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언론권력과 유착한 재벌, 철저히 조사하여 엄단해야

대한항공의 수상한 종편 출자, 다시 수사하라
박진형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록 2018.06.08 16:28
조회 412

2010년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승인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업자로 선정된 TV조선, 채널A, JTBC, MBN 4개 종편의 시대가 그때 비로소 시작됐다. 당시 방통위는 4개 종편의 1% 이상 주요 주주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공개된 종편4사의 주요 주주 리스트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이름은 찾기 힘들었다. 미디어법 날치기 이후 종편 도입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대기업들이 종편 출자를 꺼렸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그런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곳이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TV조선에 9.7% 지분을 출자하기로 한 법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TV조선 전체 자본금 3100억 원 중 약 300억 원에 해당하는 출자규모였다.


그런데 당시 방통위가 공개한 명단은 각 종편들이 사업신청서에서 '1% 이상 지분을 출자하기로 약정한 법인'이라고 약정서와 함께 제출한 것으로 실제 출자한 명단은 아니었다. 방통위는 사업자 선정 뒤 4개월여가 지난 2011년 4월 20일 각 종편에 ‘승인장’을 교부했고, 그 사이 실제 출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방통위는 실제로 종편에 누가 얼마만큼 출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방통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이를 방통위가 거부해 행정소송까지 갔다가 2013년 5월에 대법원이 ‘개인정보 등을 제외한 일체 자료를 공개하라’고 최종 판결한 뒤에야 1% 미만을 출자한 법인까지 포함한 자료를 공개했다.


실제 출자한 곳 중에는 사업자 선정 당시에는 이름이 없었지만 새로 등장한 곳도 있고, 이름이 있었다가 없어진 곳도 있었다. 그 와중에 대한항공은 실제로도 TV조선에 300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후 방통위가 공개한 명단을 분석하고 더 깊숙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대한공이 TV조선 외에 다른 종편에도 ‘몰래’ 출자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정체불명의 회사에서 대한항공 측으로 ‘몰래’ 흘러간 채널A 주식 200만 주
방통위가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을 때와 승인장을 교부받을 때의 주주 명단과 출자 규모에서 가장 변경이 많은 곳은 채널A였다. 채널A는 2010년 11월 30일 종편 승인 신청서를 방통위에 접수할 당시, 총 231개 주주 가운데 184개의 법인주주가 총 자본금의 95.7%에 해당하는 3901억 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이후 승인장을 교부받을 당시에는 애초 출자를 약정한 법인주주 가운데 79개 주주가 출자를 철회하고 43개 주주가 신규 출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변경된 자본금 규모는 전체 자본금의 22%에 해당하는 915억 원이었다. 


무엇보다 채널A의 경우 거액을 출자한 법인 가운데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곳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채널A에 100억 원을 출자했다는 ‘리앤장실업’이라는 회사는 종편 승인심사가 진행 중이던 2010년 12월에 만들어진 자본금 5000만 원에 불과한 회사였다. 이후 이 회사는 추가 조사 결과 불법대출 등으로 미래저축은행을 퇴출로 몰아간 김찬경 씨의 차명회사로 밝혀졌다. 

 

이런 회사가 왜 종편에 10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출자했을까. 이 부분에 대해 2013년 최민희 의원실에서 조사를 벌여 국정감사 등에서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자.


리앤장실업은 법인이 만들어진 뒤 2010년 12월 31일 미래저축은행에 230억 원 한도의 대출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에서 2011년 3월 3일 동아일보로 100억 원을 송금했다. 채널A 출자금이다. 그런데 방통위가 채널A 승인장을 교부한 뒤 1주일이 지난 4월 29일 이 계좌에 101억3400만 원이 입금됐다. 확인 결과 리앤장실업이 보유했던 채널A 주식이 제3의 누군가에게로 처분되고 그 주식대금이 입금된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방통위의 정보공개 자료에서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리앤장실업이 취득했던 채널A 주식은 200만 주였는데, 2011년 4월 28일 대한항공의 종속회사 2곳으로 모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공항주식회사’(이하 한국공항)가 120만 주를 60억8040만 원에, ‘정석기업주식회사’(이하 정석기업)는 80만주를 40억5360만원에 매입했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이 59.54%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당시에는 이사로, 지금은 회장으로 있다. 정석기업은 '정석'이란 이름 자체가 한진그룹 창업자 조중훈 회장의 호이고, 조양호 회장이 27.21%, 대한항공이 26.01%의 지분을 소유한 대한항공의 종속회사다.


한국공항과 정석기업은 모두 2011년 4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각각 ‘채널A 주식 매입의 결의 건’과 ‘종합편성채널사업 투자 건’을 가결해 이튿날 채널A 주식을 취득했다. 두 회사는 각각의 주식대금을 리앤장실업 소유의 우리은행 계좌로 입금했고, 이 계좌에 들어온 돈이 다시 리앤장실업의 미래저축은행 대출계좌로 송금됐다. 그런데 왜 리앤장실업이 100억 원에 매입한 채널A 주식 200만주를 왜 대한항공 측은 1억3400만 원이나 비싸게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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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18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채널A 방송법 위반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00억에 살 수 있는 주식을 1억3400만 원 더 주고 산 이유?
최민희 의원실이 제보를 받고 조사한 바는 이렇다. 이미 TV조선에 300억 원이나 출자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대한항공 측은 동아일보로부터 채널A 출자 요청을 받은 뒤, 자신들의 출자를 감추기 위해 리앤장실업의 회사 이름을 빌리는 대신 김찬경 회장에게 1억3400만 원을 수수료처럼 지급했다. 김찬경 회장은 미래저축은행 불법대출 건으로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을 때 이에 대해서 '동아일보 모 임원'의 요청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위해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즉 대한항공이든, 한국공항이든, 정석기업이든 정상적으로 채널A에 출자하려고 했다면 200만주를 100억 원에 취득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들이 출자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사에 1억 3400만 원의 손해를 끼친 것이다. 우회출자의 과정이 복잡했음에도 종편 승인장이 교부된 1주일 뒤 한국공항과 정석기업 두 회사가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같은 날 주식 대금을 입금하는 등 마치 작전대로 움직인 것을 보면 한진그룹의 최고경영자인 조양호 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13년 12월, 최민희 의원실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가 함께 채널A 승인 과정의 여러 문제와 관련해 채널A와 관계자들을 검찰에 형사고발하면서 조양호 회장도 형법 제356조에 해당하는 ‘업무상 배임’으로 함께 고발했다. 


그런데 검찰은 담당 검사를 세번 바꾸는 등 수사를 끌다가 2015년 10월 16일에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으로 조양호 회장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심지어 고발 당시 필자가 '고발인 대리인'으로 고발장을 접수했고 고발인 진술을 했음에도 불기소처분 사실을 통보해주지 않아서, 처분 결과 자체를 알 수 없었다. 최근에야 검찰에 불기소 결정서를 청구해 내용을 확인해보니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검찰은 조양호 등 대한항공 측의 얼토당토않은 주장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혐의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검찰, 조양호 말만 근거로 ‘혐의없음’ 결론
조양호는 “정석기업과 한국공항이 리앤장실업으로부터 채널A 주식을 매수한 경위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전문 경영인인 정석기업 대표이사 원종승과 한국공항 대표이사 김흥식의 의사결정에 의해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정석기업 원종승 대표는 “여러 사업자들이 종편 승인을 받으면서 미디어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즈음 투자 기회를 소개받게 되어 이사회 의결을 거쳐 리앤장실업으로부터 주식 80만 주를 40억5360만 원에 매수하게 되었고, 동아일보나 조양호로부터 부탁을 받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한국공항 김흥식 대표 역시 “종편의 출범으로 미디어 산업에 대한 투자가치가 상승될 것이라는 경영판단 하에 이사회 결의를 거쳐 120만 주를 60억8040만 원에 매수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대표 등의 진술에 대해 “피의자의 주장에 부합한다”며 ‘정석기업과 한국공항이 조양호의 지시 하에 리앤장실업으로 하여금 채널A 주식을 매입하도록 한 후 이를 다시 재매입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외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 내렸다.


왜 하필이면 종편 승인장 교부 직후에, 그것도 두 회사가 같은 날 이사회에서 ‘종편 출자 건’을 의결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검찰은 따지지 않았다. 왜 100억 원이면 살 수 있는 주식을 1억3400만 원이나 더 주고 샀는지에 대해서도 이유를 밝혀내지 않았다. 한진그룹 같은 초대기업의 관계사가 어떻게 리앤장실업 같은 생긴 지 5개월도 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회사로부터 100억 원이나 되는 채널A 주식을 사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없다.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고발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조양호 회장 측의 진술만을 근거로 검찰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최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폭언, 폭행과 탈세, 배임, 횡령 혐의에서 드러났듯 이들은 아무런 견제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다. 이들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집단에서 총수도 모르게 종편에 ‘몰래’ 출자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믿을 수 없다. 종편 출자는 그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다지는 수단이었을 것이다. 언론권력과 유착하기 위해서라면 TV조선에 300억, 채널A에 100억 원의 출자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몰래 유착하기 위한 대가로 떼 준 1억3400만 원 정도는 껌 값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검찰의 불기소는 대기업 특히 언론권력과 유착한 재벌에 봐주기 부실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 씨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는 이때, 대한항공의 수상한 종편 출자에 대한 수사도 철저하게 다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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