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저질·가짜뉴스 불러온 ‘클릭 저널리즘’ 누구 탓인가
김수정(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등록 2021.10.27 13:47
조회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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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에 오른 온라인 커뮤니티발 ‘1.5룸 청소’ 기사(10/17~18) 포털 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 저널리즘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은 새롭지 않다.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는 경고마저 진부한 소리로 들린다. 디지털과 모바일로 옮겨간 미디어 환경 변화와 기민하지 못한 언론사 수익구조는 ‘저널리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탄식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지난 한 주 “1.5룸 청소하고 100만원 받았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 ‘복붙(복사하여 붙여쓰기)’기사는 뉴스 생산에서 비가시적이지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디지털 대응 전략이 어떻게 저널리즘 원칙과 질을 훼손시키는지 명백하게 보여줬다.

 

3년째 같은 기사…한국 언론의 ‘게으른 관행’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월 18일 모니터보고서 <“1.5룸 청소 100만원” 온라인 커뮤니티발 복붙 삼탕, 이젠 그만하자>를 통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MBN 등이 ‘온라인용’(지면이나 방송으로 내지 않고 홈페이지나 포털 편집판에 노출하는 기사)으로 낸 기사가 2019년, 2020년에도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인데 또다시 비슷한 기사를 썼다고 비판했다. 흔히 기사 하나를 추가 취재나 검증 없이 여러 번 나눠 쓰거나 반복해서 내보낼 때 ‘우려낸다’는 표현을 쓴다. 이번엔 ‘재탕’이 아니라 ‘삼탕’을 유수 언론이 앞장서 한 셈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 반응이 뜨겁다고 낸 이 보도는 담배꽁초와 생활 쓰레기로 바닥을 덮은 방안과 화장실이 청소 전후로 확연히 달라진 사진을 보여주며 누리꾼 반응을 덧붙였다. 전형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발’ 기사였다. 기사엔 발단이 된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내용조차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메신저에서 조회 수가 높거나 댓글이 많다 싶으면 사안에 대한 검증이나 본질은 없고 누리꾼 반응이 어떤지, 댓글에서 일어난 갈등 자체를 기사로 채택해 쓰는 기사작성 방식의 하나일 뿐이었다.

 

민언련 모니터보고서는 검색 한 번으로 이전에 보도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데도 언론이 클릭 장사를 위해 이런 방식으로 기사를 썼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해당 기사가 포털 네이버에서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 상위를 기록한 랭킹 화면을 보여주며 한국 언론의 “게으른 관행”이 부끄럽다고 했다. 한겨레는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 과정에서 많은 언론사들은 ‘가짜뉴스’의 온상은 유튜브나 1인 미디어라며, 거대 언론사를 겨냥한 언론중재법 개정을 비판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이런 행태를 내놓는 언론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고 덧붙였다.

 

저널리즘 ‘품질저하’ 부추기는 포털 대응 전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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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한 중국 남성이 뱀술을 마시려고 연 술병에서 튀어나온 뱀에 물렸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네이버 검색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오늘은 출처와 근거가 부정확해도 일단 보도하고 보는 ‘클릭 저널리즘’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뱀술 뚜껑을 열었다가 튀어 오른 뱀에 물렸다는 국제 뉴스를 검색해보니 2013년부터 비슷한 내용이 종종 뉴스가 됐더란다. 한 인터넷 매체가 이를 보도해 논란이 되자 이번엔 방송까지 탔다. 사건 발생 시기는 불분명하다. 출처와 근거가 부족한 뉴스였다. 선정성에 기대 클릭을 유도하는 보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치 있는 해외뉴스를 번역해 소개하고 쟁점을 가려 제대로 분석만 해도 독자들은 언론을 욕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디어오늘은 진단했다.

 

포털에 노출하는 뉴스를 언론사가 전적으로 편집해서 내놓는 ‘언론사 편집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정정당당하게 언론사끼리 ‘기사 품질’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스 이용자에게 가장 밀접한 포털 뉴스 페이지를 사람이 아닌 AI가 편집한다고 한들 정치적 편향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고, 사람이 아닌 기계 알고리즘에 적합한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는 상황 논리만 바뀔 뿐이라는 지적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문제는 뉴스를 접하는 주요 경로 중에 포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언론사 디지털 대응이 포털 대응에 맞춰진다는 데 있다. 언론사들은 지면과 방송 뉴스를 주로 생산하는 오후 늦은 시간을 제외하고 시시각각 새로운 뉴스를 내보내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전담팀을 둔다. 흔히 온라인뉴스 대응팀으로 불린다. 포털 메인에 걸릴 만한 기사를 쉽게 제작하고 자주 기사를 내보내서 클릭 수를 올리는 것이 주된 업무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내용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기껏 세운 언론사 디지털 전략에 기자들조차 부끄럽다고 말하는 이유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심층 기사는 관심 없고, 연예인 뉴스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를 클릭하는 독자 탓이라고? 밖에서 원인을 찾는 언론이여 부끄럽지 않은가. 언론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많은 것이 아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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