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공영언론, 미국이 한미동맹에서 ‘슈퍼갑’인 이유부터 알려라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등록 2020.06.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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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AP/연합뉴스)

 

최근 북측이 남측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취하는 동안 대중매체는 남북 당국이 내놓은 정보를 전달하기에 바빴고, 흥분한 남북 당국이 ‘말 폭탄’을 쏟아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중매체는 차분하게 이번 사태의 원인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소홀히 하거나 나 몰라라 하는 과거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는 공영매체나 그 비슷한 노선을 주장하는 매체도 국민의 알 권리와 궁금증을 해소하는 진지한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
 
‘미국에 대한 쓴소리’ 가능하기는 한가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는 등 다각적인 대남 군사행동 방침을 밝히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동안 남측 정부, 학계, 관변단체나 시민사회에서 제기된 견해는 주로 미국의 지나친 간섭과 방해를 지적한 것이었고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종래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주요 논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이 반대해도 대북지원해야”/ “종전선언도 해야”/ “한미워킹그룹 족쇄를 풀자” / “보이지 않는 전쟁 끝내야” / “문재인 대통령 길을 잃었다” / “한국도 핵무기 만들자”

  그러나 봇물 터지듯 쏟아진 미국에 대한 쓴소리가 실천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보는 언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북한이 대남군사 행동방침을 유보한다고 밝힌 뒤 정치권이나 언론은 다른 주요 이슈로 옮아가 그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미국에 대한 볼멘소리와 시정 요구 또는 실천에 대한 얼마나 더 진지할지 불투명해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나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에서 미국이 고자세를 취하고 한국 정부가 방어적인 것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미국이 남북한에 대해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정치, 군사, 외교,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미국은 강대국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 이전 미국 대통령들도 이라크 침공 등에서 보듯 국제 무법자와 같은 짓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이 대단히 주도면밀한 기획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향후 남북관계를 훼방 놓지 못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하게 되는 이유를 좀 더 깊이 살피면, 미국이 남한에 대해 간섭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여러 개이고 대단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비유하면 고래 심줄처럼 질기고 그물망처럼 촘촘하다 할 것이다. 미국이 남한에 대해 군사, 경제, 정치 등 전방위적으로 간여하고 제동을 걸거나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한미 간 조약과 각종 협정, 수많은 협의체 등 공적인 것 외에 친미인사를 통한 유무형의 압력과 영향력 행사 등이다. 그 가운데 군사적인 것은 남북한에 직접적, 즉발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군과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겸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한미동맹’, 비판적 접근부터

 

  미국은 필요에 따라 유엔, 한미워킹그룹 등을 앞세워 남북교류에 제동을 걸거나 툭하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카드를 내미는데 이는 한반도에서 미국이 막강한 슈퍼 갑의 위치를 지속할 수 있는 조약, 협정 등 공식적인 것과 비공식적인 여러 장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는 거기에 관여하는 기업, 관련 인사 개개인에 대해 보복을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미국 국내법도 포함된다. 이런 점을 십분 고려해서 미국이 꼼짝 못 하고 신경을 쓸 묘책을 내놓아야 한다. 거기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동맹 수준으로 정상화 시키는 것이 포함된다.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을 빌미로 남한을 교두보로 삼아 대북 선제공격까지 할 수 있는 카드를 휘두르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역기능적 측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유엔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는 국가 대 국가의 위상이 보장되지 않는 한미 군사동맹은 자칫 동북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주권자인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수십 년간 국가보안법이 한미동맹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친북으로 몰아간 탓으로 한미동맹의 문제점이 공론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사태에서 확인되듯 냉전시대 만들어진 한미 군사관계는 그 모순이 비대해지면서 정상화할 필요가 커졌다.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하고 특히 대중매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 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KBS, MBC,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에서 한미 군사동맹을 필리핀, 일본이 미국과 맺고 있는 군사동맹과 단순 비교만 해도 그 모순이 드러날 터인데 지금껏 그런 보도를 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다. 특파원들이 이들 국가에 상주하고 있으니 힘들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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