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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MBC 논평-이명박 정부 언론정책 높이 평가한다’에 대한 논평(2008.3.12)
등록 2013.09.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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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다’ 하기 전에 객관적 분석부터 하라
- ‘MBC 논평’의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 평가 우려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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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 ‘YNT 돌발영상’ 삭제 파문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과 언론관에 대해 비난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MBC가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 높이 평가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3월 11일 ‘뉴스24’의 'MBC 논평'(고대석 논설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취재선진화방안’을 폐지하고 기자실을 원상복구하기로 했다는 한 가지 사실을 들어 이런 논평을 냈다. 논평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한껏 추켜세웠다.

“우리는 이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높이 평가합니다.”
“우리는 새 정부의 기자실 정상화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믿습니다.”
“언론과의 관계는 법으로 규율할 사안이 아니며 통제나 간섭도 있을 수 없다는 신차관의 말도 역시 믿고 싶습니다.”

아울러 논평은 신설된 금융위원회가 불공정한 언론취재와 오보를 쓴 기자에 대한 등록 취소 등의 규제를 시도했으나 하루 만에 물러나 “다행”이라면서 “우리는 여기서 노무현 정권의 언론통제 망령을 다시 보는 듯해 섬뜩하다”고도 했다.

우리는 이 논평의 의제와 접근 방식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언론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언관계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MBC 논평’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추켜세운 바로 이날, MBC 노조를 비롯한 언론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선임을 규탄하고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하루 전 10일에는 YTN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이 벌인 황당한 브리핑의 진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징계’를 받았다. 앞서 7일에는 해당 ‘돌발영상’이 삭제당하기도 했다.
어디 이뿐인가? 11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각계 요직에 남아있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세력들은 물러나라’는 주장을 폈다. 언론들은 그가 겨냥한 대표적인 인물로 KBS 정연주 사장을 꼽고 있고, 일부 언론보도는 KBS ‘미디어포커스’의 최시중 씨 비판 보도가 정연주 사장 등을 겨냥한 안상수 대표 발언의 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섬뜩한 일이다. 출범한지 한 달도 안 된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이 부당한 인사에 대한 비판보도를 참지 못해 방송사 사장을 교체하려든다면 과거 권위주의 정부보다 나을 것이 무엇인가?

이런 때에 ‘MBC 논평’은 ‘취재선진화 방안’ 폐지와 기자실 복원만을 의제로 삼아 ‘정부를 믿는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높이 평가한다’는 논평을 냈다. 우리는 이것이 적절한 논평이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MBC논평’이 이명박 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 폐지와 기자실 복원을 칭찬하고 싶었다면, 그에 걸맞는 표현과 접근을 했어야 옳다.
‘취재선진화방안 폐지’는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의 전부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송정책 방향이 현행 공영방송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거대 미디어의 여론독과점을 심화시키는 내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문법 폐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MBC 논평’이 이런 모든 정책들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취재선진화 방안’ 폐지와 기자실 원상복구를 환영하는 것이 논평의 취지였다면, 논평의 제목은 ‘취재선진화 방안 폐지 높이 평가한다’ 혹은 ‘기자실 원상복구 환영한다’ 정도면 될 일이다. 또 정부를 ‘믿는다’, ‘믿고 싶다’는 식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기자실의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따져보는 것이 객관적인 태도라고 본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이 ‘언론통제 망령’으로 일방적인 매도의 대상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시행과정에서 여론을 제대로 취합하지 못하고 섣부른 내용을 쏟아내는 바람에 갈등이 커지고 결국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지만,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언론과 권력기관 사이의 ‘건전한 긴장관계 형성’이라는 취지는 타당하다. 따라서 갈등의 초점이 되었던 기자실 복구와는 별개로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나갈지에 대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MBC논평’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평가하고자 했다면 여러 정책들을 꼼꼼하게 따져서 논평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을 “언론통제의 망령”으로 인식할 정도라면, 기자실 복원을 칭찬하기에 앞서 대통령의 측근을 방송통신정책의 수장으로 앉히려는 시도부터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

‘MBC 논평’은 방송뉴스에서 논평의 기능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보도다. 신문으로 치자면 사설과 비슷하다. 논설위원들이 나와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주장을 편다. 시청자들에게는 주요 현안에 대한 ‘MBC의 입장’처럼 받아들여지는 만큼 의제 선정과 접근 방식에 있어 어떤 보도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언론계 의제를 다루려면 첨예한 사안을 비껴가지 말고 면밀하게 따져서,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하기 바란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MBC가 보인 몇 가지 사례에서 ‘새 정부에 대한 눈치 보기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해왔다. 이번 ‘MBC 논평’도 그 연장선에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의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끝>
 


2008년 3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