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 ‘방송통제위원회’ 시절과의 결별 위해 방통위 스스로 과오 시정해야

종편 미디어렙 ‘위법’ 방치 방통위, 외부인사들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투명하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에 나서라
등록 2018.02.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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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서 행한 또 하나의 ‘위법’이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TV조선, 채널A, MBN)의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이 법에서 정한 지분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방통위는 이에 따라 법에서 정한 범위 내로 지분을 정리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위법에 대한 시정명령은 규제기관에서 해야 하는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분명한 문제가 있다.

 

이제야 드러난 종편 미디어렙의 위법 정황

미디어렙법은 대기업과 일간신문, 뉴스통신사와 특수 관계자가 10% 이상의 미디어렙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지주회사와 광고대행자의 경우 아예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렙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변경허가·재허가를 받은 경우 방통위로 하여금 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의 기간을 정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채널A 미디어렙의 경우 20.20%의 지분을 보유한 사랑방미디어의 특수관계자로 <무등일보>가 있어 일간신문 지분 소유제한 금지 규정을 위반한 상태다. 또한 특수관계자인 에스알비애드가 광고대행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분 소유제한 금지 규정 위반이다. MBN 미디어렙 지분의 14.29%를 소유한 한진칼은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이다. TV조선 미디어렙의 경우 5.52%의 지분을 보유한 크라운해태홀딩스와 4.60%의 지분을 보유한 일동홀딩스가 201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서도 TV조선 미디어렙의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동홀딩스는 광고대행자이기도 하다. 모두 지분 소유제한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특히 TV조선 미디어렙과 MBN 미디어렙은 2014년 최초 허가를 받았을 당시부터 이미 각각 일동홀딩스와 한진칼이 지분소유금지 대상이었다. 한 마디로 절대 설립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했을 업체에 방통위가 허가를 내준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허가 당시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사업자들 또한 고의적으로 위반 사실을 누락했음을 입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일 뿐이다.

 

가장 큰 책임은 방통위 스스로 져야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일단 지분 소유제한 금지 규정을 위반한 종편 3사의 행태 자체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심각한 위반사항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방통위 사무처와 이를 허가 의결한 방통위원회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법령의 허가요건 상 명백하게 위법한 상태에서 미디어렙 허가를 내 준 것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시 의결에 참가한 방통위원들과 실무를 담당한 사무처 책임자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진행한 후 응당의 징계와 처벌을 하는 게 마땅하다.

더 황당한 것은 방통위는 또한 조선미디어렙과 MBN미디어렙에게 최초 허가를 내주면서 인정한 유효기간 3년 내에만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두 미디어렙에 대해 시정명령이라는 눈가림식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진행한 TV조선 미디어렙과 MBN 미디어렙에 대한 재허가 심사에서는 왜 또 이 사안을 점검하지 못했는가. 방통위는 미디어렙 최초 허가 당시에도 위법한 상태에서 허가를 내줬고, 재허가 심사에서도 위법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지 않은 채 재허가를 결정했단 말이 아닌가.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아닌 관록 있는 공무원들과 방통위원들이 법령요건 상 명백히 위법한 상태에서 특정 종편의 미디어렙 허가를 내준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아니다.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 봐도 미디어렙 허가에 외압이 있었거나, 방통위 내부 인사가 무언가의 이유로 위법을 눈감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방통위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이런 식으로 위법한 업무처리를 눈감아주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민 배신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방통위 회의에서 김석진 상임위원은 종편 미디어렙사들이 “고의로 숨겼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한데 고의로 숨기거나 누락했다는 증거 찾기 어렵다는 거 같다”, “우리도 인지를 못하고 있었기 때문” 등의 발언으로 종편 미디어렙의 위법과 방통위의 구멍 뚫린 행정에 면죄부를 주는 발언을 먼저 꺼냈다.

또 고삼석 상임위원은 징계를 받아 마땅한 사무처에 “이 안건에 의해 (법을) 위반했을 경우 서약서만으로는 행정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게 공통적으로 나왔다”며 “서약서 제도를 폐기하든지 아니면 아예 법적 효력이 있도록 하든지 사무처 차원에서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앞서 TV조선 미디어렙, MBN미디어렙은 허가 신청 당시 ‘추후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서약사항을 위반하였음이 밝혀질 경우 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는데, 방통위에서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고의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약서만을 근거로 허가 취소를 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차관급으로 법 집행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이렇게 격화소양(隔靴搔癢) 식의 엉뚱한 방향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미디어렙 허가·재허가 처분 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는지’, ‘외압이나 방통위 내부의 봐주기’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밝혀내고, 그에 맞는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하는 순서를 밟는 게 정도 아닌가. 애초 필요도 없는 서약서 한 장만 받아 놓고, 당시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책임은 왜 짚지 않는가. 소 잃은 뒤에 외양간을 고치는 일에도 순서가 있고, 해야 할 당사자가 있는 법이다. 진상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대체 사무처에게 무엇을 폐기하고 검토하라는 것인가.

 

방통위 행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책임성 강화 방안 마련해야

더욱 황당한 것은 방통위가 지난 21일 시정명령 조치를 결정한 회의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배포하면서 TV조선·MBN 미디어렙 최초 허가 당시에도 존재했던 지분소유제한 금지 규정 위반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종편 설립 근거가 되는 2009년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도 대리투표 등의 ‘위법’으로 시작됐을 뿐 아니라, 종편 설립부터 지금까지 방통위의 모든 행정 절차는 ‘깜깜이’에 가깝다. 2010년 방통위에서 방송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불구하고 네 개의 사업자를 무더기로 선정했던 과정도 지금까지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채 오리무중이다. 1년도 더 지난 후에 공개된 백서에선 방통위가 현재 종편의 대주주인 일부 신문 사업자들이 제시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허황된 사업 계획을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이후에도 방통위는 종편에 대해 황금채널(지상파 채널에 인접한 번호의 채널), 의무전송,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유예 등의 ‘특혜’를 퍼주는 일에 골몰했다. 또 출범 이후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재승인 점수에 미달한 탈락 점수를 받았음에도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계속 방송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일련의 의사결정 대부분엔 ‘부실’, ‘밀실’ 등의 수식어가 붙은 평가가 뒤따랐다.

사정이 이 지경이면, 4기 방통위는 종편과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과 행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분명한 적폐청산 대책과 함께 사무처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방통위는 이번에도 위법한 허가·재허가 처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징계나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 방안을 강구하는 등, 마땅히 수행해야 할 자정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방통위는 스스로 조직의 문제를 반성하고 성찰하며 적폐를 청산할 의지와 능력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국민감사청구와 정보공개청구 나선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위에 종편 미디어렙 허가·재허가 과정의 경위, 즉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항목과 어떤 내용으로 심사했으며 그 심사결과와 이후 처리과정은 어떠했는지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방통위 스스로 나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투명하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진행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만일 방통위가 투명하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진행하지 않을 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위의 종편 미디어렙 허가·재허가 과정 전반과 종편 승인·재승인 심사 과정 전반에 대해서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 방통위 스스로 과오를 시정하지 못한다면 감사원이라도 나서서 지난 2008년 출범 이후 방통위가 위법·부당하고 불공정한 관리자로서 기능했던 모든 잘못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정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위에서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법률 자문’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나온 것인지 살피는 동시에, 법률 자문 결과가 타당했는지, 그리고 그 자문을 특정 법률사무소에 의뢰하는 게 적절했는지 등을 살피기 위한 정보공개청구도 진행하겠다.

TV조선·MBN 미디어렙의 ‘위법’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방통위 내부의 책임을 묻는 것은 2008년 출범 이후 위법·부당하고 불공정한 관리자로서 기능했던 모든 방통위의 부적절한 행정에 대해 조사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작업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분명한 건 방통위가 적폐로 가득했던 과거와 분명하게 결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디어렙 제도의 근본적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온갖 부조리와 파행 운영으로 얼룩진 현행 미디어렙 제도의 근본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한다. 우리는 그동안 미디어렙 제도를 1공영 1민영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종편 1사 1렙 제도는 사실상 자회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방송사와 광고주의 방송광고 판매 직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유착 또는 방송 내용의 공정성 훼손을 막고자 하는 미디어렙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종편의 1사 1렙의 폐해가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도 있다. 2015년 3월 민언련은 국민신문고에 MBN미디어렙의 미디어렙법 위반 행태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이어 그해 9월 16일 방통위가 MBN의 방송광고 위반행위에 대해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하고, MBN미디어렙의 미디어렙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4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처럼 분명하게 폐해가 드러난 바 있는 종편 미디어렙 제도를 이번 기회에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 <끝>

 

2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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