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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기사배열 공론화포럼, 기사배열·알고리즘 투명성 실천에 나서라
등록 2018.06.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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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뉴스 기사배열 공론화 포럼(이하 공론화 포럼)이 공개토론회를 연다. 공론화 포럼은 지난해 네이버 기사배열 조작 사건 등을 둘러싼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품질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기사 배열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체다. 우리는 공론화 포럼의 논의가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안고 있는 공정성 문제를 다루기 위해 첫 발을 딛는 단계라고 본다.

 

네이버는 부가 통신 서비스 사업자이자 신문, 인터넷신문, 뉴스통신, 방송, 잡지 등의 기사를 계속적으로 제공하거나 매개하여 전자간행물을 만드는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이다. 네이버는 기사를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과정에서 기사를 배열한다. 우리 언론법 체제에서는 네이버 등 포털을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은 아니지만 언론사의 뉴스를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뉴스서비스 사업자로 보고 있다. 실질적으로 뉴스 매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2017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선 포털이 언론이라고 답한 사람이 50%가 넘었고 2018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뉴스 2018’에 따르면 한국 뉴스이용자의 47%는 포털사이트가 인터넷 뉴스 이용의 주요 경로라고 답했는데, 이는 조사대상 37개국 중 압도적인 1위였다. 이미 대다수의 수용자는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언론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포털에 기사를 노출시켜야만 뉴스가 소비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다. 뉴스 노출· 검색 알고리즘 변화에 따라 언론사의 디지털·모바일 정책이 달라진다. 이런 독점적인 뉴스 플랫폼의 등장은 여론통제와 조작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신문 등록기준과 관련한 신문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신문 기사의 품질 저하 및 그로 인한 폐해는 취재 및 편집 인력이 부족하여 발생했다기보다는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에 의존하는 인터넷신문의 유통구조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인터넷 신문이 포털사이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네이버 등 포털의 뉴스 유통 문제는 우리사회의 민주적 여론형성과 저널리즘의 정상화와 관련해서 이미 중요한 이슈가 됐다. 그 해결의 첫 번째 단계가 기사배열의 공정성, 투명성, 공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문법은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가 독자의 이익에 충실하도록 기사배열의 기본방침을 만들려 노력해야 하며 그 기본방침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네이버의 기사배열 방침은 추상적인 수준의 저널리즘 원칙을 제시한 정도이다. 기사 배열의 정의, 범위, 선정 기준 등을 명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고 기사배열과 직결되는 기사배열 알고리즘과 기사추천 알고리즘의 구성요소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뉴스와 같이 중요한 사회적 정보의 알고리즘은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사회적 알고리즘이 투명하지 않다면 우리의 공론장에 대한 신뢰는 위기에 빠지고 차별, 편견, 배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제기된다. 뉴스이용자들은 포털과 같은 사회적 정보 생산 유통 주체들의 알고리즘 의사결정에 관해 설명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뉴스편집도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뉴스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게 될 것이다.

 

댓글 조작사건을 계기로 지난 5월 9일 네이버는 뉴스편집을 올 3분기 내 종료하고 더 이상 네이버 편집자가 더 이상 기사를 배열하지 않겠다는 모바일 서비스 개편안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뉴스기사 배열과정 전반을 인공지능의 기계적인 과정으로 운영할 방침이라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더욱이나 기사배열 방침은 추상적인 저널리즘 가치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네이버의 기사배열이 공정한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기사배열 알고리즘과 기사 추천 알고리즘의 구성 요소들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검색서비스 사업자인 구글은 뉴스노출 알고리즘 13개 요소를 공개한 바 있다. 물론 알고리즘 공개가 구성요소만을 제시하는 정도에 머무른 점에서 한계는 있다. 하지만 단지 기사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과 달리 기사 배열 서비스를 통해 막강한 여론영향력을 갖고 있는 네이버는 구글보다 더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알고리즘의 구성 요소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지난 5월 29일 뉴스 검색 및 추천, 기사 알고리즘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발족했다. 또 지난 1월 19일에는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한국축구연맹의 청탁 문자를 받고 기사 배치를 조작한 사건과 관련하여 스포츠 서비스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스포츠이용자위원회도 발족했다.

 

그러나 우리는 뉴스공정성과 관련한 네이버의 여러 위원회들과 포럼 활동이 네이버가 직면한 위험과 여론의 비판을 일단 피하기 위해 만들고선 그 논의 결과는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던 이전 기구들과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공론화포럼은 기사배열의 방향에 대한 외부 의견을 듣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언론을 통해 공론화포럼 위원장은 “해법 제시가 아니라 고민과 논의의 장을 마련한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론화포럼은 네이버가 이미 공표한 자동 뉴스 알고리즘 도입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거나, 뉴스 검색·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태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민언련은 공론화 포럼의 논의가 뉴스이용자들을 위한 기사배열· 알고리즘 투명성 제고 논의와 실천으로 직결되길 기대한다. 공론화포럼은 네이버가 기사배열 방침, 기사배열 알고리즘, 기사추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있어 주춧돌을 놓는 구실을 해야만 그 존재 의의가 있다. 더 나아가 포털 뉴스의 기사 검색·추천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와 포털의 과도한 언론영향으로 왜곡된 저널리즘 생태계의 정상화 등에 대한 심도 높은 사회적 토론의 계기가 마련되기 바란다. 만약 네이버 정책을 정당화해주는 들러리노릇만 하거나 말만 무성한 채 끝난다면 우리는 시민사회와 함께 포털의 뉴스 공정성을 확보하고 저널리즘을 정상화할 수 있는 더 강력하고도 단호한 포괄적 사회적 기구를 요구할 것이다.<끝>

 

6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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