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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성명] 세월호 유가족 폄훼 보도’장본인, 반성은커녕 망언 일관
등록 2014.05.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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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폄훼 보도’장본인, 반성은커녕 망언 일관


 

적반하장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폄훼한 지난 7일의 ‘보도 참사’에 대해 노동조합이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반성을 촉구하고, 기자들이 양심을 걸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정작 사상 최악의 보도를 자행한 장본인의 입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는커녕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눈만 뜨면 징계와 보복의 칼이 춤을 추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단조차 공공연히 무시돼 버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참고 인내해 왔다. 인간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식을 기대하며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자성과 변화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목도한 것은 최소한의 양식도, 분별도, 반성도 없는 해괴망측한 말과 행태였다.


“관심을 가져 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

 

지난 7일 전국부장의 보도는 한마디로 실종자 가족들에게 ‘민간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 아니냐’고 손가락질하고, ‘왜 중국인들처럼 애국적 구호를 외치지 않고 일본인들처럼 슬픔을 속으로 삭이지 않느냐’고 몰아세운, 유례를 찾기 힘든 폭력적 기사였고 ‘보도 참사’였다. 그러나, 해당 리포트의 당사자인 박상후 전국부장은 다음날인 8일 KBS 간부들이 합동분향소에서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팽목항에서 KBS중계 천막이 철거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망언을 내뱉었다. 박 부장은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 라며 또 다시 실종자 가족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낸 뒤 ‘중계차 차라리 철수하게 돼서 잘 된 거야. 우리도 다 빼고..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이라며 재차 유가족들을 폄훼했다. MBC 보도국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의 책임을 맡은 전국부장이라는 사람의 상황 인식은 이런 것이었다.


해당 보도에 대해 민실위가 팩트의 오류와 논리의 비약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박 부장의 망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주말 박 부장은 회사 게시판에 무려 4건의 게시물을 도배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잠수사를 조문했다는 보도는 아쉽게도 접하지 못했다.’ ‘교감이 목숨을 끊기 전날 단원고 교사들이 학부모 앞에서 무슨 낯으로 살아있느냐는 질타를 받은 것도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또, “제 리포트가 나간 뒤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격한 비난이 있는가 하면 MBC 보도가 팩트 위주로 시원했다는 찬사도 많았습니다”라고도 했다. 눈과 귀가 의심스러운 해괴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기자회가 오늘 아침 발표한 사과 성명에 대해서도 후배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 가담이든 단순 가담이든 나중에 확인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저열하고 추악한 상황 인식과 행태는 지속적으로 MBC 뉴스에 투영되고 있다. KBS 사장이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고 보도국장이 사퇴한 지난 9일, <뉴스데스크>는 지상파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유가족들의 폭행이 있었다’는 KBS의 주장을 반론 없이 전했다. KBS 길환영 사장의 육성 사과 또한 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본질을 호도하고 도리어 피해자인 가족들을 ‘불순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보도 행태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음날인 10일, MBC는 지상파에서는 유일하게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단신으로 다루는데 그쳤다.


우리는 작금의 행태가 오롯이 전국부장이라는 보직자 개인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돌출행동을 넘어선, 보도국 수뇌부 전체의 양식과 판단기준에 심각한 오류와 결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라 판단한다. 도대체 깊은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의 절규까지 외면하고, 모욕하고 폄훼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이런 보도 행태가 보도국 수뇌부들도 합의하고 동의하고 공유한 보도 방침인지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에 대해 경영진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자성의 기회마저 외면한다면 국민과 시청자의 외면과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4년 5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