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수신료 인상 반대 언론단체 공동 성명서(2015.4.10)
등록 2015.04.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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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홍보방송 수신료는 한푼도 올려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1년, 아무것도 밝혀진 것도 달라진 것도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여전히 남의 일인 양 ‘세월호 피로감’ 운운하며 이제 그만 끝내자 하고 공영방송 KBS는 여전히 기레기다.

 

공영방송 KBS에게 묻는다. 2014년 4월 16일 참사의 그 날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신들은 구조보다 인증샷이 우선이었고 진실이나 사실보다 돈벌이를 위한 속보경쟁이 우선이었다. ‘학생 338명 전원구조’ 사상 최악의 오보가 터졌고 사고는 대참사가 되었다.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당신들은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온 나라가 슬픔과 절망에서 오직 참사 수습에만 몰두하던 작년 5월 8일, 참사가 일어난지 고작 22일되던 그날에도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시도했던 것이 바로 당신들이다.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난 지금 당신들은 조금이라도 달라졌는가? 과연 또 다시 수신료 인상을 주장할 만큼 KBS가 나아졌는가? 세월호 참사 보도로 대한민국 언론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고 특히 방송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하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나빠졌고 더 뻔뻔해졌다.

 

잠시 아주 잠시였다. 2014년 6월초 길환영 사장이 쫓겨나다시피 퇴진하고 조대현 사장이 임명되기까지 아주 잠시 KBS는 진짜였다. 진짜 KBS는 잘못된 자사보도에 대한 사과를 하였고 ‘문창극 총리후보 검증보도’로 부적격 총리후보를 걸러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부족함이 컸지만 세월호 언론보도 문제를 다룬 다큐도 방송하였다. 진짜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지 공영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신뢰와 사랑받는 공영방송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7월 조대현 사장이 임명되면서 KBS는 다시 충실한 권력의 주구가 되었다. 

 

이후 KBS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축소・부실・왜곡보도로 대응하였다. 반면 돈을 앞세워 유가족의 진심을 호도하며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방해하는 정권홍보방송이 되었다. 겨우 마련된 반쪽 세월호 특별법마저 무력화 시키려는 정부 시행령에 대해서도, 특별조사위원회 파행과 유가족의 참사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부담스러운 정부는 또 다시 돈으로 유가족을 능멸하였다. 국민모금과 보험금까지 포함시켜 부풀린 배・보상금 액수를 내세운 정부의 언론플레이를 비판하는 것은 KBS에 바랄 수도 없는 일이다. 천안함 배상금까지 끌어다 비교하면서 종편에 뒤질세라 정권에 충성 경쟁하는 것이 KBS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의 실종자를 저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에 둔 채 1년이 되도록 방치한 정부와 새누리당은 유가족과 시민들의 세월호 인양 요구에 또 다시 돈 타령이다. 진상규명과 실종자 수색을 위한 세월호 인양 요구는 외면하고 ‘인양비용만 1,200억원, 천문학적 비용, 밑 빠진 독’ 운운하며 정부와 새누리당의 돈타령을 옹호하고 홍보하는 관제방송이 바로 KBS의 모습이다. 

 

이러면서 생활필수 공공재인 전기요금에 통합되어 수신료를 강제징수 당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당신들이 천문학적 비용이라는 세월호 인양비용의 세 배가 넘는 3,900억 원을 더 내놓으라고 한다. 3,900억 원을 더 내놓으면 광고를 줄여서 2,100억 원의 초천문학적 광고를 종편에 내어주겠다고 한다. 참으로 이기적이고 몰염치하며 뻔뻔한 이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의 자화상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자사의 사유물인 양 뉴스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강변하고,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합법적 노조활동을 음해하고, 스스로 돈을 대어 개최한 수신료 인상 세미나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는 일절 보도하지 않는 방송, 무책임한 방만 경영으로 2009년 693억 원 흑자가 불과 3년 만에 62억 원 적자가 된 방송, 이 모든 것이 바로 현재 KBS의 모습이다.

 

이 지경이 되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일방적으로 돈만 더 내라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대다수 국민들이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지금은 아니다’고 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단순히 35년 동결만 내세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당신들의 몰염치함과 뻔뻔함과 무능함의 자백일 뿐 아무런 의미도 설득력도 없다. 동결의 근본적 이유를 먼저 살피고 스스로 진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고서 비로소 수신료를 말해야 한다. 

 

우리는 KBS에 경고한다. 수신료를 인상해달라고 국민에게 설득할 자신이 있는가. 일단 수신료를 올려주면 공영성과 독립성을 보여주겠다는 허언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수신료를 올려주기는커녕 지금까지 꼬박꼬박 내왔던 수신료마저 거부하겠다는 것이 국민의 심정임을 알아야 한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 KBS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 그 이전에는 더 이상 수신료 타령을 중단하라.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에도 경고한다. 민심을 거스른 채 힘의 논리만을 갖고 날치기에 날치기를 거듭한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즉각 철회하라. 특히 우리는 KBS 공영성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음에도 여러 번 불발되었다는 이유로 ‘이제는 수신료를 인상해주어야 한다’는 식의 변화를 보이는 야당 의원에게 충고한다.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어영부영 수신료를 인상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KBS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견인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015년 4월 10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자유언론실천재단, 새언론포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무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