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시장근본주의 시대의 재림
채영길(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록 2022.05.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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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가 오후 브리핑을 했다. 이날 인수위는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폐지하고 수신료의 운영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26일 미디어 분야 첫 번째 국정과제로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진흥을 제시한 바 있다. ⒸKBS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4/28)

 

시장근본주의 시대가 다시 이곳에 도착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경제적으로는 거대 언론-미디어 자본의 독점을 위한, 정치적으로는 보수언론의 독주를 위한 물적 토대가 다져지는 시대에 우리는 다시 들어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브리핑은 우리 사회에 대한 ‘시장의 성전’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윤석열 당선자 언론-미디어 정책이 모호했던 이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브리핑과 더불어 국민의힘의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같은 언론 법제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차기 정부의 언론-미디어 정책은 △국내 미디어 자본과 기술 기업의 자유로운 확장과 독점화 촉진 △공적 영역의 무력화와 고립을 통한 게토화 △미디어와 언론 산업의 분리와 기존 언론 시장 독점 유지를 위한 정치적 후견주의 제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의 실현으로 미디어 산업은 탈규제를 통한 무한 확장을, 언론 시장은 관리와 지원을 정권으로부터 받으며 보수우파 미디어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 및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권이 이러한 친자본 정책을 밀어붙이는 목적이 단순히 언론-미디어 시장의 독점과 경쟁력 강화에 있지 않다. 언제나 그러하듯 정치권력의 유일한 목적은 그 권력의 재생산을 통한 유지 및 강화에 있다. 즉, 언론-미디어 시장의 독점은 정치권력 재생산을 위한 물적 그리고 상징적 토대를 다지는 매우 중요한 작업의 일환이다. 대선 기간, 그리고 윤석열 당선자가 당선된 이후 언론-미디어 정책이 모호하였던 이유도 바로 그러한 정치경제적 함의의 중요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언론과 미디어 산업은 일상의 대화와 믿음과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 가공하며 유통하는 ‘의식과 담론의 산업’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오늘날 미디어는 내가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기까지-심지어 이제는 개인의 수면 상태까지 미디어가 관리하기 시작하였다–나의 말과 행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언론과 미디어가 “개혁”과 “공공성” 및 “정의”를 시장근본주의자들의 “혁신”과 “효율” 및 “공정”이라는 언어로 대체시킬 때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언론이 OTT와 한류 그리고 메타버스가 우리나라 미래를 밝힌다고 설파할 때 우리는 심리적으로 흥분하기까지 할 것이다. 근본주의 종교가 그렇듯 미디어 혁신의 교리는 자연스럽게 강요되며 우리 뇌리를 잠식한다.

 

‘언론 자유’ 외치던 그들은 어디 있는가

 

근본주의적인 믿음은 권위주의에 의존하기에 결코 민주주의와 병립될 수 없다. 1980년대 권위주의 정치권력의 유지가 정치와 산업자본과 언론권력 간의 담합을 통해 가능했다면, 40년 뒤인 오늘날에는 이것이 미디어 자본과의 담합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산업자본이 무력한 상태가 아니라 미디어자본이 더 강력한 정치권력의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다. 미디어 시장근본주의자들이 그리는 미래는 ‘미디어를 통한 자연스러운 권위주의적 통제’라는 역설적이지만 효과적인 정치문화의 창조가 될 것이다.

 

바로 그러한 권력의 미디어적 메커니즘으로 인해서 우리는 현재 정권의 교체기에서 언론-미디어 정책을 단순히 하나의 사회 시스템의 하부 영역에 대한 것으로 축소하여 대응하여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우리는 단순히 언론-미디어 개혁을 넘어서 정치와 사회 일반의 보수적 회귀와 영속화를 우려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할지도 모른다.

 

언론-미디어 시장에 의해 공공성이 위기에 처한 이 때에, 그렇게 언론 자유를 주장하던 언론 자유주의자들의 ‘우려’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그들은 어디 있는가? 그들은 언론 시장의 독점에 대해 무감각하기보다 오히려 그 독점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권위와 자유를 확인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에게서 본질적인 권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그리고 오늘, 언론-미디어 개혁을 주장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래서 다시 모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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