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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난 시대 사회적 대화는 선택 아닌 필수
이남신(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등록 2020.11.02 12:15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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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일상이 낯설지 않다. 아침 출근할 때면 으레 마스크를 뇌리에 떠올릴 정도다. 작금의 코로나 위기는 경제성장 신화에 사로잡혀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면서 동물 서식지를 무분별하게 파괴해온 인간이 자초한 결과다. 기후변화와 연동된 바이러스 감염병은 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화급하고 절박한 생존과제로 대두됐다. 근본적인 사회운영 원리 혁신 없이는 이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현실은 각박하기 짝이 없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성공할 수 있던 핵심 요인인 효율적인 협력이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시기다.

 

코로나 재난, 실종된 사회적 대화

 

우리는 자본과 노동의 계급 분절 및 대립이 주축인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살고 있다. 촛불항쟁에도 나아지기는커녕 심화 중인 불평등 문제는 선결과제가 된 지 오래다.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형성된 노사관계가 만든 상호불신과 적대는 결국 코로나 시기 진전돼야 할 사회적 대화마저 미궁 속에 빠트렸다. 

 

코로나 재난의 영향은 평등하지 않다. 비정규직, 여성, 청년, 영세 사업장과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더욱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 재난 이전에도 힘겨웠던 취약노동계층의 실상이 코로나 위기 속에 더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이윤 추구에만 눈 멀어 생명안전을 등한시해온 우리 사회의 민낯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뜨거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택배 노동자 과로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거듭나려면 지나치게 확대 남용돼온 비정규직과 장시간 근로, 빈발하고 있는 중대산업재해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일터 괴롭힘 등 노동문제 전반에 걸쳐 변화가 절실하다.

 

1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2018.11.22~2019.8.30)에 비정규직 계층별 대표로 참여해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좌초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깝고 답답했다. 재난 시기일수록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취약노동계층 지원과 최소한의 권익 보호를 위해선 꼭 필요한 사회적 대화가 매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주저앉곤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조직률이 2.5% 내외에 불과한 열악한 조건에서 압도적 다수의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이해 대변을 위한 유력한 공적 기제인 사회적 대화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원인을 따져봐야 할 때다.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하는 사안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선 노사정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단기성과에 연연해하며 무리하게 합의하려고 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숙의과정을 통한 협의를 중시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위상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를 도구화하거나 수단화해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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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KBS)

사회적 대화 실패는 노사정 공동책임

 

탄력근로 확대를 관철하기 위해 경사노위를 합의 통과수단으로 오용하면서 실패한 전철을 다시는 밟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대화 실패는 노사정 모두의 공동책임이므로 고질적인 남 탓 책임공방도 지양해야 한다. 코로나 재난 시기 가장 고통 받고 있는 노조 바깥의 노동자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처지와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이 난국에 “함께 살자”가 가능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뒤늦긴 했지만 1노총 지위에 오른 민주노총의 바람직한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 재난 시대 사회적 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늘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당사자는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노사 주체의 대표성 문제 보완을 위해 우선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조 조직률 제고가 중요하다. 사회적 대화는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목적과 방향 설정이 이뤄져야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주요 노사정 주체들의 준비가 태부족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벤트식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일상적인 신뢰 기반 조성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그동안 도외시해온 갈등 조정과 해결에 대한 학습 토론과 기본 관점 정립도 반드시 필요하다. 노사정 각 분야 주요 지도자와 임원, 간부진 모두가 체계적인 갈등 조정과 해결 관련 교육과 내부토론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는 일상적인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 적대와 대립에서 대화와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갈등이 ‘사회적 약자의 전략적 선택’이자 쌍방 모두에게 개선과 변화의 기회임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사노위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경험이 금기시에 가까운 사회적 대화 부정론을 극복하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게 지속적으로 피해가 집중되는 코로나19 위기 시대 사회적 대화는 연대 협력을 실천하는 유력한 활로다. 지금이야말로 감염병 재난으로 하루하루가 힘겨운 노동현실을 직시하며 노사정 주체 모두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사회적 대화 진전에 주력해야 할 때다. 다른 길은 없다.

 

*시시비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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