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공공성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공영방송 독립성,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김서중(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록 2018.07.18 09:36
조회 202

1987년 민주화 투쟁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지만 진정한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 사회 곳곳에 기득권 세력이 온존했으며 민주주의 틀을 갖춰나가려는 발걸음에 딴죽을 걸었다. 시민들도 민주주의 학습을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창출로 귀결됐고 결국 시민들은 역사가 과거로 회귀하는 경험을 했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다시 경험한 것이 ‘촛불 혁명’이다. 시민들을 속이고 억압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이 그래도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시민들이 이제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게 했다는 점이다.

 

공영방송, 권력의 앞잡이에서 시민의 품으로…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분노하여 대통령 퇴진까지 이뤄내며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했던 촛불 혁명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분야가 언론이다. 그중에서도 공영방송이다. 우선 공영방송은 촛불을 야기한 원인제공자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국가 홍보 방송 수준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의 권력에 빌붙은 경영진들은 공영방송 독립성·자율성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을 해고·징계·전보 등으로 탄압했다. 그리고 현실을 양심에 따라 보고 들은 대로 전하기는커녕 이비어천가, 박비어천가 타령에 바빴다. 공영방송은 결국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 창출과 유지에 기여했다. 그 업보로 공영방송 기자들은 촛불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반면 촛불혁명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정권 교체 이후 다시 파업에 나섰던 공영방송 구성원들은 드디어 부당한 경영진을 몰아내고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새로운 경영진을 맞이했다. 그 과정도 ‘촛불’답다. KBS의 이사회나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사장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회를 시민들에게 공개했고 KBS에서는 시민들의 평가를 사장 선임에 직접 반영하기도 했다. 공영방송의 실질적 주인인 시민들이 공영방송의 구성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공영방송의 경영진들은 촛불 정신에 맞게 국장 임명 동의제와 같은 내부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다워질 기본 조건을 갖춘 것이다.

 

선의에 기대선 ‘공영’방송을 만들기 어렵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권력지향적인 공영방송 경영진들은 ‘참 언론인’들을 해고 등으로 현장에서 배제시켰다. 그 공백이 공영방송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동안 미디어 환경도 변했다. 부당한 경영진을 몰아내고 민주적인 경영진을 맞이했다 하더라도, 그리고 공영방송다운 방송 회복을 열망하더라도 그 실천이 그리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아직 시민들이 기대만큼 공영방송에 만족을 못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구성원들의 노력에 따라 공영방송 바로 세우기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그것이 제도의 힘이다.

 

그런데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는 아직 견고하지 않다.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의 선의에 기반을 둔 제도이기 때문이다. 사장을 뽑는 과정에서 권력이나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했던 것도 이사진들의 결단이었으며, 국장 임명 동의제 같은 내적 자유 보장 제도도 사장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이 앞으로도 외압이나 부당한 경영진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

 

공공성 보장을 위한 법‧제도 필요 …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그런데 2018년 봄 정치권은 외려 촛불의 감시가 약해진 틈을 타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들을 직접 선출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을 시도했다. 물론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와 부정적인 여론 눈치를 봐서 방송법 개악은 멈췄지만 언제 또 정치권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송법 개정을 시도할지 모른다.

 

이제는 정말 사회를 위해 공영방송을 자유롭게 놔줘야 한다. 공영방송은 사실 불편한 존재일 수 있다. 언론의 기능 자체가 ‘감시’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하지 못한 세력에게는 매우 불편한 존재다. 부당한 권력은 물론 심지어 시민들도 그들의 생각과 다를 때 불편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이다. 권력이 장악해서도 안 되고 특정 견해를 가진 ‘사’인의 소유물일 수도 없다.

 

그 제도의 구체적인 모습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완벽한 대안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정치권이 공영방송의 구성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어떤 형태든 현장을 직접 접함으로써 진실에 가장 근접한, 취재보도·편성제작에 참여하는 일선 언론인들의 집단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정치권 일각의 타협으로 결론 내릴 사안이 아니다. 이를 위해 사회적 대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정치권은 물론 여러 시민단체들이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는 다양한 방송법 개정안들을 이미 내놓았다. 이제는 사회적 대토론 기구를 구성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의지가 있는지 시험해볼 시금석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진의 선임이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추천의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가 촛불 정신에 맞춰 독립적이고 유능한 이사진을 선임할지 두고 볼 일이다.

 

공영방송 이사의 조건.jpg

△ 16일 오후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이사의 조건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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