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가짜뉴스’는 저널리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

‘가짜뉴스’의 담론적 함정과 권력 개입 
박태순(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등록 2018.10.30 13:26
조회 285

가짜뉴스에 대한 가짜해석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언론들을 비판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면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최근의 사회적 문제는 아니다. 기원전 13 세기에 이집트의 람세스는 카데쉬 전투 동안에 사원 모든 벽에 적을 박살내는 그림을 그려놓고 이집트가 승리했다는 거짓 소식을 전파 했다. 그 이후 가짜뉴스는 인간 역사와 함께 지속되어왔다. 인간은 정직한 표현, 투명하고 착한 이야기만 하면서 역사를 만들어 오지 않았다. 어찌 보면 아담의 계보를 이어온 자연스런 인간 본성의 하나일 것이다.  


오늘날, 네트워크의 발전과 소셜미디어의 출현으로 가짜뉴스의 전파력과 영향력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그렇다고 가짜뉴스를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국가 권력이 완전히 청소 하겠다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온라인 공간의 특징 중의 하나가 카니발리즘이다. 마스크 뒤로 자기 정체성을 가리고 여과 없이 권력을 풍자하고, 지배자를 비판했던 카니발리즘 또한 역사의 한 부분이다. 지나치게 투명하고, 지나치게 청결한 담론구조에서는 반드시 권력의 지배가 작동한다. 오늘날 지배세력과 권력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적 행위를 ‘가짜뉴스’라는 개념으로 덧씌워 담론세계를 지배하려 한다. ‘가짜뉴스’담론은 저항적 담론을 몰살하려는 음모의 다름 아니다. 

 

유네스코는 2018년 9월에 가짜뉴스에 대응해 저널리즘 교육과 훈련을 위한 핸드북을 발간하였다. 이 책자는 가짜 뉴스의 개념 대신에 ‘허위정보’ ‘오보’ 그리고 ‘해악정보’로 구분하여 저널리즘 복원과 대응 방향을 제시고 있다. ‘가짜뉴스’는 저널리즘적으로는 ‘허위정보’나 ‘오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개념의 재 정의는 ‘가짜뉴스’가 공권력의 개입보다는 저널리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로 전환된다. 트럼프가 불지른 ‘가짜뉴스’의 가짜 해석을 바로 잡을 때, 올바른 문제 해결의 방향이 보이게 된다.  

 

허위정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헌법적 지위를 가지면서 비록 건강하지 않은 표현일지라도 공권력의 개입을 엄격히 제약한다. 2016년 5월 유럽연합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을 통해 불평등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표현들의 생산과 확산을 막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하여 인종, 피부색, 종교, 조상, 국적,  출신국가, 출신 민족의 이유로 증오를 부추기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그러나 허위정보와 관련하여 소셜미디어 업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명시하지 않았다. 독일은 유일하게 가입자가 200만 명 이상인 소셜미디어 업체가 불법적인 가짜 뉴스나 혐오 발언을 담은 게시글을 인지한 지 24시간 안에 삭제하지 않으면 최고 5천만유로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법을 만들어 2018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18년 1월 3일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기간 거짓정보 차단 및 삭제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하원에서 6월에 폐기되었다. 국가가 정보의 진실과 가짜를 가리는 심판자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언론과 프랑스 국민의 비판의 목소리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환상주의’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일어나면서 법안은 폐기 되었다. 
 
정부의 인식전환의 필요성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이낙연 국무총리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찬양설 등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를 ‘공동체 파괴범’ 규정하고 가짜뉴스 생산·유포자에 대한 강력 처벌 방침을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 발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콘텐츠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유포·전송하는 행위까지 국가기관이 엄정 대응할 수 있는 법제를 만들려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해법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유튜브 등 해외사업자에 대해서는 제제할 법적 권한이 전혀 없어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의 비대칭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은 소셜미디어와 플렛폼 사업자를 허위사실 유포로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가짜뉴스 규제 법규 보다는 기존 법에 ‘증오 및 혐오 표현 방지’ 규정을 강화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성 언론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언론이 건강한 공론장을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다. 이럴 때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미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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