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분양가상한제가 공급을 줄인다고?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
등록 2019.09.17 09:35
조회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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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적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미디어들이 기다렸다는 듯 이를 비판하는 기사들([사설] 분양가 상한제, 공급 부족 따른 집값 폭등 대책 있나, https://news.joins.com/article/23550635 [사설]분양가 상한제, 공급부족-가격상승 악순환 불러온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811/96924623/1 분양가 상한제 '강남 재건축' 타깃'…“공급 위축으로 집값 더 뛸 것", https://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787396  [사설] 공급위축·로또아파트 부작용 뻔한 민간 분양가상한제, https://mk.co.kr/opinion/editorial/view/2019/07/503784 을 쏟아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확대적용에 반대하는 미디어들의 목소리는 천편일률적이다. 분양가상한제가 공급을 줄여 중장기적으로 가격을 더 올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분양가상한제란 무엇이며,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는가?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분양가 자율화를 집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보아 택지비와 건축비에 업체들의 적정이윤을 더한 분양가 책정 방식을 법으로 규정하여 분양가격을 정책적으로 조정하는 제도이다.

 

분양가를 통제하는 장치는 1963년 11월 공영주택법이 시작일만큼 연원이 깊다. 무주택자들을 상대로 시장 매매가격 보다 싸게 내 집 마련을 해 주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 분양가 규제다. 분양가상한제와 유사한 제도인 분양원가연동제는 1989년 「주택법」에 의해 처음 실시되었으나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조치에 의해 사라졌고 이후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판교신도시부터 다시 적용되었다. 본래 분양원가연동제는 공공택지를 공급받아 건설·공급하는 공동주택에 한해 실시되었으나 2007년 4월「주택법」이 개정되어 분양가상한제로 바뀌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주택공급 위축, 아파트의 품질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2014년 분양가상한제의 민간택지 적용 요건이 강화됐다. 강화된 요건으로 2014년 이후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사례가 없어 이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의 폐해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조기 졸업할 목적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공격적이고 전면적으로 시행하면서 시장정상화 장치들을 거의 전부 형해화 시켰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전면 자율화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가 취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의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1998년 평당 512만 원이던 서울 지역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는 2019년 5월 2569만 원을 돌파했다. 불과 20년 새 5배가 오른 것이다. 분양가가 이렇게 치솟다보니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이 지난해지고, 2014년 이후 최근처럼 부동산시장이 투기로 난장판이 된 상황에선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교란되기 마련이다. 폭등한 분양가는 당연히 공급주체(재건축 및 재개발 조합), 시행사, 건설사가 불로소득 형식으로 사이좋게 분점한다. 따라서 주변시세에 맞춰 결정되는 분양가가 아니라 정부가 택지비와 건축비에 적정이윤을 더해 정하는 분양가상한제를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오히려 늦은 감이 크다.

 

분양가상한제가 공급을 줄일 거라는 곡학아세 

 

보수미디어들과 경제지들은 이구동성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장기적으로 공급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공급주체, 시행사, 시공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과거 보다 줄어들 뿐이다. 예컨대 어떤 시공사가 이익이 조금 줄어든다고 인원과 장비를 놀리며 건설수주를 보이콧하겠는가? 어떤 이들은 2007년부터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민간택지 포함)의 결과로 그 이후 서울 아파트 공급이 줄었다는 소리를 한다. 곡학아세도 이런 곡학아세가 없다. 2008년에는 1929년 세계대공황 이후 가장 치명적이었던 글로벌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했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위축시켰다. 투자와 소비가 꽁꽁 얼어붙는 건 정한 이치다. 이런 마당에 어떤 간 큰 건설사가 분양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한 시장전망을 두고 공급을 늘리겠는가? 공급 부족 운운하는 소리는 분양가상한제를 탄핵하려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로또 분양이 문제라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동주택을 분양받은 최초 수분양자가 시세차익을 누리는 건 사실이나, 전매제한기간의 연장과 의무거주기간의 연장으로 이를 일부 눅인다. 그리고 공급주체, 시행사, 시공사가 불로소득을 독식하게 할 바에야 무주택자가 압도적 다수인 최초 수분양자에게 불로소득을 분점 시키는 게 옳다. 강남에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 다수가 분양가상한제의 혜택을 본 사람들인데, 이들은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주렴하게 내 집을 마련한데다 공공의 인프라 투자를 통해 수십억 원의 부를 거머쥔 행운아들이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일반 분양분에 전가시킬 분양가가 일부 통제된다고 그걸 반대한다면 최소한의 양심이 없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를 보완할 장치 도입과 함께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무주택자들이 시장상황에 동요되지 않고 청약시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2기 신도시를 능가하는 입지에 3기 신도시들이 들어설 예정이니 이 역시 시장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와 3기 신도시는 공급사이드의 정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공급대책만으로는 가격 하락에 어려움이 있다. 9.13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들고 가려 하기 때문인데, 이게 가능한 건 보유비용이 터무니없이 낮은 탓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공표하기 바란다. 과세기준을 낮추고 세율을 높이기 어려우면 적어도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와 일정표라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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