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정치의 종교화 이제는 벗어나자
정연구(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등록 2020.03.04 14:05
조회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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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한국 사회는 더욱 정치의 종교화가 심각해 보인다. 정치가 종교화될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이 생기는가는 히틀러라는 사람이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명백히 보여주었다. 특정 인물이나 특정 조직이 한 정당의 수장이나 한 국가의 대표가 아니라 숭배의 대상으로 신격화되는 상황이 종교화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히틀러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았으니 신앙이 대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자발적으로 히틀러를 추종했으므로 정치가 종교 수준이 되었다고 해서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2차 대전 당시의 독일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치루는 과정을 지켜보면 더더욱 그렇다. 합리성이란 찾아보려야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직업 정치인들이나 정당에서도 그렇고 이를 다루는 언론에서 특히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코로나19에 대한 명백한 이중 잣대

 

정치의 종교화는 세 단계를 통해서 진행된다. 먼저 정치의 몰 합리성이 첫째 단계고 이를 받아 쓰는 언론이 두 번째 단계이고 이들 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맹신이 세 번째 단계다. 

 

‘정치에 몰 합리성이 있다고? 어디에 어떻게 있어?’라는 반문이 가능하다.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여러 사례를 들 수 있지만 가장 최근에 일어난 두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이중 잣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 사건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이고 다른 사건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지난달까지 벌여왔던 광화문 집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미래통합당 정갑윤 의원이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따지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발령하지 않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다”고 답변해 논란이 생겼다. 현장에서도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박 장관 발언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공격을 퍼부었지만, 다음날 미래통합당 당직자들은 한발 더 나아갔다. 최고위원회 석상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박 장관이 거짓 증언을 했다면서 사퇴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이에 비해 같은 당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전광훈 목사에게 하는 태도는 많이 달랐다. 박원순 시장이 집회를 금지하고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3일과 24일의 집회를 강행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전광훈 목사가 “여러분 중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느냐. 그럼 다음 주에 다 예배에 오라. 주님이 다 고쳐주실 것”이라며 집회개최를 고수하려 하자 미래통합당은 어떤 비판이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이 정도로 몰아세우는 정당이라고 믿기 어려운 태도다. 황교안 대표가 말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황 대표가 나서서 겨우 “대규모 집회와 행사는 감염 확산을 악화시킬 수 있다,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정도였다. 

 

언론이 진정 국민을 사랑한다면 합리성 찾아야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모니터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보수언론의 보도는 ‘코로나 정치’로 합리성을 잃은 듯 보인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정부가 친중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러 기사를 통해서 다양한 외피를 입고 있지만 결론은 모두 정부의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탓으로 돌리고 있다.

 

모니터 보고서에는 인용되지 않은 내용인데 이달 2일 자 조선일보 “‘전시 상황’ 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중국을 거친 외국인 차단’을 하지 않은 정부를 두고 “이렇다면 국민이 대통령을 어떻게 믿나”며 질책했다. 그러나 해당 신문의 지난 24일 자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광화문집회 강행에 대해 “우한 코로나 확산 우려에도 범투본, 연이틀 광화문 집회”라는 정도의 제목을 달아 기사를 내보냈다. 여기에는 앞서와 같은 질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기사 외에도 ‘당장 그치라’고 비판하는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앞서 인용한 사설과 같은 기사를 본 독자들은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고 혀를 찬다. 이런 상황 전개로 코로나19로부터 나라를 구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눈에 두드러지는 보수정당과 언론만 다뤘지만 이른바 진보 매체나 정당에서는 몰 합리가 없을까? 자신들의 정치적 승리에 눈이 먼 나머지 진영 논리만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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