대 뉴미디어 콘텐츠의 성격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이 내부 매체의 특성을 살려 제작하는 차별화된 콘텐츠(관저, 사무동, 근접 촬영 등등)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인정하되, 보안 등 뚜렷한 사유로 언론에 취재 불허한 사안을 내부 매체에만 허가해주는 식의 2중 잣대는 엄격히 제한하기로 소통수석과 방송간사단”이 입장을 정리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 뉴스룸을 삼성매체라고 보고, 언론이 경쟁하지 않는 것과 같이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도 경쟁매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기업인 삼성전자의 뉴스룸과 청와대 홈페이지의 뉴스룸은 대상부터 다르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청와대 뉴스룸에는 ‘청와대 온에어’, ‘청와대 브리핑’, ‘해외언론보도’, ‘청와대 이야기’, ‘청와대 일기’가 있다. 국민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이지만 청와대 직원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결국 홍보 아니면 보도자료일 뿐이다. 청와대 뉴스룸이 있다고 언론, 청와대 기자들의 직접취재에 제한이 있어선 안 된다. 시스템이 언론의 감시기능을 보장한다. 

 

국정수행 지지율 71.5%와 뉴스 신뢰도 23%

 

한국언론재단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3%로 조사한 36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았다. 2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는 문항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이 23%에 그쳤다. 그리스와 더불어 최하위였다. 검열제도가 있는 말레이시아(29%), 정부와 언론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슬로바키아(27%)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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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언론재단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3%로 조사한 36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았다.(위)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성인 2천51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71.5%였다.(아래) (사진 :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과 리얼미터 조사자료)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성인 2천51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71.5%였다. (정당 지지율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2%로 나타났다.) 국민 네 사람 가운데 세 사람이 지지하는 대통령을 네 사람 가운데 겨우 한 사람이 신뢰하는 언론이 감시하는 꼴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63위까지 떨어졌고(국경 없는 기자회, 2017.4.26. 발표) 한국의 언론인들은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과 기자단의 있을 수 있는 갈등을 다룬 기사에 국민들이 기자단을 해체해 달라며 4만 명 넘게 청원한 이유다.

 

기레기와 기자단

 

기레기라고 경멸받아 마땅한 기자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을 것이다. 쓰레기 같은 정치인, 쓰레기 같은 선생, 쓰레기 같은 군인, 쓰레기 같은 검사와 판사, 쓰레기 같은 공무원도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이다. 그 쓰레기를 만든 책임자들과 부역한 쓰레기를 치우자는 것이 적폐청산이다. 언론계의 적폐청산도 현재진행형이다. 청와대 기자단은 그동안 기레기라 욕먹어 마땅한 짓을 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청와대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두 그때 그 기레기들은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있어야 하고 기자단도 있게 된다. 71%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의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고 기자단을 없애고 청와대의 소식을 청와대 뉴스룸으로만 알아선 안 된다. 뉴스신뢰도가 23%라고 기자의 77%가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 언론포커스는 언론의 주요 주제에 관한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언련이 전문가들에게 부탁한 글을 싣는 것으로 민언련의 공식 견해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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